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라치 준은 '냉장고가 비어야만 글을 쓰는 작가'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작품을 적게 쓰는 편이다.

그러나 국내에 출간된 <별 내리는 산장의 살인>을 읽고 이 정도면 과작 작가라도 상관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도 아이디어가 기발한 단편들이 많았기 때문에 재미있게 읽었다.

그렇게 마지막으로 남은 이 작품을 아끼다가 드디어 읽게 되었다.

작품 막판 몰아치는 추리가 굉장한 임팩트를 준다. 앞서 많은 분량에서 풀어놓은 복선들을

모두 그러모아 복잡한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는데, 트릭 하나하나는 의외로 단순한 편이지만

그러한 트릭과 추리가 맞물려 만들어내는 진상은 여러모로 인상적이다.

다만, 전체적인 전개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 일단 단순한 전체 줄거리에 비해 분량이 지나치게 많고,

영매에 관한 지식이 단편적으로 서술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읽는 중간중간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

또한, 탐정 역을 맡은 네코마루 선배의 캐릭터는 종잡을 수가 없다. 주인공에게는 '넌 머리가 파인애플이냐'며

시종일관 짜증나는 잔소리를 늘어놓던 사람이 결말에서는 로맨티스트가 된 것마냥 행동하는 것에서부터 이해가 안 된다.

유머가 뛰어나기는 하지만 인간적으로 끌리는 캐릭터는 아니다.

전체적으로 장단점이 뚜렷한데 완독할 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구라치 준의 팬이라면 당연하지만 

국내에 출간된 작가의 작품 자체가 매우 적기 때문에 이 작품은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점수 : ★★★★★★★☆☆☆ (7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