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시 일본과 일본인의 정신세계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일본의 라인 강탈이 시발점이었다

내가 볼 때 라인 강탈은 다분히 감정적인 행동의 결과물이었다

진정 라인과 IT 기술을 뺏고 싶다면

우선 라인의 서버부터 일본으로 들여와야 하고

라인을 운영할 수 있는 기술과 인력을 양성한 후 라인이란 플랫폼을 빼앗아야 한다

그러나 단순히 회사의 지분을 억지로 빼앗은 것을 보고 (그마저도 결국 네이버가 지분 매각을 거부했다)

나는 이것이 장기적인 목표나 비전이 없이 감정적으로 실행한

일종의 사보타주로 해석할 수 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라인 강탈 시도는 회사의 강탈도 실패한 것이고

일본의 IT와 산업에 장기적인 걸림돌이 될 수 있는 패착인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짓을 했나

나는 예전 2019년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을 떠올렸고

언젠가 읽었던 문구를 찾아 책을 다시금 탐독하기로 했다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 일본학의 정수라고 불리는 이 책을 읽고

나는 일본이 갖는 한국에 대한 현재 시점과 미래를 전망해 볼 수 있었다

루스 베네딕트는 일본인의 정신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각자의 알맞은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열의 논리

즉 일본인의 사고에는 한국은 일본보다 아래의 위치가 알맞은 자리이며

한국의 역전 현상은 일본인이 보기에 자연스럽지 못하고

질서를 깨는 반역한 일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렇기에 일본은 이런 질서를 깬 한국이나 네이버에 '벌'을 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한일역전>이란 책을 쓴 바 있는 이명찬 게이오대학교 국제정치학 박사는

지금은 역전이 진행 중인 과도적인 상황으로 일본이 이에 대해 반발하지만

언젠가 한국의 경제력이 온전하게 우위를 차지하게 되면 갑질이 아닌 철저하게 을질을 할 것이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그간 읽어본 일본 사회와 일본인의 정신 분석 관련 도서를 읽고

조금은 다른 전망을 제시한다

전망에 앞서 내가 제시하고 싶은 개념이 두 가지 있다

'도련님' 과 '이탈자' 개념이다

거의 모든 일본 사회 분석도서에선

일본인의 계층의식, 또는 서열의식에 대해서 지적하고 있다

일본인들에겐 사회는 저마다의 계층과 위치가 있으며

일본인들에게 올바른 사회는 저마다의 위치를 지키는 사회다

하지만 일본 이외의 사회에선 계층 이동은 오히려 칭찬 받을 것이며

가난하고 빈곤하고 낮은 계층이었던 사람이 자신의 노력으로 높은 계층에 오르는 것은

선망과 경탄의 대상이다 하지만 일본은 그런 계층 이동을 반역이라고 보고

좀 처럼 이런 계층의 이동, 특히 정치의 부문에선 나오지 않는다

경제에서도 일본 부자 상위권은 이런 계층의 논리에서 먼

재일 교포나 부라쿠민 출신들이 많은 것이 그 이유다

이런 가정 하에 나오는 개념이 '도련님'이다

상류층 출신의 정치 지도계층, 노동과는 거리가 멀며

그들은 이런 일본만의 계층의식에서 정점을 차지한다

나무위키를 검색해보아 현재 최근 일본의 총리는 전부

최소 기업가 집안, 많게는 아버지에게 지역구를 물려받은

정치 귀족들이 대부분이다

기시다도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다선 국회의원

아베는 뭐 말할 것도 없다

이들은 루스 베네딕트가 지적한 일본 특유의 '계층의식'의 선봉주자다

이들의 목표는 루스 베네딕트의 표현을 빌어 설명하자면

일본을 알맞은 위치에 놓이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과정에서 일본의 중하류 계층 또는 다시 생산 계층의 삶의 질 따위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이 점은 아베의 예전 발언에서 더욱 명확히 나타난다

1달러의 300엔 환율이 된다면 일본 서민 계층은

괴멸적인 생활의 궁핍이 예상된다

그러나 아베에게는 일본이 세계 시장에서의 차지하는 시장 점유율만이 고려 대상이지

그 과정에서의 국민의 복지와 후생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이들 '도련님'이 생각하는 일본의 영광에게 대해 루스 베네딕트는

외부에서 보여지는 것에 대한 명예로 설명한다

태평양 전쟁 당시 도쿄 대공습 이후의 피난민들이 모여서 군락을 만든 것을 보고

당시 일본 언론은 이 피난민들을 비난하는 사설을 실었다

외국에게 패배한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들에게는 일본 국민 생활의 안녕과 수준은 애당초 고려 대상이 아니며

외부에서 보는 평가 수준이 더 크게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런 경향은 심지어 최근에도 나왔다

IMF의 1인당 gdp 추론에서 한국이 일본보다 앞섰다는 것에 대해

일본인들은 생각보다 덤덤했는데

그것보다는 일본인 매춘부들이 한국에서 성매매를 하다가 잡혔다는 것이

더 크게 다가왔다 리플에서도 그들은 경제를 이토록 이끈 내각을 욕하기보다

명예를 더럽힌 매춘부들에게 대해서 더욱 큰 비난을 했다

이렇듯 그들의 목표는 오로지 '외부'에서 보여지는 것에 달려있기 때문에

실제적으로 사업에서 일본이 어떤 비교우위를 갖고

어떤 전략으로 어떻게 최고의 효용을 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 자체를 하지 않는다

