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아무도 알지 못하는 이야기를 하나 해주겠소. 황제 폐하께서는 당시에는 아우렐리안이라 불렸던 로가에게 당신을 향한 숭배를 그만두라 명령하셨었소. 로가는 그러지 않았고, 아버지께서는 나로 하여금 그를 견책하라 이르셨지. 로가는 황제 폐하를 찬양하여 도시를 세웠었소. 그들은 그곳을 '완벽한 도시'라 불렀지. 그리고 나의 군단이 그곳을 파괴했소. 나는 그 일이 전혀 즐겁지 않았소. 내가 생각하기로는 황제 폐하께서 로가를 그분의 곁으로 부르기 오래 전부터 이미 타락의 씨앗이 그의 안에 심어져 있었을 것 같다고는 하지만, 그렇다 함에도 나의 군단이 아우렐리안을 무릎꿇린 것이 그로 하여금 케이아스Chaos의 품으로 달려가게끔 떠민 것이니까."

    술리만야Sulymanya의 눈이 경악으로 부릅떠졌다. "전쟁이 일어난 것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시는 건가요? 설마 그런 일이 벌어질 줄을 당신께서 어떻게 아셨겠어요?"

    "미리 아는 것이 내 책무였소." 그가 말했다. "나는 계획하는 것을 위해 만들어졌지. 나의 형제들 각각이 황제 폐하로부터 고유의 특성을 내려받았소. 하나하나 떼어놓고 보면 우리들의 특성은 겹치는 곳이 있었지. 아마 만약을 대비한 중복이었을 거요. 예를 들면, 로갈 돈 공과 나는 그분의 전술안과 우발적인 사태에 대비해 미리 계획하는 역량을 이어받았소. 허나 물려받은 특성들의 조합은 서로 달랐지. 돈은 나보다 훨씬 뛰어난 건축가였고, 나는 그보다 훨씬 뛰어난 행정관리자였던 것처럼. 우리 모두가 그 사태를 예상하지 못했소. 예지능력으로는 그를 능가할 자가 오직 황제 폐하 단 한분 뿐이던 생귀니우스조차도. 혹시나 우리 중 가엾은 콘래드 단 한 명만은 알았을지도 모르겠소. 그 또한 미래를 보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으니."

    "밤의 유령Night Haunter 말씀이신가요?" 술리만야가 속삭였다.

    길리먼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천사님Great Angel만큼의 재능이 그에게도 있었나요?"

    "그랬지." 길리먼이 말했다. "그는 동시에 제정신이 아니었소. 어쩌면 그가 미친 게 아니었다면 이 모든 비극을 피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군. 물론 황제 폐하께서 이 모든 것이 벌어지도록 내내 의도하신 게 아니었다면 말이지만."

    "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

    길리먼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지쳐 보였다. "야실리. 당신은 당신이 내 속내를 전부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오?"

    "아니요!" 그녀가 말했다. "당연히 아니죠! 그건 불가능해요. 저는 저 스스로를 꽤 후하게 평가하는 편이지만, 당신께서는 인간을 훨씬 초월하신 분이잖아요."

    "그러면 당신에게 나를 대입해보시오. 나는 그저 추측해볼 뿐이라오. 당신이 내 생각을 이해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 또한 황제 폐하의 생각을 이해할 능력이 없으니까."

졸라 잘 때려맞추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