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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개 문답 

「우메조노의 베개, 그렇게 자기 좋아?」

요즘, 코마키의 집에 끌려오는 일이 많아졌다고 느낀다. 오늘은 특별히 용무도 과제도 없어서 따분할 뿐이라 상관은 없지만.

그러니까 어쩔 수 없이, 코마케에게 말을 걸어보려고 한다.

「평범한 베개니까, 잘 때 느낌도 평범해.」

「딱히 마음에 든 건 아니구나. 그 베개가 아니면 잘 수 없잖아?」

「이미 몸에 밴 게 좋은 건 당연하잖아.」

「그건 그런데…… 우메조노라면 좋은 걸 쓰는 줄 알았지.」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그녀의 베개를 들어보려고 했다. 하지만 뻗은 손은 코마키에게 저지당한다. 그녀는 강하게 내 손목을 잡았다.

좀 아픈데. 그렇게까지 베개를 건드리지 않았으면 하는 건가. ……우리 집에 올 때마다 내 베개를 늘 껴안는 주제에. 치사하다, 라고 생각한다.

「와카바. 뭘 건드릴려고 하는 거야.」

「상관 없잖아, 조금 정도는. 우메조노도 내 베개는 늘 건드리면서.」

「나는 괜찮지만, 와카바는 안 돼. 와카바가 내 걸 건드리면, 잘 때 기분이 나빠져.」

아무리 내가 싫다고 해도, 만지는 것만으로도 잘 때 기분이 나빠진다고 하는 건 좀 열받는다. 억지로라도 만지려고 해보지만, 코마키의 힘이 너무 강한 탓에 스치는 것도 불가능하다.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쩔 수 없다. 오늘은 이걸로 끝내자.

「……이제 건드리려고 하지 않을 거니까. 손 좀 놓아줘.」

「놓으면 분명 건드리려고 할 거잖아. 안 놓을 거야.」

「……놓아준다면, 바로 돌아갈 거니까.」 

「그럼, 평생 안 놓을 거야.」   

아주 자기 마음대로다. 별 일도 없는데 승부도 하는 것도 아닌, 그렇다고 해서 무언가 말도 안 되는 명령을 하는 것도 아니다. 오늘의 코마키는 좀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아니, 코마키는 늘 상태가 이상하니까, 오늘의 코마키도 상태가 이상하다는 게 맞는 말이겠지만. 

대체 뭐지, 라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면, 돌아가고 싶은데.

……아니, 딱히 뭔가를 했으면 좋겠다는 건 아니고. 단순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꺼림칙할 뿐이다. 나는 그만 한숨을 내쉬며 이야기 주제를 바꿨다.

「……그러고보니. 우메조노는 수학여행 같은 곳에서도 늘 나를 베개삼아 왔는데, 내가 그렇게 안기 좋아?」

「딱히. ……베개와 같아. 그냥 익숙해졌으니까. 그것 뿐이야.

「흐음……? 그럼, 오늘도 똑같이 해서 자볼래?」

코마키는 눈썹을 찌푸렸다. 농담이 통하지 않는 건 여전하다.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아하하, 농담이야, 농―」

「와카바」

재빨리 침대에 앉은 코마키에게 손이 이끌려진다. 균형이 무너져 침대에 뛰어들게 되더니, 꽃 같은 향기가 났다.

「거기서 자.」

「상관 없는데……」

낮잠을 자는 거구나. 분명 내 말대로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코마키는 정중히 베개를 주변에 던지고, 나를 다키마쿠라처럼 해온다. 뭐라고 할까, 라고 생각하게 된다. 코마키가 어떤 말을 해줬으면 하는지는 나에게는 모르겠지만, 석연치는 않다. 그저, 나를 안아오는 코마키는 여전히 코마키라고 느껴져, 그것에 조금 안심하는 나는 분명 바보같다고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