그들은 시장의 선망이 대상이 된 2나노급 반도체에 대해서

이제서야 진출하겠다고 했다 물론 그에 이유는 그 산업에 대해

일본이 경쟁력을 갖고 있어서도 아니고 이것이 전도유망한 산업이라서도 아니다

이 산업이 시장의 관심과 찬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반도체 업계 대부분은 라피더스에 대해서 냉소적이다

하지만 일본의 '도련님'들은 이것을 하는 것에 주저함이 없다

그들은 오로지 외부에서 보이는 명예로운 산업에 당연히 일본이 진출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긴다

산업 진출에 필요한 비교우위 여부나 재원 등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일본은 이와 같은 '도련님'들이 주도한 사업 진출로 이미 많은 피를 봤다

메모리 반도체에서의 엘피다

OLED에서의 JOLED는 파산의 길을 걸었다

여기서 '이탈자'가 나온다

도련님들은 오로지 사업의 지시만을 한다

그리고 그것을 실제적으로 하는 인원은 말도 안되는 지시에 고통한다

예전에는 일본인에겐 일본밖에 대안이 없었기에

그들은 일본 내부에서 어떻게해서든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으려 했다

그러나 이민과 이주가 어렵지 않은 지금 세상에서

이런 말도 안되는 과업에 일본만을 대안으로 삼지 않는다

이때 '이탈자'들이 나온다

루스 베네딕트는 각자의 계층에서 상승할 만한 충분한 능력과 자질을 갖춘 사람이

이 계층의 논리에 의해 그들의 꿈이 좌절될 때 그들은 결국 '체념'한다고 기술한다

그러나 체념 대신 이탈을 선택한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본계 미국인 카즈 히로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분장상을 수상하며

"이런 말을 해서 미안하지만 나는 일본을 떠나서 미국인이 되었다. 왜냐하면 난 일본의 지나치게 순종적(too submissive)인 문화에 지쳤고, 꿈을 이루는 것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게 내가 이곳(미국)에 살고 있는 이유이다. 미안하다."라고 대답해줘서 큰 화제가 되었다.

그는 일본에서 향후 더 많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탈자'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이탈자'들은 '도련님'들이 꿈꾸는 명예로운 일에 필요한

여러가지 생산, 연구, 기술 등의 업무에 종사한다

그들은 일본의 자랑인 장인 정신대로 한 분야에서 꾸준한 노력을 하지만

'도련님'들은 그건 일본의 계층질서에 따른

당연하고 마땅히 해야 할 일로 여긴다

당연한 일을 한 것일뿐이니 특별한 상이나 경제적 보상도 없다

도시바에서 낸드 플래시를 처음 개발한 마쓰오카 후지오 박사에게

도시바는 코딱지만한 보너스 정도만 제공했다는 것도 그 예라 할 수 있겠다

사회의 지도자라 할 수 있는 '도련님'들은 기득권을 유지한 채

전혀 일본에 도움이 안되는 지시를 내린다

그리고 계층질서는 깨지지 않았고

결국 핵심 생산인력, 소위 능력있는 사람들의 이탈이 이어진다

최근 세계가 주목하는 신 사업에서 일본이 뒤떨어지게 된 것은 이 때문이다

물론 일본이 잘 나갈 때도 있었다

그러나 그건 전쟁 이후 이런 계층질서가 붕괴된 시점에서

창의적인 기업가들과 정치인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그들이 어느 순간 계층을 이루고 다시 새로운 형태의 귀족이 되면서

다시금 일본의 계층질서는 일본의 발목을 잡았다

그렇다면 일본의 앞으로의 대응은 무엇일까

이런 계층질서의 붕괴는 솔직히 '전쟁'급의 격변이 아니면 변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도련님'들의 선택은 정신승리다

루스 베네딕트는 그의 명저 <국화와 칼> 마지막 장에서

일본이 가졌던 군사 부문에서의 계층질서가 붕괴되자

경제로 그 방향을 선회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실제 일본의 옛 귀족인 공가(公家) 집단은

무사집단에 권력을 빼앗긴 후 문예나 다도 등 문화적인 곳에서의 우위를 점하며

비록 내가 군사적 실권은 없지만 문화적인 혹은 정신적인 우위에 있다고 자위했다

그렇다면 일본이 경제와 산업 분야에서의 좌절 이후 무엇을 서열의식 기준으로 삼을까

공가 귀족 처럼 문화?

오타쿠 너드 문화 따위를 우위로 삼으라는 건가?

일본도 그건 싫을 것이다

나는 그래서 다시금 언젠가 일본이 군사적 발흥을 할 수 있다고 예견한다

현재 2차대전 이후 오랜 기간 동안 군사력에 국력을 집중한 나라는 소수에 불과하다

그러니 여기에서 일본이 국력을 투입한다면 비교적 손쉽게 우위를 차지 할 수 있으리라는 착각을 할 것이다

그리고 군사력과 팽창은 '도련님'들이 좋아하는

확실하게 눈에 보이는 그것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