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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사회주의를 위한 변론: 루카치의 말을 빌려모바일에서 작성

대장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09 16:57:45
조회 98 추천 1 댓글 0
														

근래 윤석열 정권의 폭주와 더불어 노동운동 진영의 위축, 제1기 진보정당 운동의 아쉬운 마무리(저의 규정입니다) 등으로 많은 분들의 사회주의 및 사회변혁에 대한 현실성에 대한 인식에 물음표만 더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시기에도 과학적 사회주의의 가치와 가능성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헝가리 철학자게오르크 루카치의 말을 빌려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우선 루카치라는 인물에 대해 간단히 설명드리겠습니다. 루카치는 마르크스주의 철학자이자 초기에는 마르크스-레닌주의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였으나 점차 비판적인 입장으로 돌아섰고, 예술 부문에서도 리얼리즘의 원형을 제시하는 등 분야를 넘나들며 폭넓은 부문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어낸 인물입니다. 전 다소간의 흔들림은 있었어도 마르크스주의 입장을 죽을 때까지 견지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약력이나 행보, 저작은 교보문고 인물정보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아무튼 이 글에서는 그의 초기 저작 <역사와 계급의식>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 보고자 합니다.



루카치 논의에서 중심이 되는 개념 중에 ‘총체성’이란 것이 있습니다. 이는 모든 분야를 섭렵했다는 정도의 좁은 의미가 아닌 사적 유물론을 중심으로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과학적 인식을 ’선취‘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총체성의 필요성은 어느 철학자(이자 역사학자, 사회학자, 경제학자)가 한문장으로 잘 정리해 놓았습니다.



과학적 고찰은 “사물의 현상 형태와 본질이 직접적으로 일치한다면 불필요할 것이다.” - 칼 마르크스



말하자면 사회의 실제 구조나 원리가 ‘보이는 대로’라면 과학적 인식이든 총체적 인식이든 필요가 없다는 말입니다. 이 말은 곧 사회가 결코 ’보이는 대로‘ 굴러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총체적 인식을 위해선 어떤 태도를 갖춰야 하느냐? 간단히 말하면 시공간적 의미의 ‘전체’ 속에서 ‘부분’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표현으로는, 오늘날에도 벌어지는 자본주의 사회의 ‘현상’을 필연적인 형태로 인정하되 그것을 지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왜 ‘지금’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 ‘과학적‘으로 필연적이며, 동시에 이런 현상이 벌어진다는 것이 왜 문제이며 앞으로 사회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 말의 의미는 사적/변증법적 유물론에 대한 루카치의 설명으로 분명해지는데, “사적 유물론이란 바로 자본주의 사회의 자기인식이다.“ 가 바로 그것입니다.



말하자면 자본주의 사회의 역사적 의의를 올바로 인식하는 것이 바로 사적 유물론이며 총체적 인식이라는 것입니다.





다소 논리가 점프하기는 하지만, 프롤레타리아가 사회 변혁의 가능성을 품은 유일한 주체인 이유 또한 이 부분으로부터 나옵니다. 프롤레타리아만이 계급의 이해와 사회 전체의 이해가 일치하기 때문입니다. 이 말은 프롤레타리아가 자본주의 사회를 총체적으로 인식하면 할수록 계급의 입장에서도 유리해질 뿐더러 사회 자체도 역사적으로 전진한다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프롤레타리아 계급은 ’총체성‘을 획득할 수 있는 유일한 계급입니다.



반면 부르주아 계급은 아무리 과학적으로 학문하더라도 계급의 이해관계가 역사 발전과 충돌합니다. 따라서 그들은 어느 시점에서 학문하기를 멈추거나 옆길로 빠져 ’실증적‘ 입장을 견지하게 됩니다. 즉 현상과 본질을 구분하기를 포기하거나 현상으로부터 실천적 과제를 도출하기를 멈추는 것입니다. 본질을 가려내고 참다운 실천적 과제를 도출한다면 그는 이미 자신의 계급을 배반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늘날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진보정당이 보수양당 중에서도 민주당계 정당에게 의존 내지는 종속되어 결국에 이번 총선에 와서는 민주당에 의존하지 않는 진보정당이 국회에서 사라지게 된 상황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루카치는 이와 비슷한 상황에 대해서도 논하고 있습니다. “즉, 이것은 부르주아지가 자신의 힘만으로 자신의 지위를 이데올로기적으로 방어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독일 사회민주당 등지에서 과학적 사회주의를 사실상 포기한 ‘수정마르크스주의’자가 생겨난 것을 두고한 말입니다.



