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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정보] 스포) 투명인간은 밀실에 숨는다 후기

ㅇㅇ(220.117) 2023.01.30 19:04:38
조회 224 추천 4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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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이미지

추리소설이란 무엇인가?


답은 무한하게 나올 것이다.

십인십색이라는 말처럼 독자 각각의 해답이 있을테니까.

다만, 그 모든 해답을 쪼개고, 거슬러 올라가면 크게 두 가지 단어가 남는다고 생각한다.


추리. 그리고 소설.

이 책은 전자는 챙겼을 지 모르나, 후자는 그렇지 못했다.






1. 투명인간은 밀실에 숨는다.


신선한 설정, 참신한 트릭.

근데 그 신선한 설정이 어찌나 신선한지 혼자 살아 날뛰면서 나머지를 다 잡아먹는다.


투명인간.

전통적이면서도 아직도 사람을 잡아끄는 매력적인 소재다.

그야말로 모두에게 널리 알려져 있으면서도, 추리소설에 SF틱하게 결합된 건 못 본 것 같다.


다르게 말하면, 이미 다 아는 소재라는 뜻이기도 하다.

작가는 대체 왜 투명인간의 능력을 하나하나 설명하고 있는 것일까?


투명인간의 설정을 풀어내는 지문이 많다. 많아도 너무 많다.

맨 처음 신문 사설에서 설명해주고, 장면장면마다 투명인간의 특징을 돋보기에 들이대듯이 강조하고, 그걸로도 부족했는지


<투명인간의 특징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들 수 있다.


🌑 어쩌구

🌑 저쩌구

🌑 ... >


이런식으로 아예 리스트화 해서 보여준다.

한 번만 하세요, 제발... 두 번까진 참는다쳐도 세 번 이상 반복되는 건 아니잖아요.



이 단편의 핵심은 시체의 몸 위, 아주 낮은 높이의 훤히 보이는 사각지대다.

분명 그 무엇보다 주목받는 위치에서 누구도 보지 못한다는 투명인간의 이점을 살린 트릭.

그러나 서술이 2% 부족하다.


우리가 공중부양하는 마술사가 와이어나 보이지 않는 지지대를 쓰는 걸 분명히 알고 있으면서도 눈치채지 못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마술사의 현란한 손놀림과 시야유도다.

공중에 떠 있는 사람을 후프로 통과시키는 것은 물론이요, 온갖 쌩쑈를 하면서도 절묘하게 지지대는 숨기는 기술이야말로 진짜 마술사의 능력인 것이다.


그런면에서 이 소설의 검증방식은 다소 아쉽다.

어차피 뻔히 종이가 바닥에 널부러져 있어서 움직이면 소리가 날 것 같은데 굳이 현장을 훼손해가면서 유리를 뿌린다던가.

그렇게 해놓고 하는 짓이 지시봉으로 허공 휘젓기. 심지어 동시에 하는 것도 아니고 공간을 넷으로 나눠서.

검증이라기엔 다소 허술하고 구멍이 뻥뻥 뚫려있다.

미녀 조수를 공중으로 띄워놓고 그 위를 안 훑으면 사람들이 그걸 신기해 하겠는가? 아 와이어겠구나 하지.

이왕 할거였으면 좀 더 철저한 방식으로, '도저히 숨는 게 불가능할 것 같은 방법'으로 검증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와는 별개로, 

굳이 칼로 찌르거나 하지말고 겨드랑이 사이로 잘 숨겼으면 안 됐나 라든가,

칼에 맞고서 신음도 안내고 참는 특전사 뺨치는 정신력이라던가,

주차장엔 블랙박스도 없었나 라든가,

투명인간이라고 시체에 지문도 안 남는지, 땀도 흘리는데 그건 추적이 안 되냐 든가,

그 뻘짓할 시간에 한 명만 빨리 빠져나가서 지원을 불렀으면 되는 거 아니냐 라든가,

걍 밀가루라던가, 하다 못해 물이라도 한 번 뿌리면 안 되냐든가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그리 핵심은 아니니까 넘어가도록 하자.



한줄평 : 시야의 사각을 노린 훌륭한 트릭의 마술쇼. 마술사의 실력은 다소 아쉬움.





2. 6명의 열광하는 일본인들


그냥 <12명의 성난 사람들>의 패러디 소설.

오락적인 재미(?)는 있지만, 그 이상은 없다.


전문적인 지식이 트릭의 핵심이나 실마리로 연결되는 추리소설은 그 전에도 있었다.

일견 불친절하게 느껴지지만, 원래부터 추리소설에 있어 작가와 독자 사이의 정보 격차야 말로 중요 포인트이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이렇게나 독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소설도 드물 것이다.


아니, 쓰면서 다시 생각해보니 애초에 이건 전문적인 지식도 아니다.

대체 가상의 그룹이 레인보우 색상 응원봉을 쓰는지, 그 전날 공연에서 다리를 삐끗했다던지 알 게 뭐냐고.

