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정의 현대사파트는 두루뭉술 넘기는 것이 '상식'이다. 지금도 통용되는 듯 하다.
그런 없는 것과 다를 바 없는 현대사 교육과 더불어 일간베스트를 정통으로 맞은 인터넷 역사상 역대최악의세대라고 자부하는 9x년대생으로서 처음 5.18을 제대로 마주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 고등학교 당시 3년간 국사와 동아시아과목을 담당하셨던 YS 선생님(김씨는 아니고 영삼은 더더욱 아니다 ㅎ)을 생각하며 글을 쓴다.
조금 더 어렸을때로 돌아가면, 당시 일간베스트의 전략은 각종 소규모 유머 사이트에 처들어가 '모든 유머의 출처가 일간베스트에서 나온 것 이며 이것들은 다 일베에서 퍼온 불펌글이다' 라며 게시물 업로더를 공격하며 커뮤니티 사이트를 침공해 이용자들을 일베로 흡수하거나, 혹은 일베 코드의 게시글을 도배해 테라포밍을 하는 것이었다. 둘 다 동시에 이루어졌다.
내가 즐겨보던 작은 유머 사이트, 지금은 이름이 기억 안나는 유머 커뮤니티 사이트에도 그들이 침공하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었다. 그들이 밈으로 삼았던 '홍.어' '폭.동' 등의 역겨운 단어와 그날의 참상 사진 사용에 본능적인 반감 때문에 차마 더 알아볼 생각은 하지 못했었다.
시간이 흘러, 공부 잘하는 학생은 엘리트 학교에, 공부 못하는 학생은 똥통학교에 가야만 한다는 생각이 보편적이던 비평준화 시대 끝자락에 소위 '지역 명문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여느 '지역 명문 고등학교'처럼 서울대 많이 보냈다도르 카이스트 포스텍 인서울 많이보냈다도르가 더 중요한...그런 학교였다.
그러나 성장하며 앞선 테라포밍 과정을 통해 인터넷을 접한 학급 친구들 중에는 똥! 오줌! 설사! 외치면 까르르 웃는 영유아 아이들 처럼 합성물을 떼창하며 "광주는?" 이라는 물음을 한없이 반복하는 무리가 있었다.
결국 YS 선생님 귀에도 들어가게 되었지만
혼내지 않으셨다.
선생님의 해결법은 좀 달랐다.
수업중에 으레 있는 "선생님 공부하기 싫어요~" 타이밍에는 1945년부터 1987년도까지 한 해 있었던 시사, 뉴스를 정리한 기록 다큐멘터리 'KBS 영상실록'을 틀어놓고 정주행을 했다.
그렇게 1~2년 동안 진도 빼고 남은 시간과 시험 끝나고 학기 남은 시간엔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현대사를 보았다. 수업 안하고 다큐보는 것에 불만 있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알 게 뭔가? 똑똑이 친구들은 그 시간에 지 알아서 공부했다. 아마 지금이었으면 수업 안한다고 민원 넣었겠지?
그렇게 우리 교실에서 짐승들의 울부짖음을 몰아내고 내 인생의 역사관 정치관을 형성하는데 마무리 짓게 될 1980년 편이 상영됐다. 내용은 알다시피, "역사의 사실대로."
YS선생님은 평소 다큐멘터리 상영 끝에는 사견을 붙히지 않지만 1980년편만은 유독 보수(자칭)정권 시기에 제작된 5.18 보고서를 기반으로 온갖 유명한 낭설을 반박하시며 그것으로 수업을 마치셨다.
사실의, 기록의 힘은 강력했다.
그후로 북한군, 폭.동, 홍.어 등의 저급한 단어는 적어도 내가 기억하기로는 우리 교실에 대놓고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이야기의 힘, 사실과 기록의 힘을 어느정도 믿는 편이다.
학창시절에 사람의 인생관을 결정짓기도 하고, 갓 스물 즈음에 거리로 뛰쳐나오게 만들기도 한다.
구부리거나 잠깐 숨길 수는 있어도 영원히 없앨 수 있는 이야기와 사실 그리고 기록은 거의 없다.
그리고 나는 지금 한 명의 죽음과 159명의 죽음에 대한 사실 그리고 기록을 기다리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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