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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 애완동물.txt앱에서 작성

어려운날(39.7) 2020.05.02 20:4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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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4학년이었던가요. 반에서 동물 하나씩을 키웠습니다. 그래 봤자 금붕어나 장수풍뎅이 같은 작은 것들이었지만요. 나는 미꾸라지 두 마리를 골랐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처구니없이 작은 어항이었죠. 어리고 무책임했던 나는 물도 잘 갈아주지 않았답니다.

어느 날, 먹이가 든 통이 사라졌습니다. 며칠간 찾아봤지만 결국 보이지 않았고 나는 서로를 물어뜯고 있는 미꾸라지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들이 결국 어떻게 죽었는지, 어떤 식으로 치워졌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아요. 기억나는 건 미꾸라지에게 살을 뜯기는 꿈이죠.

고양이 두 마리를 10년째 기르고 있습니다. 그 말은 우리 집이라는 좁은 세계에 10년째 가두고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 작은 아이들을 길바닥에서 데려오지 않았다면, 10년보다 훨씬 적은 생을 살다 죽었겠죠. 차에 치이거나 얼어 죽었을 겁니다. 그리고 자유롭게 살다가 죽었을 겁니다.

집 문이 열리면, 고양이들은 때때로 뛰쳐나가서 돌아다니곤 합니다. 눈을 처음 본 강아지처럼 뛰어다니는 고양이를 잡아올 때면, 언젠가 튀어올라 교실 바닥에 떨어진 미꾸라지가 생각납니다.
그들은 왜 어항 밖을 나가려 했을까요. 거기서만 나가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요. 고양이들은 왜 문 밖으로 나가려 할까요. 우리 집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라는 걸 이제 와서 깨닫기라도 한 것 같아요.

우리의 귀여움을 받으며 사는 삶이 그들에게는 괴로운 나날일 거라는 생각이 들면 답답해집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생명을 잡아두고 있나요. 문득 눈을 마주치면 슬픈 얼굴을 보게 돼요. 저 눈 너머로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 까요. 나를 믿고 의지할까요. 아니면 원망하고 있을까요.
오늘도 자고 있네요. 곁에 가서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넓은 세상을 빼앗아 버린 것에 대한 사죄를 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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