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저한테 고백 한번만 해주세요."

"갑자기 무슨소리야?"

"고백받는 기분 느껴보고 싶어요. 저한테 고백좀 해주세요."

"내가 생각하는 그런 고백...?"

"네. 사랑 고백이요."

"아니...고백을 남한테 해달라고 요구하다니...보통 고백은 하는사람이 하고싶어서 하는거 아니야?"

"선생님 저 좋아하는거 아니었어요?"

"어? 어??"

"저 좋아하는거 아니었냐고요. 전 선생님이 저를 좋아한다고 생각해서 말씀드린건데."

"아니...그...좋아하긴 하는데...그래도 이런식으로는....?"

"뭐야. 좋아하는 상대가 고백해달라고 부탁까지 하는데 고백을 안한다고요?"

"아니 언젠가는 할 생각이었는데 이런식으로는 생각도 못했지...근데 고백받는 기분을 느껴보고 싶다니...너 정도면 고백 여러번 받아봤을거같은데?"

"여중 여고 나왔고 졸업하고 나서는 대학도 안가고 아이돌 연습생 하다가 방송하고있고. 딱히 남이랑 만날만한 취미랄것도 없고. 접점이 없어서 어쩌다보니 고백을 못받아봤네요? 선생님 말고는 남자 지인도 없어요. 길에서 번호따이고 그런건 사실 고백이라고 볼 순 없고."

"의외네..."

"선생님 아니면 이런 부탁도 못해요. 빨리요."

"고백은 뭔가 좋은 장소에서 좋은 멘트를 준비하고 해야할거같은데. 아무것도 준비 못했다고."

"선생님. 장소도 멘트도 중요하지만 고백에서 가장 중요한건 타이밍이에요. 상대방 여자가 대놓고 고백해달라고 부탁하고 있어요. 이것보다 더 좋은 타이밍이 있을까요? 절대 거절당하지 않을.. 그야말로 절대 타이밍 아닐까요?"

"그런가..?"

'하긴...뭔가 어떨떨한 상황이긴 한데 망망이도 나한테 마음이 있고 고백하면 받아줄거니까 이런 부탁을 하는거겠지..?'

"여자를 기다리게 하는건 매너가 아니라고요."

"알겠어 망망아...그럼..."

나는 잠시 숨을 고른 후 말했다.

"망망아 좋아해. 너에 대한 내 마음을 다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어. 그냥 너랑 오랫동안 봐왔지만 넌 볼수록 더 많이, 더 깊게 알고싶어져. 넌 그런 사람이야. 우리 사귀자. 절대 후회 안하게 해줄게."

"..."

'왜 아무 대답이 없지...?'

"하...이런 기분이었군요...요즘은 고백은 도전이 아니라 사실상 사귀는 사이끼리 하는 확인이라고 한다고 하죠. 전 솔직히 그렇게 좋아하는 말은 아니에요.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사람한테 거절당하거나 관계가 끝장날수도 있는데도 그런 위험때문에 내 마음을 포기하기에는 이미 마음이 너무 커져서 용기를 내 한걸음 내딛는 순간이니까. 그래서 참 특별한거 같아요."

"망망아...그럼 우리 이제 사귀는거야...?"

"네? 아뇨. 그냥 고백 한번 받아보고 싶었어요."

"뭐야! 사람을 가지고 노는거야? 내 마음 뻔히 알면서 네가 먼저 고백해달라고 해놓고. 고백하니까 그걸 거절한다고? 너 진짜..."

"이 좋은거 저만 받아보고 사귀면 불공평하잖아요. 서로 한번씩 주고받아요. 선생님..저도 선생님 좋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