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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나는 매일 밤이 아쉽다

페나메나(121.141) 2020.12.29 23:36:48
조회 83 추천 0 댓글 0
														

 나는 매일 밤이 아쉽다. 이런 나에게 사람들은 보통 오늘만 날이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내 머릿속에는 항상 "오늘이 바로 그 날이야."라는 생각으로 가득차 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밤을 놓을 때를 나는 점점 미룬다. 한 잔이 아쉽고, 한시간이 아쉽다. 한 사람이 아쉽고, 한 밤이 아쉽다. 누군가에 의지하려는 버릇을 놓자고 다짐한지는 꽤 되었지만 이제는 밤에 의지하는 것으로 나의 전략을 바꾼 듯하다. 사실 밤의 거리를 걸어도 딱히 하고 싶거나 가고 싶거나 마시고 싶은 술은 없다. 그럼에도 나는 걷는다.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여자를 찾아 나서는 것도 아니다. 그냥, 잠드는 시간을 미루고 방에 혼자 남아 있는 시간을 줄이려는 것이 내 목적인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약간 취한 나는 잠깐 하늘을 올려다보며 오늘이 지나감에 감사한다. 할증이 시작될 때까지 나는 집에 들어갈 줄을 모른다. 


 그 밤에 나는 술을 마신다. 혼자서도, 친구와도. 외출을 안한 방에서도 나는 맥주 한 캔은 꼭 따는 편이다. 한 때는 술에 취하지 않으면 잠이 들지 않을 때도 있었다. 이별 후 가슴이 아프다는 노래들. 나는 마냥 레토리컬한 말인 줄 알았지만 그것이 단순한 묘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나는 취하지 않으면 잠에 들 수 없었다. 혼자 마시던, 친구와 마시던 내 고독감과 가슴의 통증은 나를 지나치지 않았다. 사실 친구와 마실 때도 그 자리가 끝난 후에는 혼자 마시는 시간을 갖는게 대부분이다. 나는 혼자 마시는 것이 외롭지 않다. 아니 혹시 혼자 마시는 것으로 내 고독감을 이겨내려, 아니 무마하려 노력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시도는 번번히 실패한다. 가끔은 누군가와 얘기가 붙는다. 원치도 않고 원하지 않는 상황도 아니다. 나는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으며 나를 드러낸다. 그들이 나에게 호감을 가지던 아무 생각이 없건 우린 전화번호를 교환하지 않는다. 가슴의 통증을 조금은 잊어버린 나는 그냥 상상력이 결여된 꿈을 꾼다.


 아프지 않을 때도 술을 마시는 것은 매한가지다. 혹시 나는 매일 아픈 것이 아닐까? 그래도 이제는 가슴의 통증은 가신 상태이다. 누군가를 생각할 때 후회는 가질지언정 시간을 되돌리고 싶지는 않다. 시간은 실수들을 지운다. 내가 했던 많은 실수들은 더이상 나에게 죄책감을 일으키지 못한다. 나는 그 실수에게서 배우려는 노력을 가진다. "이제 그러지 말아야지. 이제 다신 놓치지 말아야지." 나는 바둑 기사 처럼 잦은 복기를 하는 사람이다. 가끔은 무언가를 배우며, 다시 그 실수를 안할 태세를 정비한다. 실제로 몇몇 실수는 이제 조금 나에게서 멀어진 것 같다. 하지만 여전한 내 습성은 치명적인 실수를 반복하게 만들며 영원한 시간은 또 다른 실수를 매우 창의적인 방식으로 나를 찾아오게 만든다.


  나도 사실 이 반복되는 밤들에 진저리가 쳐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더이상 밤거리를 서성이고 싶지 않을 때도 많다. 가끔은 어서 빨리 내 방으로 돌아가 이어폰보다는 조금 좋은 스피커로 내 감성을 달래고 싶다. 이별을 노래하는 노래보단, 담백히 사랑을 노래하는 가사가 좋다. 아니면 마치 나처럼 지나간 여러가지 것들을 복기하는 노래들이 좋다. 아니면 새로운 사랑들에 대한 희망을 노래하는 가사들이 나의 밤을 지배한다. 하지만 노래 가사만큼 매너리즘에 빠져있는 것들이 또 없어서 그 노래들을 듣는 나에게 아무런 희망이 떠오르지 않는다. 가끔은 가사를 쓰고 싶다. 후렴구는 분명히 "나를 사랑해줘."가 될 것이다. 벌스들은 언제나 변명들일 것이다. 나는 나의 변명들이 그들의 마음을 전혀 동하게 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아니면 역효과가 날 것을 알면서도 지리하게 쏟아낸다. 나는 마치 내 감정을 걷어차주길 바라는 것 만 같다. "그래도 내 손을 잡아주겠니."가 내 곡의 주제이다. 내가 밤에서 얻고 싶은 것은 사랑이나 사람이 아닌 것만 같다. 아무래도 내가 얻고 싶은 것은 동정이 분명하다. 하지만 누가 나를 동정해 준다는 말인가. 약간 감이 온다. 앞에서 말했듯이 나는 밤에게서 그것을 얻고 싶을 뿐이지, 사람에게서 그것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취한 나를 새까만 하늘이 위로한다. 밤은 적어도 나를 침대에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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