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인적으로 빌드업 과정이 지루한 소설을 싫어하는데, 다행히 이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음. 

독자들에게 꾸준히 긴장감과 떡밥을 던져줘서 지루할 틈이 없었다.

2. 

인간의 본능인 방어기제를 주제로 다룬 소설. 

주인공을 비롯한 여러 인물이, 자신의 자존심과 명예를 보호하고, 한편으로는 욕망을 채우기위해 자기합리화용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음.

이건 다시 말해 추리가 차지하는 부분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뜻이므로, 범인을 내가 찾고야 말겠다는 자세로 감상하면 실망할 수 있음.

3. 

어린 주인공을 섬뜩하고 포스있게 잘 그려냈음. 

자기합리화가 풀리려할 때 거미 떠뜨려 죽이면서 망상을 이어나가는 장면, 모든 게 골치아파져서 할아버지를 죽이기로 결정하고 대화로 떠보는 장면, 이 두 개가 가장 기억에 남네.

특히 후자는, 갑자기 휘몰아치는 전개를 어린 주인공을 통해 표현한다는 점에서 유명작 하나가 떠오르더라. 다른 작품 언급하는 건 또다른 스포가 될 수 있어서 말을 못하겠네 ㅋㅋ

4. 

이렇게만 보면 정말 갓-작품인 것 같지만 결국 전부 망상이었다는 결말은 다 읽은 독자에게 허무함을 남겨줄 수 밖에 없음. 

자기합리화가 주는 이득은 아무것도 없다는 점을 이러한 허무감이 방증하지만, 아무튼 난 지금 '와 개쩌는 거 읽었네' 보다는 '그래서 이제 뭐함?' 이 생각이 듦...

총점 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