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을 동경하는 말괄량이 아가씨

수수깨끼의 갈색 양복의 사나이

유쾌하고 정 많은 숙녀

마이페이스 신사와 음침한 그의 집사

영국의 비밀 첩보원

현대의 독자들에겐 뻔한 캐릭터상들이지만, 거장의 작품답게 직접 접한 이들은 너무나도 친근하고 유머감각 있게 나에게 다가왔다. 추리보다는 모험, 서스펜스, 로맨스 요소에 집중한 소설은 위의 인물 중 누가 흑막이며 거대한 범죄 계획에 무작정 부딪혀 보는 여주인공의 1인칭 시점을 개성 있게 묘사했다. 위기가 닥쳐와도 어떻게든 탈출할 방법을 궁리해내 스스로 모면하며 특유의 강한 멘탈로 위험과 협박을 이겨내는 여주인공은 정녕 1924년에 나온 소설의 등장 인물이 맞는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또한, 두 인물의 기록을 교차하며 기록하는 형식으로 빈 시점 없이 이야기를 전개하며 두 이야기에서 정보를 조합하며, 때로는 반전을 맞이하며 읽는 맛을 느낄 수 있었다. 결말로 이어지는 전개는 다소 편의적인 면모도 있었지만 꾸준히 쌓아온 캐릭터들의 모습과 어울리는 결말은 독자를 납득시키는 데 충분했다.

지금껏 읽은 크러스티의 어느 소설보다도 유쾌한 문체와 인물들의 대화가 인상적이었으며 정말이지 모든 등장인물들이 마음에 들었던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