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태여 슬프려는 밤 - 문학평론 마이너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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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2019-11-19

[시] 구태여 슬프려는 밤

고오급

2021.01.02 18:58:50

조회 89 추천 13 댓글 0

"구태여 슬프려는 밤"

4차선, 빵집 건너서 빨간 버스를 기다리며

언제나 가파른 언덕 사이로 보이는

사람 흔적들로부터 위안을 받고 싶었다.

어쩌면 하수구 피는 뭉게구름이 순진하려나

그런 식의 얌전한 슬픔

구경거리는 우선 그뿐이겠다.

아직 춥구나

이리 싸매고 앉아 있으면

친구가 하나 둘 모인다.

서로 얼굴도 모르는 채 첫 차에 올라타

멍한 외로움 함께

창밖 고개를 돌려보지만

그렇게 상가를 지나가면 생각에 잠긴다.

낮의 것과 밤의 것은

풍경이 꽤나 다르더란다.

온 세상 어두워 갈 곳 잃은 내가

바라볼 수 있는 세상이란

이상하리만치 선명한 조명들

적혀있는 낱말들

낱말을 꾸민 그림들

그림을 채운 색

모든걸 지나쳐 창가 홀로 남은 이에게 던지는

작고 소중했던 외로움일까

하는 얌전한 슬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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