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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를 고려하는 미갤러가 보여서 노파심에 쓴다모바일에서 작성

미갤러(121.162) 2024.05.24 16:13:39
조회 744 추천 37 댓글 23

시골살이 절대 우습게 생각하지 마라. 물론 그렇다고 도시살이는 안 우스운거냐 할 수 있는데, 맞다. 도시살이는 시골살이에 비할 바가 못 된다.


깔끔하게..는 아니고 싹 다 정리해준다. 시골에 산다는건,


1. 그동안 누렸던 인프라를 모두 포기하는 것이다. 가장 가까운 마트는 자차를 사용하거나 2시간에 한번 꼴로 오는 버스를 타야만 갈 수 있고, 로켓배송도 없다. 이부분은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좋은거 아님? 할 수도 있겠지만 막상 살아보면 불편하기 그지없다. 가격 경쟁도 없어서 더 비싸면 비쌌지 저렴하지도 않다. 마트에서 사면 배송해준다? 말도 안되는 소리! 그냥 joat다.
2. 도시가스 안들어오는 곳이 대부분이다. 비싼 LPG를 써야하고, 대략 몇년에 한번꼴로 정화조에서 똥을 퍼줘야하고(업체부름), 겨울엔 동파되지 않게 배관단열 신경써줘야하고, 뭐 하나라도 고장나면 알아서 고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않으면 매우 불편하다. 그냥 업체 부르면 되는거 아님? 응 호구잡히는 지름길이다. 시골은 특히 이것저것 고칠게 수두룩하다. 일일이 인건비 쓸 거냐? 기본적으로 시골생활은 도시생활보다 돈이 더 든다. 텃밭농사를 한다면 거기에서 식재료값이 조금 세이브 되는거지.
3. 벌레천국이고, 가끔 들개도 돌아다니고, 고양이는 물론 고라니도 다니고 멧돼지도 보고 뱀도 보게 된다. 다리많고 징그러운 돈벌레는 이웃사촌지간이며, 밤에는 나방쉑이 창틀에 덕지덕지.. 가끔 팅커벨이 달려들어 안아주기도 한다. 모기는 또 어떠한가.. 여름철 시골의 아무 조그마한 웅덩이를 지켜보면 뭔가 조그마한 실같은게 꼬물꼬물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장구벌레다. 그거 전부 모기됨. 산 근처모기는 빠르고 강하고 가려움과 고통이 오래간다. 아디다스 모기. 여름철 개 집 근처를 지나치는 것 만으로 다리에 수많은 모기들의 키스마크가 남게될 것이다. 고라니에 대해 추가로 말하자면, 밤에 아악! 아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아아악!! 하는 진짜 사람 비명소리를 들을 수 있다. 고라니다. 고라니가 텃밭 그물에 걸린거다. 그거 밤에 가서 빼줄 수 있나? 그런 담력이 있나? 그냥 귀 닫고 자야한다. 근데 그게 안된다. 고라니가 노래부르는 밤에는 잠 자긴 글렀다고 보면 된다. 대부분 아침에 가면 고라니가 어찌저찌 풀고 도망간걸 볼 수 있지만, 간혹가다 그물에 끼어 그대로 죽는 경우도 있다. 그럴땐 고라니의 썩은 사체와 뼈와 속의 내장을 구경할 수 있는 진귀한 경험을 할 수 있다.
4. 개를 키운다면, 개냄새 개오진다. 미친다. 시골개는 그런 것이다. 냄새나는 똥도 주기적으로 퍼줘야하고, 털 날리는건 기본이고, 동네 다른개랑 신경전 벌이는 건 그렇다쳐도, 애먼 수컷놈하고 눈맞아서 새끼라도 까게되면.... 그거 감당 못한다. 동네 분들에게 드리면 백이면 백 기르다가 어느날 탕국으로 둔갑하게 된다. 어릴 때 어느날 기르던 개가 없어졌는데 우연히 아궁이에 개로 추정되는 두개골이 보였고 그날 아침이 탕국이었는데 고기가 부드러웠고 역겨워서 토했던 기억이 있다. 시골의 개란 그런 것이다. 낭만있게 동네 산책하며 인사를 주고 받는 개들은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이다.
5. 농사가 쉽다고? 해봤나? 일단 제일 짜증나는건 풀이다. 풀. 풀. 풀. 그놈의 풀! 농약이 안 좋다는 걸 알아도 매년 농협에서 농약을 사서 뿌릴 수 밖에 없는 풀! 진짜 미친놈이다. 분명 깔끔히 베었다. 근데 비온 다음날 진짜 거짓말 안치고 원상복구가 되어있는 미친놈들이다. 좀비vs플랜트? 무조건 플랜트 압승이다. 좀비는 살이 뜯겨도 생명활동을 이어가는 미친놈이지만 식물은 제살이 뜯겨나가면 다시 복구 시키는 더 미친놈이다. 그거 감당 못한다. 집안 청소기 돌리는것도 귀찮아 하는 도시사람이 시골의 플랜트군단을 감당할 수 있을 것 같나?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 그렇게 풀약만 주면 끝날 것 같다고? 어림없는 소리.
6. 진드기는 어쩔건데. 엉? 진드기. 우스워보여? 진드기때문에 망가진 농작물을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올 것인가? 하는 물음에 뭐라 답할 것인가? 진드기 뿐인가? 열심히 약주고 물주고 비료주고 신경써서 비닐하우스 문 열었다 닫았다 해준 고추가 어느날 병에 걸려 싹 다 뒤져버리면 정말 여친과 헤어진것 보다 더한 허탈함을 맛 볼 수밖에 없다. 고추 뿐인가? 낭만을 갖고 심었던 과수는 더하다. 병걸리면 일단 그 해는 공친거고, 죽지 않도록 처리해주는 것도 일이다. 전지도 해줘야하고, 이것저것 신경써줘야할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차라리 그 노동력으로 알바를 해서 맛있는 과일을 사먹어라! 금사과? 이런 노력에 비하면 금사과도 진짜 말도 안되게 싼거라는걸 느낄 것이다.
7. 시골 텃세... 솔직히 이부분에 있어서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이 없다. 조부모님이 워낙 처신을 잘하시고 잘 자리잡으셔서 그런 문제는 한번도 못 겪어봤다. 하지만 이부분도 조금만 생각해보면 답이 나오는게, 가족/학교/직장/군대에서 그 몇 안되는 사람들하고도 들들 볶았던 것을 생각하면, 절대로 우습게 봐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인간관계가 으레 그렇듯이, 너무 나서지말고 현명하게 잘 처신만 해도 큰 문제는 없으리라 생각된다. 아 물론 또라이는 예외다.
8. 이런 단점들만 제외하면 시골은 공기좋고 물 좋고 공기좋고 물 좋고....... 이게 끝이다. 공기좋고 물 좋은게 좋으면 그냥 도시에 살면서 쉬는날에 등산이나 가라. 나도 시골살이 로망이 있어서 시도했다가 쉽지 않음을 느끼고 보류중이다. 내 조부모님이나 내 아버지같은 진짜 앞서 언급한 시골일 자체를 좋아하는 부류가 아닌 이상 피볼거다.



요즘 더욱 느끼는거지만 미니멀리즘은 현대문명이 주는 극도의 편리함+물질적과잉으로 인한 공허함이 낳은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시골살이하면서 미니멀리즘 못 한다. 아니 하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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