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계간 파란에 넣어본 시 중 '곰팡이' (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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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9

[시] 이번 계간 파란에 넣어본 시 중 '곰팡이' (재업)

고오급

2020.12.28 20:07:21

조회 176 추천 14 댓글 4

"곰팡이"

키보드 한 칸 너머 다음 칸으로

손가락이 향하기엔 무릇 먼 시간이 흐른다.

상념은 푸르른 수풀을 헤매고

헤매다 보면 곧 뱃속의 아귀가 문 두드리고

그렇게 바닥은 삽시간에 아지랑이로 그을린다.

얼룩무늬 씐 납작 접시 위 놓인 빵

한 덩이를 먹어 넘기기

열댓 번의 눈 깜빡임과 마른침이 필요한 지경에 이르렀다.

하나를 넘기면 아귀는 복부를 찢고 나와

팽개쳐둔 포장비닐을 응시하고

그럼 나는 하염없이 무기력한 두 손으로 엎드린 몰골을 끌고 가

하나, 둘 나머지 빵 덩이 뜯어 목젖사이로 넘겨짚겠지

낮은 천장의 높이는 여태 나의 머리 위에 멈춰선

푸석해진 빵 조각보다도

바닥에 눌러앉은 여기 단물

빨아 먹힐 생각에 질려 누런 두건을 엮고

겨우내 보일러 70도로 맞춘 채 잠 이루려 애쓰는 탓으로

탁자에서는 손을 뗀지 오래로

나는 결국 녹는 것일까

나는 결국 녹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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