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같은 플랫폼 등장하면서 기악전공은 더 살벌해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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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24

[일반] 유튜브같은 플랫폼 등장하면서 기악전공은 더 살벌해진듯앱에서 작성

바갤러(169.155) 2024.03.19 19:12:23

조회 506 추천 9 댓글 6

옛날엔 동네 비디오가게에서 비디오 빌리거나 방송국에서 틀어주는 영상만 접하는게 전부였잖아. 비디오테이프로 소장하지 않는 한은 다 그렇게 일회성 컨텐츠였고.

그래서 클래식 1세대들에 대한 추앙도 컸고 클래식 악기 전공자에 대한 대중적 이미지도 되게 환상이 많이 가미돼 있었던거같아. 와~ 막 멋있고~ 바이올린같은 악기 다루는 모습만 봐도 막 있어보이고 막~ 그랬던듯. ㅋㅋㅋ 공연도 꽤 큰맘먹고 표 사거나 구해서 가고. 그런 시대가 있었지. 그때가 피아노를 비롯해서 동네 음악학원들 전성기였고.

근데 요샌 보면… 어느새 유튜브를 기본으로 뭐 수많은 곳에서 맘만 먹으면 이사람 저사람 마구 손가락질하고 비교해가면서 쟤가 더 잘하게 쟤는 별로네 하는것도 (심지어 거장들 상대로도) 가능한 시대가 돼버림. 아무나. 누구나. 인터넷 있고 스크린만 있으면.

되돌려보고 느리게보고 하면서 누구는 손을 어떻게 쓰는지 누구는 팔을 어떻게 쓰는지 낱낱이 해부해서 뜯어보는것까지 가능하고.

생각해보면 진짜 무서운 세상인거임.

얼마전에 여기서 누가 얘기해서 생각난김에 유튜브로 몇몇 학교들 졸업연주회들 영상 찾아본 적이 있어.

수년전 영상부터 최근 영상까지 이거저거 보면서 드는 생각이..

첫 번째 생각은 ”별로 특출난 사람 없이 그냥 다들 수준이 비슷비슷하네? 들을만한 정도네? 곡 선정은… 저정도 X년차 전공자면 이정도 곡들 하는구나?”였고

두 번째 생각은 (내가 첫 번째 생각들을 했단 사실을 스스로 인식하고 놀라서)

‘와… 난 설령 실력이 되더라도 전공은 못하겠다’ 였음;;

요즘 시대에 기악전공해서 하나라도 어필하고 음악계에 내 자리 만들고 먹고살려면 저렇게 나를 계속 노출시키고 내 연주를 녹화한걸 모두에게 오픈시켜 영구박제시키는걸 감수해야하는데…

생각해보니 너무 끔찍한거야.

문과나 이과 나와서 이십대 중반쯤 취직하면 아무리 개판으로 구르거나 좌충우돌하며 성장해도 그게 어디 영구박제되거나 누가 내 흑역사 기록 다 새겨서 갖고있진 않잖아.

근데 기악을 전공해서 그걸로 먹고살라면 인스타든 틱톡이든 유튜브든 아프리카든 어디서라도 나를 계속 공개해서 보여줘야하고 기록도 남겨놔야한다는게 난 도저히 못견딜거같음. 당연히 개중에 유명인은 극소수지만, 그렇게 나의 연주력과 실력을 아무리 고르고 골라 업로드하더라고 오픈된 곳에 “전공자 ㅇㅇㅇ” 라고 박제해두는게 그 자체만으로도 수치스러워.

특히 전공생 애기들은 요새 부모들이 여러분 보세요 내 자식은 7살인데 벌써 이걸합니다 식으로 주기적으로 녹화해서 유튜브로 (미래의 연주자가 될 내 아이의 팬 확보 일찌감치 해두려고) 광고하잖아. 개중에는 엉망진창인 실수도 간혹 섞여있기도 하고 여기 디시에서도 하는것처럼 이 아이 저 아이 두고 비교도 하는데… 내가 그 대상이 된다고 생각하면 악몽이 따로 없더라.

그리고 사람들이 남기는 평가들이 온 사방에 소셜미디어고 커뮤고 어디고 죄다 손가락 몇번이면 남들도 볼수있게 남겨지는데…

나는 맨정신으로 그런 환경에서 클래식 전공자로 살 수 있을거 같지가 않음 ㅋㅋㅋㅋ ㅠㅠ

유튜브 같은게 세상에 없던 시절…

클래식 악기들처럼 어려서부터 엄청난 희생을 요구하는 수련에 가까운 분야는,

그 시절이 꽃 같은 화려한 전성기였던듯해.

이젠 너무 발가벗겨져서 보여줄 판타지가 없어.

넘볼수없는 천상계수준 연주력이 아니면,

사람들이 인식 가능한 곡들에 에코랑 음보정 등등을 더하고 한편으로는 청자들에게 수다로 어필하며 입터는게 그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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