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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정보] 장문, 스포 많음) 사와무라 이치랑은 많이 안 맞는다

WRYYYYYYYY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3.01 22:54:27
조회 356 추천 6 댓글 4
														

지금까지 이 작가 소설은 보기왕이 온다와 즈우노메 인형을 봤는데 이 두 작품만 봤을 때는 작가는 무속인 자매 두 캐릭터와 자기가 다루고 싶어하는 사회의 어두운 가족 문제 말고는 다른 데 관심이 없는 거 같다. 그거 말고는 일반적인 호러 장르와 고스트버스터즈, 콘스탄틴, 슈퍼내추럴 같은 액션 호러 사이에서 어정쩡하게 서있는 거 같은 느낌이 들었음. 


보기왕이 온다는 그래도 호와 불호를 같이 느끼면서 읽었는데 즈우노메 인형은 호로 시작해서 불호로 미끄러져가는 느낌이고, 주인공들을 빼면 대부분의 등장인물이나 장면이 인형극에 나오는 인형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 작가는 조연이 되는 등장인물과 특히 화자에 관심이 없다. 


즈우노메 인형에서 '나'는 그냥 소설이 진행되기 위한 도구로 쓰인다. 이 등장인물의 긍정적인 면모든 부정적인 면모든 소위 존재감을 느낄 수가 없고, 마지막 장면 전까지는 그냥 카메라다. 성격이나 개성도 그냥 그때그때 상황에 맞추기 위해 새로 만들어짐. 하나의 인물로 '나'의 행적만 모아보면 상황 설명용 장치, 리액션 머신...이런 거다, 그냥.


호러에서, 특히 단편이라면 이런 경우는 곧잘 있는 편이지만 그건 보통 공포에 작품의 초점을 두고 있어서다. 주인공은 공포의 주체(귀신, 광인 등등...)고 그걸 체험하는 등장인물들은 엑스트라라는 식이다. 하지만 사와무라 이치 소설은 공포의 비중이 별로 높지 않다. 호러라는 큰 구성 속에서 사회와 그걸 구성하는 인간에 대한 작품에 가까운데 그 인간에 대한 취급이 너무 극과 극이다. 저주의 원인과 '나'가 마침내 만났다는 상황인데 조력자인 히가는 마침 등장한 어린애를 보니 감정이 북받친다는 개인적인 이유로 포기하고 죽음의 순간이 코앞까지 다가온 '나'는 그냥...그냥...따라서 나간다......와중에 리호가 사실은 구제불능의 인간이라는 걸 보여줘야 하니까 적절하게 핸드폰은 놓고 간다. 


대충 이게 화자의 취급이다. 아이를 가질 수 없는 히가가 누군가의 엄마인 저주의 원인 앞에서 갈등하는 감정선은 보여주고 싶지만 화자는 그냥 작품을 전개할 수만 있으면 아무래도 좋다. 감독의 멋대로인 각본에 괴로워하는 배우가 떠올라 '나'가 불쌍해질 정도였다.    


결말에서는 또 불과 두페이지만에 흑화해서 즈우노메 인형 저주가 세상을 멸망시키는 요상한 망상을 하는데 보기왕이 온다도 그렇고 뒷맛이 나쁜 전개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근데 그런 결말을 낼 거면 '나'의 위태로운 감정선을 다루는 데 좀 할애를 해주지... 


그렇다고 작가가 관심을 주는 히가/노자키가 그렇게 매력적인 등장인물인가 하면 나한테는 그렇지 않았다. 표현이 잘 안 떠오르는데, 연예인에 대해 다루는 방송을 보는 기분? 그 연예인을 좋아하고 있는 사람한테는 재미있겠지만 그 사람을 모르면 '난 이런 거 궁금하지 않은데' 소리가 나온다. 작가는 이 둘한테 이미 호감을 가지고 있으니 그냥 얘네가 등장해서 뭘 하든 쓰면서 좋았겠지만 독자와 그 호감을 공유하기 위한 노력을 충분히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조연의 경우를 보면 히가 미하루가 대표적이다. '리호를 죽여서 저주를 해결하기 위해 부른 뒤 정작 저주가 닥쳐오자 대뜸 리호를 구한다'로 행적이 요약된다. 사람의 복잡한 정신에 대해 다루는 작품은 많고, 명작도 세부적인 서사를 떼어놓고 행적만 요약하면 어처구니없는 경우가 자주 있지만 그런 명작들은 그에 대해 섬세하게 설명해준다. 그런데 저 등장인물은 다 합쳐서 10페이지도 안 나온다...말이 요약이지 진짜 작품 속에서 나오는 내용은 저게 전부다. '병원에 총을 가져와서 회사에서 잘려놓고 애꿎은 회사원들에게 총기난사를 벌인 뒤 TV쇼에 출연해 진행자를 죽인 아서 플렉'에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이건 뭔지 모르겠다. 상상의 나래를 충분히 펼치면 납득할 수 있겠지만 그건 독자의 창의력에 대한 이야기지 작가와 소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 외에도 '저주받은 사람에게만 보이는 인형' '만들어진 도시전설'이라는 소재를 채용하는 괴담이었다가 후반에는 '목표가 높은 곳에 있으면 공격하면서 아래의 범위 전체에도 관통 피해를 주는 괴물'이라는 게임 보스 몬스터 같은 게 나오는 구성도 이상했는데 이건 그냥 내 호러 취향에 대한 거니까 자세하게는 안 쓸래. 




엄청 혹평을 해놓고 할 말은 아니지만 그래도 앞의 절반은 꽤 재미있다. 구체적으로는 잉크가 안 묻은 원본을 발견하면서 즈우노메 인형이 가짜 괴담일 가능성이 처음 제시되는 부분이 고점이었고 그 이후로는 완만하게 내려가다 후반에 들어 내려가는 속도가 빨라졌다. 


호러는 원래 결말을 내기 어려운 장르라고 생각한다. 제일 왕도적인 결말은 공포의 주체에 대한 정보를 거의 풀지 않고 '대체 그건 뭐였을까...'하며 끝맺는 거라고 생각할 정도다. 유명한 이야기지만 호러는 '미지의 존재'라는 게 중요하다보니 일반적으로 진상이 밝혀지는 후반부에서 호러는 난처함을 겪을 수밖에 없으니까. 그래도 즈우노메 인형은 결말의 낙하가 좀 심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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