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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정보] 스포)스완 후기

ㅇㅇ(210.111) 2021.12.10 12:54:44
조회 390 추천 9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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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이미지



햇살이 화창하고 파란 하늘이 맑게 개인 4월의 일요일, 두 명의 괴한이 '스완'이라 불리는 백조 모양 대형백화점에 들어선다. 그들이 짊어지고 온 것은 3D프린터를 이용해 제작한 장탄수 두 발짜리 사제총기 육십정과 일본도 두 자루. 괴한들은 웹캠이 연결된 고글을 통해 실시간으로 범행 현장을 촬영하며 백화점 일층부터 꼭대기 스카이라운지까지 살육을 벌이고, 한 시간 가까이 벌어진 참극은 스물 한명의 사망자, 다수의 부상자를 발생시킨 범인 둘의 자살로 끝을 맺는다.


그리고 이 모든 아비규환 속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생존자이자 이 소설의 주인공인 소녀 가타오카 이즈미.


이즈미는 생존자임에도 불구하고 언론과 대중의 가혹한 비판의 중심에 서게 된다. 그 이유는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범인의 지시에 따라 다음으로 희생되어야 할 사람을 지목했기 때문. 물론 이는 세상에 알려진 표면상의 이야기에 불과하며, 실제 그 때 스카이라운지에서 정확히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오로지 이즈미와, 한쪽 눈을 잃고 살아남은 또다른 생존자 소녀만이 알고 있다.


기억을 되새기기도 싫은 그 날의 상흔을 여전히 가슴 속에 품은 채, 겨우 조금씩이나마 일상으로 돌아가려 노력하는 이즈미. 그런 그녀에게 어느날 수상한 제안이 날아온다. 참극에서 사망한 한 할머니의 죽음에 얽힌 의문을 밝히기 위해, 변호사가 사건 관계자들을 모아 얘기를 듣고 싶다는 것이다. 적지 않은 보수까지 약속하며. 이즈미는 고민 끝에 그 제안에 응하고, 찾아간 약속장소에서 그 날 그 공간에 있었던 다른 네 명의 생존자를 만나게 되는데....



**



도서관에서 빌렸는데, 책 위와 옆면을 덮은 은박 도장이 신기했다. 빛을 반사하며 번득거리는데 이런 책은 처음봤다. 헌데 들어온 지 몇달밖에 안된 신착도서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사람들의 손을 타서 그런지 벌써 은박에 잔뜩 스크래치가 나있었다. 긁혀나간 은박 가루가 죄다 어디로 갔을지가 조금 신경쓰였다. 침대 위에선 읽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



책 첫 페이지에 소개된 도면과 작중 묘사가 어쩐지 처음에 머릿속에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지가 않았다. 다 읽고 난 지금 생각해보면 딱히 복잡할 게 없는 건물인데(스퀘어원 같은 현실 속 대형쇼핑몰에 비교하면 확실히 단순한 구조고), 이유가 뭘까.


일단 가장 먼저 생각나는건, 초반부 할머니의 동선이 상당히 헷갈린다는 것이다. 기분 탓인지 읽다보면 별관 2층에서 1층 백조광장으로 순간이동이라도 한 듯한 착각을 준다. 아마 도면에는 생략된 건물(입체주차장, 별관)은 막연한 상상으로 구조를 떠올려야했기 때문일까? 독후감을 쓰며 다시 한 번 읽어봤다. 여전히 헷갈린다.



...버스 정류장에 내려 서쪽 개찰구로 걸어가서 옆에 있는 스완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에 올라가면 바로 눈앞에 큼지막한 자동문이 나타나는데 그곳이 바로 스완의 현관이다.

-P.18



이 '현관'은 어디에 위치한 걸까? 할머니는 먼저 스완 본관으로 들어간걸까, 아니면 별관을 통해 진입한걸까? 아마 후자일 거라고 짐작은 하지만, 확신할 순 없다.



자동문 앞에는 유리 통로가 펼쳐진다. 차도 위를 지나는 공중 연결 통로다.

-P.18



페이지를 돌아가 도면을 살펴본다. 2층의 유리통로. 분명 있다. 본관과 별관을 연결하는 통로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도 이 할머니가 별관-> 본관 루트를 통해 걷고 있는 건지 본관->별관 루트를 걷고 있는 건지 명확하지가 않다. 처음에 '할머니는 스완의 별관으로 들어갔다' 한 줄의 서술만 있었어도 발생하지 않았을 문제다.



연결 통로 끝으로 조각상이 보였다. 본관과 별관을 나누며 역과도 이어지는 스완의 별관 입구다. 입장객을 환영하는 둥근 분수대는 크기가 별로 크지 않고 물기둥도 간신히 구색을 갖춘 정도다. ...(중략)... 정식 명칭은 '지크프리트의 샘'. 스완의 단골 손님들은 대부분 '왕자의 샘'이라고 부른다.

