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에 qk75 첫 공제 타면서 입문한 뉴비임
이게 두번째 키보드고, 굳이 자작이라고 하지 않은건 도면을 내가 짠게 아니라 다른 분에게 제공받은 걸 가공한거라서..

입문하고 기다리는 기간이 참 지루한데 생각해보니 내가 쓸 물건을 직접 만들어서 써보고 싶어졌음

분야가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현재 비금속류 제조업 쪽에 근무를 하고 있기도 하고,(가공을 안한지는 5년 좀 넘었음)
알루미늄과 경도 등의 조건이 비슷한 소재를 다루는 업종이라 해보면 할만하다 생각이 들더라고

그렇지만 비슷하다 뿐이지 완전히 조건이 일치하는게 아니라 가공을 할 때 발생하는 문제점, 공구 조건 등에서 경험치가 없다보니 헷갈려서...
정보를 찾다가 지온쪽에 혹시나 하고 문의를 하였는데

...? 대체공휴일에 굉장히 친절한 답변을 주셨음.
감사의 말씀을 드렸지만 글쓰면서도 한번 더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__). 개인 작업 하면서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음


설계쪽은 아무래도 키보드에 대한 지식이 전무해서, 어쩌다 연이 닿은 분에게 소정의 수고비를 제공 드리고 도면을 부탁 드렸음.

디자인쪽은 아직 확고한 취향이 없어서 적당하게 부탁드렸고, 요청드렸던 사항으로는
1. 키보드의 전고와 각도가 낮을 것
2. 무게추가 노출될 것

그래서 설계해주신 분과 어느정도 대화가 되면서 이런식으로 확정짓기로 했음.

자경 : 7도
결합 방식 : 상판 결합
전고 : 18.5mm
스위치 : 다신흑 + 숏프링 50g

무게추 쪽은 사실 넣어보고 싶은 디자인이 있었는데 가공 전에 디자인이 나오지를 않아서 설비가 빌 때 우선 가공을 해두고,
디자인이 나오면 수정가공을 하던 레이저 각인으로 마무리를 하던가 였는데 추후에 나오겠지만 이 판단 때문에 다해놓고 뻘짓을 좀 많이 함

가공 결과물(샌딩 전)

아무래도 사내에 있는 설비는 비금속류 임가공 중에서도 건식 가공 용도로 세팅을 해둔 설비인데,
알루미늄의 경우 습식 가공이 정석이라 약간 편법을 이용해서 가공했음

거진 5년 넘게 프로그램 안짜고 공구 세팅 안하니까 하는데 엄청 버벅거리더라.. 그래도 내 물건 깎는데 재밌었어

이건 관련 계통 일하는 지인이 샌딩을 쳐준건데, 나중에 프라임에 방문해서 물건 의뢰 부탁하면서 여쭤보니까
키보드쪽은 이런식으로 하면 원하는 아노다이징 결과물이 안나온다고 하시더라고.. 괜히 했나 싶음

그리고 우리쪽은 보통 작업을 한 후에 사포 등을 사용해서 면을 매끄럽게 해주는데, 알루미늄쪽은 처음 접해보는거라 사포로 후처리를
해도 되는건지 안되는건지 몰라서 안했음.
나중에 아노다이징 결과 보니까 괜찮긴 한데 자세히 보면 미흡한 부분이 보여서 조금 아쉽더라.
다음번에 또 하게 된다면 그때는 사포로 직접 폴리싱이든 뭐든 표면 처리를 진행하고 아노다이징을 입혀볼까 싶음

이렇게 가공이 미흡한 부분도 있음 ㅎㅎ
포트홀 한번 더 깎아야하는데 프로그램 세팅 잘못해서 빼먹음
체결에는 문제 없기도 하고 usb 꽃으면 안보이는 부분이니까 뭐 그러려니 함(사실 수정하기 번거로움)

이렇게 해두고 기판 주문하고 키캡 골라놓고 무게추 디자인 기다리고 있었는데, 나왔더라고
작업하고 느낀건데 그냥 디자인 나온 후에 가공 한번에 했을걸 그랬다.. 쓸데없이 여러 공정 거치면서 뻘짓을 너무 많이 함
우선 레이저 각인으로 진행하기 전에, 각도가 있는 무게추를 평면으로 만들어 줄 보조 지그가 필요했음

그래서 후딱 지그 만들고 체결 검사 해봄. 나쁘지 않네

그다음 각인 테스트 / 진행
아깝게도 각인기의 최대 규격이 무게추보다 짧아서 작업을 2분할로 진행함
최대한 여러번 반복해서 새겼음. 무게추 한개당 30회 정도?

이건 각인 테스트 겸 찍어봄

본품 각인

해서 이런식으로 결과물이 나와서 바로 빠우 작업을 하려고 했는데, 음각 부분 그을린 자국을 지워야해서 프라임에 가서 샌딩을 부탁드렸음

나쁘지 않게 나온거같음. 이후에 두번 일하는 뻘짓이지만 빠우 작업을 하기 위해서 샌딩을 벗겨내고 광빠우 진행

광빠우 진행 후 경질크롬도금 진행
전해연마 업체를 알았다면 광빠우를 안해도 되는건데 뭐 아는 곳이 없어서... 아쉽지만 이정도로 만족해야지

무게추 가공하면서 음각을 같이 새겼으면 참 편했을건데ㅋㅋ 고생을 사서 했음

무게추 하는동안 심심해서 팜레스트 도 깎아봤음
알루미늄 파츠가 손에 닿기는 애매하고, 원래도 돌팜레를 썼던지라 인조대리석 주문해서 깎아봄
소재 조건을 몰라서 4개 시켰다가 2개 날려먹음 ㅡㅡ 갈라지고 끝에 깨지고....

어쨌건 이렇게 하니까 대충 준비는 된 것 같아서 프라임에 맡기러 갔음
거주지랑 회사에서 먼 거리가 아니라서 직접 방문해도 되서 좋더라

그렇게 해서 나온 결과물이
연질 밝은실버 약간광 (사무실용)
연질 연핑크 약간광 (집용)
팜레스트 1EA

인데, 집에서 쓸건 주문한 키캡이 아직 오지를 않아서 빌드를 못했다.....

사진은 정말 못찍으니까 양해좀 ㅈㅅㅈㅅ

자세히 보면 가공에서 아쉬운 부분이 몇가닥 보이긴하는데
가공쪽을 손놓은지 오래되어서 그런거라 아쉽지만 담번에 할땐 더 잘하면 되니까..쩝

핑크색 키보드는 키캡 주문해놓고 빌드 기다리면서 넘패드나 하나 더 깎아볼까 싶어

이런식으로 지금 만든 키보드랑 똑같이 포인트 아닌 포인트 주듯이 측면 곡선 주고 약간 투박한 느낌으로?

여러모로 부족하지만 어쩌다보니 입문하면서 내가 쓸 물건을 내가 만드는 재미난 체험을 해보네ㅋㅋ
빨리 핑크색도 빌드해서 완제품 만들고싶다..


글쓰는 재주가 영 없어서 여기까지 읽어주느라 고맙고,

오랜 기간 즐길 수 있는 재밌는 취미에 입문한 것 같은데 다들 재밌는 키보드 생활 했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