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마을이 배경인 사실상 클로즈드 서클. 마을이 고립된 설정이 기발했음.

꼬이고 꼬인 사건을 추론과 협박성 수사로 풀어나가는데 본격 미스터리를 스릴러 영화에 맞게 각색했다는 느낌.

얼마 전에 국내 미스터리 관련 글 쓰면서 홍학의 자리와 영원의 밤을 호평했었는데 내가 죽인 남자~도 즐겁게 읽었다. 다소 억지 같은 트릭을 장르적 허용 안에서 개연성 있게 늘어놓았는데 뭔가 막장 시트콤 같기도 하지만 구성은 그럭저럭 탄탄했음.

단점은 올드한 감성이 있다는 거.

소설의 분위기가 2000년대 전형적인 한국 코미디 영화와 매우 유사함. 거친 듯 하면서도 순수한 시골 사람들, 패기 넘치는 여기자, 당돌한 꼬마아이, 악덕 사채업자 등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한국영화 클리셰를 벗어나지 못함. (다행히 자극적인 신파는 없음.)

또 하나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점이 너무나 한국적이라는 거?

일본 미스터리와 비교하면 일본 작품들은 시골 배경을 고풍스럽게 묘사하는 경향이 있는데(적어도 한국 독자가 볼 때) 그에 반해 내가 죽인 남자~는 무척이나 구수함. 글에서 소똥 냄새가 풍긴달까. 딱 전원일기 느낌임. 물론 이게 취향에 맞는 사람들한테는 더 좋겠지.

그리고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아쉬움인데 처음부터 본격 미스터리로 설계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했음. 물론 작가도 이것저것 고려한 끝에 대중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집필했겠지만. 그래도 본격을 좋아하고 얼개 괜찮은 한국 작품을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음.

어쨌거나 즐거운 독서였음. 교보문고 공모전 대상작이라는데 충분히 그럴 만한 자격이 있다고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