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게 살자(2007) 감독 라희찬
늘 성실하고 맡은 바 책임을 다하던 형사, 정도만(정재영 역)은 도지사 비리를 수사하던 끝에 교통순경으로 좌천되고, 신임 경찰서장 부임 첫 날부터 교통법규 위반 딱지를 뗀다. 동료 경찰들은 그런 정도만에게 "너 좀 적당히좀 하라. 서장님 부임 첫날부터 꽃다발은 아닐 망정 딱지를 드리고 그러냐." 며 핀잔하고,
은행강도 사건이 빈번하던 해당 관할에서 서장은 은행강도 모의 훈련을 실시한다. 제비뽑기로 역할을 분담하자던 처음 말과는 달리 서장은 정도만을 따로 불러 "강도 역할은 거기(뽑기통에) 들어 있지도 않았었어." 라며 도만에게 따로 강도 역을 지시한다. 그가 뽑았던 순찰조 제비는 자기가 돌려받아 처분하고서.
적당히 하고 끝낼 거라 생각했던 서장은, 그러나 정말로 정도를 몰랐던 순경, 정도만의 "진짜 같은 훈련"에 점점 말려들기 시작하는데...
초점이라면 분명 코미디를 걸고 나왔음에도 주인공 정도만은 영화 내내 웃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종일관 매우 진지한 표정. 그리고 점차 그에게 협조하기 시작하는 은행원 등 인질들.
나는 늘 과도하게 해석하는 버릇이 있지만, 어쩌면 그 큰 줄기를 통해 감독은 "당신이 진정 진실하고 진지하게 살아간다면 당장은 그 때문에 고난을 받고(정도만이 좌천했듯이), 비웃음을 살 지 몰라도(동료 형사들이 답답해했듯이) 끝에는 모두가 그에 감화하여 다시 돌아올 것이다. 와서 당신을 도을 것이다." 라는 메세지를 전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한다.
이걸 얼핏 느낀 장면은 버스 탈주 장면인데, 정도만은 "버스를 준비시키고 모든 병력을 반대쪽 건물 옥상으로 이동시켜라. 그리고 삼포항에 배를 준비해둬라. 이를 어길 시 10분마다 한 명씩 사살하겠다." 고 한다. 그 사이 한 명이 죽고, 또 한 명이 죽을 차례가 되자 더 버티지 못한 서장은 "병력 빼고, 버스 수배해." 라고 지시한다. 그리고 인질들과 함께 정도만이 버스에 올라 탔다.
...고 생각했지만 거기 정도만은 없었다. 그저 인질들끼리 도주극을 벌인 것이고, 이 전까지 정도만을 통해 일목요연하게 전개되던 강도극이 이 장면에서만은 그 어떤 장치도 없이 진행된다. 정도만은 내내 치밀했다. 그랬던 정도만이 이번엔 아무 말도 없었다.
"당신들이 버스에 안 타고 바로 투항하려고 하면 뒤에서 내가 쏠 것이고, 버스에 탄 뒤 최대한 도망하지 않으면 당신들 짐 가운데 숨겨둔 내 폭탄이 뻥! 터질 겁니다. 최선을 다해 도망치기 바랍니다." 라는 말이 나올 법한 부분이건만, 아무 말도 없이 전개되어 인질들은 최선을 다해 도주한다. 심지어 운전자가 형사다. 정도만을 비아냥댔던 동료 형사.
그래서 그런 감상을 받았다. 감독은 그런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하고.
영화는 정말정말 재밌다. 좀 심심한 감도 있지만. 킬링타임으로는 딱 괜찮은 영화다. 그 이상을 바라고 보기엔 조금 부족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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