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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22

[일반] 진로에 대한 고민앱에서 작성

소록엽선

2023.12.13 15:18:59

조회 161 추천 1 댓글 10

가죽공예 하다가 캔버스 재료 들어간 인조가죽에 쩔쩔매고 안감 다루기에서 막혀서 아예 차라리 패브릭에 익숙해져 보자고 지금은 쉬는 김에 원단 떼어다가 편하게 메고 다닐 수 있는 (근데 처음에 만들었던 루즈한 변형 에코백 스타일보다는 더 각도 잡히고 심지도 조금 넣고 한) 천가방 제작 중임

입체 종이접기, 그림, 소설, 목공, 코딩, 소잉, 가죽공예...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좋아하는 일들은 전부 무언가 유용한 것을 만드는 창조적 행위였던 것 같아.

지금까지는 대충 월급쟁이나 몸으로 때우는 막노동 하면서라도 이건 취미의 영역으로 남겨두자- 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취미를 하면 할수록 내가 창조적인 행위를 할 때 그 누구보다도 행복하다는 걸 알았음. 막말로 대학교 중퇴 후 여러 병으로 몇 년을 공백기 상태였던 날 받아줄 회사도 없을 거 같고, 다시 그 대학에 재입학해서 졸업장을 딴다는 건 (나름 인서울이니 쳐주는 곳은 있겠지) 내가 대학생활에 트라우마가 있는 만큼 견딜 수 있을 거란 생각도 안 들고 해서 아마 이게 업이 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하는 예감이 스멀스멀 기어오르네. 뭐 돈 욕심 사치 욕심은 없으니 딱 먹고 살 만큼만 벌자면 홈공방을 차리거나 근처 문화센터에 강사 알바를 추가로 뛰는 등 찾아보면 길은 있겠지.

다만 나 자신에 대해 확신이 없다.

'내가 스스로 할 수 있을까' '혹시 내가 실패하면 모든 부담을 가족이 짊어지게 되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앞서서 누구나 할 수 있는 거에 오만한 헛바람이 들어서 이렇게 나대는 게 아닐까, 하는 스스로에 대한 의심이 계속 드네.

나름 재활용 패브릭과 가죽을 메인으로 한 아이템도 비교적 확실하게 머릿속에 갖고 있지만 이게 과연 수요를 낼 수 있을까에 대해선 여전히 회의적이다. 차라리 일단 스타트를 끊고 나면 맨땅에 헤딩 식으로 거래처를 알아보건 펀딩을 시도하건 인스타 마켓 같은 데에서 초기 수요를 알아보건 뭐라도 할 텐데, 도저히 이 스타트를 끊는 게 잘 되질 않는다.

용기를 좀 더 내 보는 게 맞는 걸까, 아니면 포기하고 취미로 남기는 게 맞는 걸까. 이게 맞는 길이라면 공방을 다니고 자격증을 따고 하면서 미래에 투자할 준비는 얼마든지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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