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가 당신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군요"

"저는 성격이 조금 비뚤어져서 말입니다.

유감스럽게도 당신의 희망대로 움직여줄 생각은 없습니다."

원래는 읽는 도중마다 느낀 감상들을 날것 그대로 옮겨적는 식이라 글이 두서없이 길어졌는데,

이번엔 그럴 필요가 없을거 같다.

어차피 독자가 읽으면서 머릿속에 구축한 세계는 여지없이 와장창 깨져버리기 때문이다.

마야 유타카 소설을 여러개 읽다보니 작가 '노자키 마도'가 떠올랐다. 아마 영향을 받지 않았을지.

광신적인 종교가 지배하는 폐쇄된 마을이란 설정은 너무 흔해서 별로였지만

그 이면에 숨은 '마을 사람 모두가 색맹'이란 반전은 꽤 놀라웠다. 이와 관련된 음양오행 이야기는 뭐..그럭저럭.

그리고 이 소설 까마귀랑 별 상관없지 않나...

카인에게 잘 대해줬던 대인배 '센본 가시라기'와 그 일가가 연쇄살인과는 무관하게 참살당하고,

남은 생존자인 마쓰무시의 처지가 어떻게 될지 미지수인게 참 안타까웠다.

마야 유타카식 러브스토리 중 가장 보답받지 못한거 같다.

가장 중요한 가노에=아벨=카인=오카 트릭. 그리고 동생/깃카 트릭.

아벨=카인 트릭은 참...이중인격은 그닥 좋아하지 않는 트릭이었으나 일단 넘어가기로 했다.

혼자 인형에 대고 지껄이던 장면은 그가 이미 정신이상자라는 암시였을지도.

문제의 동생 깃카 트릭은 처음 읽었을 땐 전혀 뭔 소린지 몰랐지만

일본 구글링을 통해서 진상을 알게 되었다.

도움이 되었던 블로그들은 아래 링크.

스포일러 블로그 1/ 스포일러 블로그 2

오카가 메인인 파트에선 동생의 이름이 나오지 않고, 깃카가 메인인 파트에선 형의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즉, 오카와 깃카는 형제관계가 아니다. 동 시간대의 인물도 아니다. 오카 파트는 15년 전 상황이고, 깃카 파트는 현재다.

독자가 착각하도록 아주 치밀하게 설계된 문장배치와 배경상황 때문에 간파가 불가능했던 서술트릭이다.

둘의 이름이 비슷하기도 했고.

메르카토르 시리즈긴 한데 이번 작에선 성격이 비교적 순하기도 했고, 분량도 거의 없어서

캐릭터라기보단 후반에 작품을 뒤엎는 장치에 비슷해보였다. 그의 아버지쪽 배경이 살짝 나오긴 했지만 아무래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