최근 나온 장석준 씨의 칼럼에서도 나온 말이지만, 우리나라에 대중정당, 진성당원 중심 모델을 처음 구현한 것이 민주노동당입니다. 더불어 정책적, 정치적으로 진보정당이 선도해 온 긍정적 요소들은 손에 꼽기도 어렵습니다. 따라서 민주당과 진보정당이 점차 대중적 인식의 차원에서 구분선이 모호해지고 진보정당의 민주당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경향은 이렇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민주당 내지는 그와 결탁한 지배계급이 진보정당 및 노동계급으로부터 위협을 느꼈고, 자신들 힘만으로 자신의 지위를 이데올로기적으로 방어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고 판단했다.’



진보정당이 이러한 민주당 측의 인식을 먼저 파악하고 당장의 의석이나 정치공학적 판단보다도 노동운동과 진보정당운동의 관계를 고려한 장기적 판단을 내렸다면 제1기 진보정당운동이 아쉬움으로 마무리되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덧붙이자면 과거의 이재오, 김문수, 유시민이나 비교적 최근의 박용진, 배복주, 김창인 등의 투항 사례나 진보당의 더불어민주연합 참여 또한 위와 같은 맥락으로 ’선해‘할 수 있지 싶습니다.





앞으로의 진보정당운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서도 짧게나마 말해보고자 합니다.



앞서 말했듯 사회변혁의 담지자는 결국 프롤레타리아 계급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의 계급의식이 곧 자본주의 사회의 과학적 자기인식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진보정당은 ’계급의식‘의 형성과 고취를 목표로 해야 합니다. 이는 진보정당운동이 애초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목표로 시작했다는 점에서 분명하게 기인하며, 진보정당이 강령이나 정책적으로나 ’과학적 사회주의‘를 천명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러한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진 않습니다. 단계적-전략적 목표로써 어떤 이념이든 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최소한의 기준은 있겠지요.



계급의식의 형성과 고취를 기준으로 판단한다면 ’원내정당이 될 필요성’, ‘민주당과의 연합 여부 및그 정도‘, ’지방선거의 전략‘, ’민주노총과의 관계 설정‘ 등의 주요 의제에 대한 입장이 명확해지리라생각합니다.



더불어 저는 ‘노동운동의 부흥’과 이로부터 잉태된 운동가들이 진보정당에 참여하고, 다시 노동운동을 성장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회복하는 것이 진보정당운동은 물론 사회변혁의 핵심이라고 봅니다.



물론 노동운동이 품지 못한 다양한 부문운동에 대한 입장을 수립하는 것도 중요 과제일 것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현존하는 진보정당들에 대한 많은 분들의 비판이 있는줄로 압니다. 하지만 저는 큰 틀에서는 이것이 노동운동의 미숙함(실력의 측면이 아닌 발전수준의 측면에서)에서 기인한다고 봅니다.





————————————

글을 두서없이 적다보니 처음의 목적이 모호해진 것 같습니다…ㅎㅎ 마지막으로 정리하자면 과학적 사회주의의 의의와 사회주의 체제의 실현 가능성은 그 사회에 공산당이 존재하냐, 무력투쟁이 가능하냐 등의 일면적 차원에서 판단할 것이 아니라 노동계급이 총체성을 바탕으로 한 계급의식을 형성하도록 하기 위한 전략을 품은 이들이 있느냐 없느냐, 그들의 역량이 어느 정도냐로 판단해야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런 측면에서 지금의 상황이 마냥 암담하지만은 않다는 것이 저의 판단입니다.





마지막으로 노동계급의 잠재력을 역설하는, 루카치의 문장을 하나 더 인용하면서 글을 마치겠습니다.



”프롤레타리아트는 자기 자신의 생활 조건을 폐기하지 않고서는 자기를 해방할 수 없다. 또 그들은자신의 상황 속에 집약되어 있는, 오늘날 사회의 모든 비인간적 생활 조건을 폐기하지 않고서는 그들 자신의 생활 조건을 폐기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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