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의 옛날에 내가 죽은 집은 등장인물이 2명이나 마찬가지다.

식당주인이나 주방장처럼 스쳐지나가는 조연들은 있는데 작품 거의 전부를 2명이 이끌고 간다.

작품 배경도 외딴 집 한채가 거의 전부라서 마치 연극을 보는 듯한 구성을 하고 있다.

초등학교 입학 전 기억이 없는 유부녀가 결혼 전 남자친구와 자신의 기억을 찾아가는 내용이다.

유부녀 아버지가 죽기 전에 가끔 가던 외딴집에 남자친구하고 찾아가서 기억을 더듬는거지.

이런 간결한 구성인데도 히가시노 게이고 필력이 있어서 작품은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한다.

그 집에 살던 남자가 초등학생 아들을 학대하고 어린 딸을 성적으로 괴롭힌다.

그래서 견디다 못한 초등학생 아들이 자기 할머니와 동생을 동물원에 보내고 집에 불을 지른다.

일이 잘못되어서 아버지 뿐만 아니라 초등학생 본인과 가정부 딸까지 불에 타서 죽는다.

할머니는 가정부 딸이 자기 손녀라고 경찰에 거짓말을 하고 손녀를 가정부 양녀로 보낸다.

근데 웃기는게 할머니는 초등학생에게 자신이 어머니라고 속이고 키워왔다.

설정 자체가 좀 이상한거지.   이런 비밀을 주인공 남녀가 집안을 뒤지면서 풀어나간다.

결국 주인공 여자는 자신이 살아남은 손녀임을 깨닫고 기억을 되살린다.

이런 사실들을 주인공 남녀가 파헤치는데 그 과정이 상당히 허술하다.

그냥 한 조각 증거만 나오면 거기서 상상의 나래를 펼쳐서 나머지 내용을 다 구성해낸다.

마치 퍼즐 한 조각을 줏어들고 상상만으로 나머지 퍼즐 전체를 완성하는 느낌이다.

그리고 외딴 집은 원래 위에 나오는 가족이 살던 집을 복제한 일종의 무덤으로 나온다.

원래 집이 불타버렸으니까 똑같은 집을 복원해낸거지.   도대체 뭐하러 이런 일을 하는가.

이것도 그냥 주인공 남자가 뇌피셜로 다 추리해내는데 읽으면서 말도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긴박감 넘치는 필체는 괜찮았는데 그 외에는 정말 마음에 안든다.

번역자 후기를 보니까 이 작품은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 인기투표에서 37위를 했다고 한다.

그 것도 아주 후하게 쳐준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어두운 작품 싫어해서 더 그렇기도 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