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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장문) 윤리적인 가죽공예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앱에서 작성

소록엽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1.05 07:34:27
조회 143 추천 2 댓글 2
														

우선 가죽 좋아하는 사람들 비난하는 글 아니고 오히려 막연한 윤리적 문제에 대한 두려움 갖지 말고 도전해도 좋다는 글에 가까운 점 서두에서 밝히고 감. 나도 공예하다가 느닷없이 혼자 현타맞아서 쓰는 글인 만큼 분란성 글 같다면 짤라도 얼마든지 OK한다

개인적으로 가죽이라는 소재에 대한 애정이 큰 편인데, 가죽을 접한 지 얼마 안 돼서 그런가 아직은 내가 재단하는 중 낭비되는 가죽 조각을 보면 스트레스를 좀 받는 편이다. 쓸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애매하게 작은 자투리는 본드닦개로라도 쓰게 계속 모으는 편이고, 그나마 소파 만들면서 나오는 자투리 가죽이 덜 스트레스받으면서 쓸 수 있는 물건임. 지금도 타로카드 케이스 만들겠다고 가죽 재단하는 중인데 동시에 양가감정도 조져서 혼자 좀 앓고 있기도 하고. 차라리 가죽 상태가 좋거나 가공 과정에서 남은 손상만 있으면 괜찮은데, 벌레물린 자국이나 흉터 같은 살아있는 가축임을 짐작할 수 있는 흔적이 보이면 마치 내가 직접 동물을 죽이기라도 한 것 같아서 더더욱 스트레스받고.

지금부터가 본론인데,
1. 가죽공예는 의외로 그렇게까지 비윤리적이지 않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경이 쓰인다면 방법이 있다.
이건 내가 나 자신을 다독이는 글이기도 하니 이 전제를 중심으로, 전반적으로 가죽공예에 대해 긍정적으로 풀어나가려고 한다.

1. 가죽공예는 의외로 그렇게까지 비윤리적이지 않다.
소, 양, 염소 등의 가죽은 기본적으로 고기의 부산물이다. 물론 가죽만을 위해 도축되는 동물이 없다고는 말 못 하겠는데, 그런 건 대체로 일반적인 공예가들이 쓰기엔 부담스러운 최고급 물건일 거고 우리가 쓰는 건 대체로 고기의 부산물로 나오는 거겠지. 좋은 가죽을 얻기 위한 조건이 좋은 고기를 얻기 위한 조건과 대체로 비슷하기도 하니 말이야.
고기를 위해 도축을 하면 필연적으로 못 먹는 부위가 나올 수밖에 없는데, 가죽은 이 중 하나고 그냥 버려질 수도 있는 부산물을 가공을 거쳐 우리는 유용하게 쓰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 우리가 가죽공예를 한다고 해서 가죽을 위해 동물이 더 죽을 가능성은 그렇게까지 높지 않고, 오히려 폐기물을 처리하고 가죽을 대신할 석유화학제품을 만들면서 발생하는 환경 파괴를 그만큼 줄인다고 볼 수도 있는 거지. 윤리가 꼭 지금 존재하는 동물에게만 적용되는 건 아니잖아? 앞으로 태어나고 살아갈 동식물을 위한 선택이라면 그것도 윤리다.
물론 사육이나 가공 과정에서 오염이 발생한다는 걸 지적할 사람도 분명히 있을 거다. 그런데 사육 과정의 오염은 가죽을 쓰지 않아도 고기의 수요가 존재하는 한 사라지지 않고, 가공 과정의 오염은 베지터블 가죽의 존재로 반박이 가능하다. 나는 굉장히 보수적으로 잡고 있긴 하지만 가죽과 대체 가죽이 환경에 끼치는 영향은 큰 차이가 없다고 보는 입장이라 굳이 가죽을 배척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굳이 따지자면 '찝찝함'이라는 그다지 근거가 없는 감정에 바탕한 판단에 스스로를 맡기고 싶지는 않달까. 나는 가죽이란 소재를 좋아하고, 이게 환경에 영향을 특별히 더 주지 않는다면 꺼릴 필요는 없는 거지. 애초에 남이 만든 가죽 제품은 잘만 사는데 뭘.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경이 쓰인다면 방법이 있다.
몇 가지는 내가 실천하고 있는 거기도 한데, 첫째로 특수피혁을 사용하지 않는 게 있다. 다른 사람에게까지 강요하면 그건 극단주의자라고 생각하고 그냥 내가 안 쓰면 된다. 소가죽 등에 패턴을 입혀 모방한 걸 써도 좋고, 나처럼 특수피혁에 매력을 크게 못 느끼는 사람이라면 그냥 특피를 머릿속에서 잊어버리면 되는 거고. 아무래도 특피는 가죽을 위해 도축되는 동물의 비중이 보다 커지게 되니만큼 (물론 부산물로 남은 고기도 어딘가에 쓰이긴 하지만) 이게 심적으로 부담이 되면 안 쓰면 된다고 생각한다.
비건레더라고 나오는 식물성 재료가 들어간 인조가죽...은 직접적인 도축 자체가 스트레스를 주는 상황이라면 대안이 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일반 레자 얘기 아님 난 이건 존나게 부정적이다). 물성 자체는 가죽보다 열화되어 있지만 그럴싸한 질감을 내 주고 대부분 친환경적인 재료(특히 수확 및 가공 과정에서 버려지는 부산물)를 사용한 것들이라 연습용으로는 각 비건레더의 물성을 잘 이해한다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한다. (난 한지 특유의 동물 가죽과는 차별점이 있는 질감과 상당히 질긴 표면이 마음에 들어서 한지를 바탕으로 한 비건레더를 선호함)

가죽공예에 대한 윤리성을 고민할 때에는 대체로 반대측 의견을 많이 접하게 되는데, 그런 이유에서 찬성 내지는 중립적인 의견을 한 번 정리해 보고 싶었다. 현업에 있는 사람이 아니고 아직은 그냥 취미인인 만큼 어디까지나 취미인의 관점에서 쓴 글이지만, 혹시라도 흥미는 있는데 가죽공예의 윤리 문제에 부담을 크게 느껴서 망설이는 사람이 있다면 이런 관점도 있다고 말하고 싶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글이 분란성이 될 소지가 보인다면 썰어도 좋다. 어디까지나 마음 편하게 좋아하는 걸, 이왕이면 더 바람직한 방법으로 계속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개인적인 이유를 적은 글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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