하다 못해 앞쪽에 서술로 복선이라도 깔던가!!!

<투명인간(중략)>에서는 그래도 앞에 떡밥이라도 던지고 뒤에서 회수를 하는데 이건 그것도 없다.

내가 못 찾는 건지 몇 번이고 다시 살펴봐도... 없다...!


아, 그리고 마지막에 재판장 트롤링.

이건 진짜 앞에서 노골적으로 셋 중 하나는 트롤질 할 거라고 광고를 해대길래

나는 '탐정이 범인이야!'하는 서술트릭으로 '나'가 숨은 덕후일 줄 알았다.

재판장 아조씨일 줄은 몰랐지...



한줄평 : 사법부와 경찰이 ㅈ으로 보이십니까?





3. 도청당한 살인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 들어보는 추리소설.

기존과 다른 방향에서 바라보니 익숙한 고전트릭도 새롭게 보인다.


살인장면을 옮긴 이유가 '면식범이라는 걸 숨기기 위해서'라는 약한 동기인 점은 신경쓰이는 부분.

심지어 서술로 친근한 반응과 목소리라는 게 드러났는데, 굳이 그걸 옮겨야 했나 싶기는 하다.


바람녀와 바람남1이 글로만 표현되고 등장이 없었던 점은 아쉽다.

잠깐이라도 나와서 미끼 역할을 했다면 좀 더 반전의 맛이 살지 않았을까.


옥의 티라면, 평소 발걸음 소리로 사람도 구분하는데

숨소리+슬리퍼 신었다지만 동료 발소리를 못잡아냈다는 게 조금 의아한 점.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이 한 권에서 제일 좋았던 소설.

안 좋은 부분만 늘어놓은 건 나머지가 다 좋아서 그렇다.



한줄평 : 맛있다 히히히 이거 시리즈로 더 안 내주시나요 선생님?





4. 13호 선실에서의 탈출


자, 여기 캐비어가 있습니다.

트러플도 있고, 푸아그라도 있어요.

이 세계 3대 진미를 냄비에 넣고 끓이면, 짜잔- 어떤 요리가 될까요?


뭐긴 뭐야 음식물 쓰레기지.



단순하게 말하자면, 너무 우겨넣었다.

어디로 봐도 단권도 아니고 100페이지 남짓에 들어갈 수 있는 사이즈가 아니었다.

그나마 서술자들 모두 최종장 돌입한 빌런마냥 속마음으로 인물설정을 다 요약해주는 게 다행이랄까.


내가 이 단편을 다 읽고 난 다음 처음 든 생각.

차라리 탈출게임만 소설로 쓰는 게 더 재밌지 않을까?


트릭의 난이도가 그리 높거나 새롭지는 않다.

좀 사골같은 트릭이라 심심하긴 했어도, 분명 맛다시 좀 넣고 간만 잘 맞췄으면

마지막 반전까지 합해서 괜찮은 일품요리로 기억되었을 것이다.


근데 거기에 이상한 중2병맛 특제소스를 뿌리고, 최상의 경험을 위한답시고 잘 나온 한 접시를 토막내고 뒤섞어서 코스요리로 바꾸면?

게다가 디저트로 마라향을 첨가한 고수엑기스 슈크림(겉으로 보기엔 멀쩡함)같은 걸 화룡점정이랍시고 내놓으면?

주방장 나와 소리 듣는 거지 뭐...


아니, 이게 무슨 <괭이갈매기 울 적에> 마녀 환상도 아니고.

가능한 모든 게 진실인 건 판타지고, 이건 추리소설이잖아.

좀 그럴싸한 와이더닛 만드는 게 그렇게 어려워?!


한줄평 : 마지막 세 장만 뺐어도 평가가 50%는 올라갔을 것.






서문에 이어서.


누군가는 나의 의견에 손톱만큼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추리' 소설의 핵심은 어디까지나 미스터리와 트릭을 기반으로 한 작가와 독자사이의 사교이며,

소설은 어디까지나 수식어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


그러나 작가와 독자인 우리 두 사람은 텔레파시로 대화하는 외계인이 아니고,

서로의 마음을 읽는 독심술사도 아니며,

말 한마디 없이 서로를 알 수 있는 십년지기도 아니다.


아니,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우리는 대화조차도 하지 않는다.

그저 작가의 이름하나만 쓰여진, 안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를 정체불명의 택배 하나만 착불로 받을 뿐이다.

그 내용물이 온전히 전해질 수 있도록 완충재도 좀 넣고, 넉넉한 상자에 담아, 꼼꼼히 포장해서 보내주길 바라는 건 욕심인걸까.


개인적인 평가는 10점 만점에 6점 정도.




ps. 사실 본인 자체가 매사 불만이 가득한 종자라 박하게 썼을 뿐,

이 추리소설 가뭄에 이게 어디냐 하면서 허겁지겁 잘 먹었다.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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