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까지 10권 채우고 나서 올리려고 했는데 실패해서 이제 올림;;;

1) 유다의 별 - 도진기, 2014

: 처음 읽은 한국 장편 추소. 흥미로운 소재들을 잘 이용한 소설이라고 생각. 하지만 매력 없는 캐릭터에, 중반 스토리 전개도 늘어지고, 내가 상상력이 부족해서 그런지 중간에 나온 트릭은 이걸 그림만으로 파악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이해가 안가서 감점. 후반에 몰아치는 전개는 좋았다. 중반에 지루한 전개랑 대비되서 임팩트가 컸음.

[평점 3/5]

2) 붉은 집 살인사건 - 도진기, 2010

: 이것도 <유다의 별>과 마찬가지로 중반부 전개가 너무 지지부진함. 이 작가의 스타일인지 모르겠다. 문학적 스킬이 뛰어나보이는 점도 없고, 트릭도 진부했다. 하지만 가족들 간의 관계라는 작은 스케일에서 나오는 아기자기함이 좋았고, 초반부터 쌓아올린 가족 구성원의 이상한 행동들에 대한 의문점이 막판에 주르륵 풀리는 전개도 좋았음.

[평점 3/5]

3) 순서의 문제 - 도진기, 2012

: 단편 모음집이라서 읽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음. 근데 작품마다 퀄리티가 천차만별이라 전체적으로 좋은 느낌은 아니었다. 진구란 캐릭터의 성격을 독자에게 각인시킨 <순서의 문제>랑 <9마일은 너무 멀다>를 오마주한 <대모산은 너무 멀다>는 재밌게 읽음. <티켓다방의 죽음>도 재미있긴 했는데, 이건 추리과정 보다는 진구의 의뢰인 엿먹이는 세팅 능력이 인상적이었음. 개인적으로 고진보다는 진구가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점 2.5/5]

4) 영매탐정 조즈카 - 아이자와 사코, 2021

: 표지랑 소재 때문에 별 기대를 안하고 봤는데 첫인상과는 달리 사건 자체도 무겁고, 장르 자체를 뒤집는 반전이 있어서 나름 재밌게 읽었다. 하지만 작가가 독자에게 함정을 파놓고는 그거에 걸렸다고 희희낙낙거리면서 훈계하는 느낌을 주는 부분 때문에 마냥 좋게만 느껴지진 않았음. 게다가 그 함정도 공평하다고 볼 수도 없고, 논리성도 주인공의 오버스펙에 너무 기댄게 아닌가 싶음. 다 읽고 영상화에 힘을 많이 준 작품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역시나 바로 드라마화 되더라. 눈깔색은 좀 바꿔줬으면 했는데 아쉬움. 동양인한테 비취색 눈깔이라니... 너무 일본스럽잖아.

[평점 3.5/5]

5) 빙과 - 요네자와 호노부, 2001

: 분량도 적고, 가벼운 소설이라고 해서 읽었는데 내용이 상당히 무겁게 다가왔다. 개인적으로 <9마일은 너무 멀다>를 좋아하는데, 이런 논리적 추론 형식과 비슷한 재미가 느껴져서 좋았음. 이런 장르를 '비블리오 미스터리'라고 하던데, 이 작품 때문에 장르 하나를 알게 되서 그것도 좋았다. 호노부 작품 처음 읽어봤는데, 캐릭터들도 매력적이고, 필력도 좋아서 재밌게 읽었음.

[평점 4/5]

6) 독 초콜릿 사건 - 앤서니 버클리, 1929

: <빙과>의 번역가 해설 부분에서 이 작품의 플롯을 따왔다고 나와 있길래 읽은 작품. 하나의 사건을 가지고 여러 명이 차례대로 자신의 추론을 발표하는 형식으로 단순하게 구성되어 있어서 읽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이 구성 때문에 어차피 앞 부분 발표자는 헛발질할 거라는 걸 아니깐 초반이 지루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오히려 발표자가 무슨 정보를 얻고, 어떤 과정을 거쳐서 추론을 이어나가는 지에 더 집중하게됐다. 하지만 내가 아직 '천재 탐정 스타일'에 익숙해져 있어서 그런지 과정이 좀 답답하긴 했음. 예전에 <잘린 머리에게 물어봐> 읽었을 때 처럼 고구마 먹은 느낌이 많이 났다.

[평점 3/5]

7) 시간의 딸 - 조세핀 테이, 1951

: 이것도 <빙과>에서 '비블리오 미스터리'라고 나왔던 작품이라 읽음. 기대를 가지고 읽기 시작했는데 영국 역사에 대한 지식이 하나도 없어서 읽는데 좀 애를 먹었다. 이게 정설인지 가설인지도 헷갈려서 예전에 여기에 글도 남겼었음ㅋㅋ. 게다가 번역의 문제인지 내 이해력이 딸려서 그런 건지 매끄러운 독서가 안돼서 더 힘들었다. 좋은 독서 경험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영국 역사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관심을 갖게 되서 즐거웠음.

[평점 3/5]

8) 흑뢰성 - 요네자와 호노부, 2021

: 22년에 읽었던 추소 1위. 일본에서 상이란 상은 다 휩쓴 작품이라고 해서 번역판 출간 되자마자 읽었는데, 고개가 절로 끄덕여짐. 추리 요소는 물론이고, 당시 전황과 주군과 가신 간의 관계, 마지막으로 깊이 생각해 볼만한 요소까지... 일본 전국시대라는 시대적 배경에 여러 요소를 매끄럽게 녹여낸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 읽는 도중에 '그냥 고전부에 전국시대 스킨 입힌 거 아닌가'하는 생각을 반성하게 만드는 결말이 인상적.

[평점 5/5]

9) 유리탑의 살인 - 치넨 미키토, 2021

: 22년에 읽었던 추소 2위. <흑뢰성>이 독자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 작품이었다면, 이 작품은 오락적인 요소로 꽉 들어찬 작품이라는 느낌을 받음. 허술한 트릭과 논리가 부족해보이는 전개가 반전 결말을 위한 빌드업 과정이었다는 거에서 놀랐고, 작품 전반에 단서가 깔려있었다는 사실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작가의 치밀한 이야기 구성력에 또 한번 놀랐음. 장르에 대한 지식이라던가 메타 미스터리에 관한 이야기까지 읽을 거리가 많은 작품이었다. 매력적인 캐릭터는 덤. 아쉬운 건 엔딩이 내 맘에 별로 들지 않았다는 거 정도? 오락용 추소로서 이보다 더 나은 작품은 아직까지 못읽어봤다. 있으면 추천점.

[평점 5/5]

<흑뢰성>이나 <유리탑의 살인>같은 경우엔 작가가 앞으로 이보다 더 나은 작품을 쓸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질 정도였음. 올해도 좋은 작품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올해 목표는 추소 20권 읽기. 사요나라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