-P.20



'왕자의 샘'이 어디 쯤에 있을까 생각하며 도면을 찾아본다. 하지만 없다. 뭐 전혀 중요하지않은, 몰라도 그만인 분수대니 굳이 표시해야할 필요성을 못느꼈겠지. 하지만 이런 사사로운 누락 하나하나가 쌓여 결과적으로 혼란을 야기하는 것이다.



아, 그리고 이것도 꼭 짚고 넢어가고 싶다. 스카이라운지. 분명 사건에서 중요한 포인트가 되는 공간인데 도면에선 어째서인지 생략되어있다.



**



초반부 대량살해씬의 카타르시스(도덕적으로 옳지 못하지만 그렇게밖에 표현할 수가 없다)에선 기시 유스케의 '악의 교전'이 한 수 위였던 것 같다. 아마 차이는, 희생자들에 대한 빌드업(악의 교전은 한 권하고도 반을 써서 학생 한 명 한 명의 스토리를 조금씩이나마 각인시켰으니)의 정도도 있겠고, '스완'의 살인자들 자체도 조금 엉성하거나 가벼운 인상을 풍겨서일 수도 있겠다. 사상은 빈약하고, 동기는 얄팍하며, 심지어 범행 과정 자체도 체계적이거나 정교함과는 거리가 멀다. 이들은 그저 어설프다. 유능하고, 교활하며, 사악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범죄자 상과는 거리가 멀다. 가진 것은 일말의 공감도 동정도 안가는 시시한 악의뿐. 하지만 그렇기에 실제 현실에 가까운 쪽은 이 편일지도 모른다.



**



전체적인 구성은 상당히 마음에 든다. 변호사와 생존자, 이즈미가 모여서 대화를 나누고, 사건의 진상에 대해 접근하는 이른바 '생존자' 파트, 그리고 이즈미가 학교와 일상에서 개인적으로 사건을 추적하는 '일상' 파트 두 개로 나뉘는데, 이 두 개의 파트에서 각각 다른 방식의 긴장이 흘러 몰입감을 준다. 한마디로 페이지가 술술 넘어가는 책이다.



**



다만 실제 범행 당일 있었던 진상이라는 것이 내게는 조금 아쉽게 느껴졌다. 뭐야, 이게 다야? 싶은. 사회파 미스터리인 줄 미처 모르고 아무 사전정보 없이 읽어 나름대로 기대하는 바가 달랐던 것도 이유이리라. 나로서는 좀 더 극적이고, 놀랍고, 예상치 못한데다, 주인공과 생존자들, 범인과 할머니 모두를 아우르는 정교한 스토리를 원했는데-


다소 미적지근하게 느껴진 감이 있다. 예컨대 각자가 숨기고 있던 진실 대다수는, '타인을 돕기보단 자기 목숨만 겨우 챙기는데 바빴다' 이 정도다. 그러나 정신나간 살인범이 총부리를 들이대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이걸 나무랄 수 있을까, 적어도 독자인 나는 충분히 감안하고 이해해줄 수 있다- 싶었다. 그렇기에 썩 깊은 인상을 주진 않았다.



하나 예상 밖이었던 건, 할머니가 굳이 스카이라운지에서 내려와 백야드로 사라진 이유. 난 그 이유가 '혼란을 틈타 CCTV가 없는 지점에서 평소 원한이 있었던 여종업원을 죽이기 위해서'라고, ...썩은 추측을 했었다.



**



진실을 고백하고,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데 도움을 주었을 때 얻는 보너스 금액을 통해, 각자가 얘기한 진실과 거짓을 교차검증하며 퍼즐조각을 맞춰나가는 듯한 그런 구성도 기대했는데 딱히 그런 것도 아니었다. 사실 작중에도 이런 지적이 나오지만, 사건 당일 촬영된 CCTV 영상과 범죄자들의 NO영상을 보면 각자가 숨기고 있는 진실이 무엇인지 변호사는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스카이라운지에 있던 이즈미와, 백야드를 오갔던 할머니를 제외하면. 그래서 이 점은 조금 아쉬웠다. 방재센터를 공격할 때 건물 일부 구획의 CCTV 데이터가 소실되었다든지, 이런 설정을 부여하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



백조의 호수, 발레라는 테마를 활용해, 작중 사건이 벌어지는 무대와, 인물의 배경 설정, 그리고 책의 주제와 결말까지 통일시키는 솜씨는 매우 훌륭하다. 가끔 추리소설을 보면 트릭 그 자체에 골몰해, 반대로 트릭 외엔 남는 게 없는 이야기가 종종 있다. 이 소설은 하나의 제대로 된 이야기를 성립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호평을 내릴만 하다. 근시일내에 작가의 다른 소설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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