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야츠지 유키토의 책은 <십각관의 살인>밖에 읽어보지 못했는데,

그때 걸었던 기대가 산산조각났던 경험이 있었던지라 다소 겁을 먹고 책장을 넘긴 기분이 듭니다.

하지만 <시계관의 살인>은 <십각관의 살인>보다 훨씬 정교하고, 세련되고, 장엄한 소설이었네요.

사실 저는 분량이 방대한 소설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읽는데 다소의 불편함은 느꼈습니다만

단점보다 장점을 더 많이 발견할 수 있었던 걸 다행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일단 복잡하지 않으면서 원초적이고 폭력적인 살인 방법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시체의 상태를 발견했을 때 지나치게 고어하면 오히려 유치해지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십각관의 살인>은 폭력적이면서도 현실감을 지키는 투박한 시체를 그려내서 담백한 자극을 선사하는 게 매력입니다.

두번째로는 역시 소재를 활용하는 방식의 우수함인데, 이건 자세히 다루면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생략하겠습니다.

단점을 꼽자면, 사실 이건 취향의 영역으로 들어갑니다만

관 시리즈 특유의 특수성 그 자체가 별로 맞지 않았습니다.

인물의 매력이 굉장히 옅다고 할까요. 작품의 배경이 주는 분위기, 소재의 신비성에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다보니 캐릭터들은 다소 죽어버리는 건 어쩔 수 없나봅니다.

범인도 별로 마음에 안 들었습니다. 범인의 최후나 범행 배경이나 행동 양식이나... 그다지 기억에 남을 캐릭터는 아니네요.

별점 8/10

고오급 요리, 취향에는 안 맞는

참고로 십각관은 여지껏 읽은 책 워스트 중 하나에 짱박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