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에 다시 본 시달소

시간을 달리는 소녀 갤러리
마이너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인생작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 대한 내용을 이야기하는 곳입니다

매니저

앙기(mun0333)

부매니저

없음

개설일

2016-01-14

냠냠

2023.03.12 23:54:28

조회 643 추천 15 댓글 2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처음본건 2008년 화창한 겨울이였다.

당시 나는 올라가는 17살이였고, 연합고사를 치르고 난 뒤였다.

여느때와 같이 설 제사를 마치고 다음날, 우리는 아직 할머니 집에 있었다.

재미없는 씨름, 예능을 보고있자니 너무 지루하던 무렵에 삼촌이 노트북을 가져와 영화를 보여준다고 했다.

그 무렵 삼촌은 정말로 신세대같았고 멋있었다.

4남매중 막내라 그런지, 게임기와 영화에 대한 편견이 없었고, 노트북과 닌텐도를 빌려주며 내게 게임을 시켜주기도 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통해 시간을 거스른다는 소재를 처음 접했고 꽤나 신선했다.

나에게도 그런 능력이 생겼으면 하는 생각을 고등학교 입학 후에도 자주 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대를 갔다가 대학교를 지나 사회에 진출하게됬다.

돌이켜보니 당시엔 힘들고 느리게 흘러가던 시간들이 얼마나 빠르게 흘러갔었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얼마전 설날, 이젠 우리집에 모인 사촌들과 제사를 지내고 그날 밤 삼촌과 술을 같이 마시게되었다.

어릴때 봤던 멋지고 신세대스러웠던 삼촌은 어디가고, 휴대폰으로 영화 예매도 못하는 사람만이 앉아있었다.

늦은 결혼으로 얻은 어린 자식 때문에 힘들다고,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했다고 하소연하는 늙어버린 삼촌의 모습이 너무 씁쓸해 마음이 아랴왔다.

이후 삼촌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시간을 달리느 소녀"를 다시 보았고, 잠시 그때의 추억에 잠겼다.

영화가 개봉한지 벌써 16년이 지났다.

시간이 참 빠르다...

"Time waits for no one."

2008년, 우리는 알지 못했지만 혹은 알았다 해도 살면서 신경쓰지 못했지만, 이 문구는 그 당시 영화가 우리에게 줬던 경고였던것 같다.

또한, 흘러버린 시간속에서 무능력해져버린 삼촌과 나를 비웃는거 같았다.

영화 마지막에 나왔던 치아키의 대사 "미래에서 기다릴게"와 그에 대한 마코토의 대답인 "응, 금방 갈게. 뛰어갈게"의 의미를 그때 알았었다면 하는 생각을 했다.

미래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을 나의 꿈들을 생각하니 후회와 슬픔이 몰아쳐 올라왔다.

영화의 마지막을 곱씹으면서, 아직 내게 남은 날들에게 다시금 마코토가 치아키를 만나는 미래를 그려본다.

그리고 이 글을 읽은 다른 누군가도, 마코토가 되어 미래에서 치아키를 만나게 되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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