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호페는 내가 못 본 건지 모르겠는데 같은 리버테리언들 외엔 언급이 거의 없음. 그래서 아예 호페가 기본적 틀을 가져온 하버마스-아펠의 담화윤리 자체에 대한 비판은 몰라도 호페에 한정한 비판은 많이 읎드라. 그래도 참고해 볼 만한 것은 이승은 "호페와 로스바드의 자기소유권과 정주의 공리비판"과 Danny Frederick의 "Hoppe's derivation of self-ownership from arguementation: Analysis and Critique"이었던 것 같음. 이 중 프레데릭은 리버테리언임.
호페는 논쟁을 하려면 자신의 신체를 사용하여 그러한 행위를 수행하는 과정이 필수불가결하고, 여기서 신체에 대한 배타적 통제가 일어날 수 밖에 없으므로 어떤 논쟁을 하는 자는 자기소유권을 암묵적으로 전제할 수밖에 없다고 봤음. 즉 자기소유권이 없다고 주장하려면, 먼저 자기소유권을 암묵적으로 전제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수행모순에 빠지므로 이러한 주장은 사실이 될 수 없다고 말함. "문장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문장처럼 그걸 주장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 된다는 것. 따라서 자기소유권은 반박불가능한 자연권이라는 게 호페의 이른바 논증윤리임.
이승은은 호페가 조건으로서의 권리와 규범으로서의 권리를 혼동하고 있다고 비판함. "자기소유권을 행사함으로서 자기소유권이 없다고 주장하는 이"는 엄밀히 말해 규범으로서의 자기소유권이 없다는, 즉 자기 소유는 정당하지 않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임. 반면에 그가 행사하는 자기소유권이란그러한 행위가 정당성을 가졌다는 의미가 아닌 주장을 위해 자기 소유가 필요하다는 의미임. "문장은 존재해선 안 된다"는 문장을 쓰는 데에는 문장의 존재가 필요조건이지만 이건 수행모순이 아님. 문장의 존재가 문장 존재의 정당함을 증명하진 않으니까.
이러한 점은 리버테리언들에게도 적용됨. 적어도 현재 사회에서는 그들이 정부 통치는 옳지 않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서 정부의 보호가 필요함. 호페의 논리에 따르면 이는 "정부에게 보호받을 권리"를 암묵적으로 전제한 셈이지만 이것은 필요조건일 뿐, 그것이 정당하다는 규범으로서의 권리가 아니기에 그렇다고 해서 수행모순이 되지는 않음.
다음으로 프레데릭은 호페가 자신의 저작들에서 직접 말하지는 않은 숨은 논증하나를 자신의 논증윤리의 전제 중 하나로 삼고 있다고 주장함. 프레데릭이 "상호 인정(recognition) 논증"이라고 부른 이것을 호페는 다음과 같은 과정을 통해 논증함.
1. 주장은 인지적인 동시에 수행적이다.
2. 주장을 하는 이는 자신의 신체를 사용한다.
3. 논쟁하는 자들은 그 논쟁을 함에 있어서는 협력적이란 의미에서 충돌에서 자유롭다.
4. 그러므로 사람들이 논쟁에 참여할 때, 그들은 서로가 신체에 대한 배타적인 소유권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리고 프레데릭은 3 가지 반례를 들어 처음 세 전제가 맞대도 4번째는 아닐 수 있음을 입증함.
1. 귀족이 노예에 대한 완전한 소유권을 가진 사회. 다만 그들은 특정 기간마다 회의를 하며, 여기서만큼은 노예들도 발언권을 얻지만, 그들은 단지 이 회의에서 발언할 배타적 권리(right, 따라서 자기가 말을 하기 전이 회의가 끝나지 못하게 할 수 있다)만을 인정받고, 신체의 배타적 소유권을인정받지는 못한다.
2. 이번에는 귀족이 노예에게 회의장에서 발언할 권한(liberty, 그러한 행위를 할 수는 있되 다른 사람이 행위를 막지 못하게 할 수는 없단 것,)을 준다. 권리가 아니라 권한이기에 이는 언제나 귀족에 의해 박탈될 수 있다. 아무도 노예들이 배타적 자기소유권을 가졌다고 인정하지 않지만, 여전히 회의는 가능하다.
3. 아까의 사회에서, 한 노예가 정말 필요한 말이라 생각되어 발언권한을 받지 못했음에도 일어나 발언한다. 귀족들은 분노하지만 발언이 흥미로워 당장 제재하지는 않는다. 그 누구도 노예에게 발언할 권리나 권한이 있다고 보지는 않지만, 그들은 "마치" 노예가 그러한 권한이 있는 것처럼 행동하여여전히 회의를 할 수 있다.
호페는 상호 인정 논증에 따라서 "논쟁을 하기 위해서는 자기소유권을 인정해야 한다"라는 결론을 도출하고, 이를 전제로 논증윤리를 펼치지만, 위의 이유로 이 전제는 타당하지 않고 따라서 논증윤리 역시 거짓이라는 것.
보니까 "프레데릭은 호페가 말하는 인정을 '의식적 인정'으로 이해했는데 '무의식적 인정'이 더 맞지 않나"하는 반박이 있긴 한데, 결국 무의식적 인정이란 게 프레데릭이 제시한 3번 사회처럼 "마치" 권한이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고, 누군가가 도둑질이 옳은 것처럼 행동한데도 여전히 도둑질은옳지 못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처럼 인정하는 것처럼 행동한다는 것 가지고는 여전히 호페의 주장을 전혀 정당화시키지 못할 듯함. 암튼 요약하믄 이 정도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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