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리뷰/정보] 「수차관의 살인」감상앱에서 작성

Pretende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2.12 14:24:51
조회 475 추천 9 댓글 3
														

a15528aa351ab2728e332b4d295dc6e9a1569140c98178f5a7ccabd350f5c19e6dc4

■ 줄거리
사고로 인해 흉측하게 망가진 얼굴을 하얀 가면으로 가린 채 살아가는 후지누마 기이치. 그는 친구의 딸 후지누마 유리에를 아내로 맞아 외딴 골짜기에 세운 '수차관'이라 불리는 괴이한 저택에서 외부 사람들과의 접촉을 거부한 채 살아간다. 그가 유일하게 외부 사람들을 만나는 날은 그의 아버지 후지누마 잇세이의 기일이다. 폭풍우가 치는 후지누마 잇세이의 어느 해 기일, 네 사람의 방문객이 찾아오면서부터 그들의 고요한 일상에 파열이 일어난다. 소각로에서 머리, 몸통, 양팔, 양다리의 여섯 토막 사체가 발견되고, 수차관에서 일하는 가정부는 '탑' 발코니에서 떨어져 죽는다. 그리고 후지누마 잇세이의 마지막 작품 '환영군상'과 함께 한 남자는 사라져 돌아오지 않는데…


■ 감상
일본식 고딕풍 저택물의 정석 소설.

작가의 처녀작 「십각관의 살인」의 충격적인 데뷔 이후 반년도 되지 않은 1988년 2월 발간된 작품이다. 작품 외적으로 지니는 의미가 꽤 큰데, 바로 '신본격'이라는 용어의 기원이 본작으로부터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초판으로 발행된 고단샤 노블즈판 띠지의 '향기가 넘치는 신본격 추리 제2탄!'이라는 문구. 세기말 일본 추리소설계의 무브먼트를 파동시키며 현재까지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신본격이라는 호칭이 탄생한 순간이 바로 이 작품이다.

그러나 '관 시리즈' 중 본작이 차지하는 위상은 그렇게 크지 않아 보인다. 인기적인 측면에서도 그렇고, 특출나지 않은 범작과 수작의 그 경계에 있는 작품처럼 느끼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또한 국내에서는 작품이 빠르게 절판되어 실물을 구하기가 어려운 탓인지도 모르겠지만, 시리즈 내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감 또한 없지 않아 있다. 시리즈의 핵심 서사를 「십각관의 살인」 - 「미로관의 살인」- 「시계관의 살인」 라인업이 차지하다 보니 사이드 격에 위치해 있다는 느낌마저 받을 때도 있다.

사실 본작을 내부적으로 살펴보면, 굉장히 무난한 작품이다. 하지만 무난하면서도 모나지 않은 작품이기도 하다. 충격적인 반전을 통한 한판 뒤집기로 승부 보는 '관 시리즈' 중에서도 성질을 많이 죽인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결말의 임팩트를 줄임으로써 시리즈 여타 작품과 다르게 공정한 추리 게임을 살리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그렇다면 본작의 핵심은 무엇인가. 그것은 다름 아닌 '수차관'이라는 공간이 자아내는 배경적 분위기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사실 생각해 보면, '관 시리즈'는 본격 추리소설의 로망으로 꼽히는 저택물의 대명사이지만, 초기작 중에서 실질적으로 고풍스러우면서도 예스러운 느낌을 주는 저택은 '수차관' 밖에 없다.

실제로 시리즈 초기 작품들을 살펴보면, '십각관'은 작위적이고 우스꽝스러우며, '미로관', '시계관'은 보통의 저택과는 이질적인 구조로 되어 있으며, '인형관'은 애초에 서양식 건축이 아니고, '흑묘관'은 저택이라기보다 별장같은 느낌이라, 인적이 드문 외지에 위치한 이인들의 저택다운 저택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은 후기 작품 '암흑관', '기면관'을 제외하고 시리즈 1기에서 '수차관'이 유일하다.

세 대의 수차가 돌아가는 영국식 고성의 저택. 가면을 쓰고 방문객들을 맞이하는 비밀스러운 주인. 폭풍우로 고립된 채 일어나는 연쇄 살인. 클로즈드 서클의 전형적인 설정을 차용하면서도, '관' 특유의 중후한 분위기를을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 가는 일본식 고딕풍 저택물의 정석을 올바르고 격식 있게 보여주었다는 점, 개성을 내세우며 서로 아우성치는 시리즈 속 기본에 충실한 작품으로서 본작은 평가받을 가치가 있다.

동시에 본작은 '관 시리즈'의 분위기적 방향성을 제시해 준 소설이기도 하다. 트릭 빼면 시체라는 평을 받은 전작 '십각관'의 작위적이고 가볍다는 배경적 비판을 수용, 기이함과 음산함이 악의적으로 가득 찬 나카무라 세이지의 '관'이 자아내는 시리즈의 분위기적 정체성을 정립하였다. 고풍스러우면서도 그 속에서 어딘가 불길함을 발산하는 진중한 저택물로서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 것이다.

기괴한 굉음을 울리며 돌아가는 수차의 굴레 속에서 현재와 과거를 이원으로 중계하는 서사. 물론 세월의 흐름 속에서 작품의 무난함이 빛이 바래는 순간도 있을 것이다. 시시하거나 혹은 수수하거나. 하지만 그럼에도, 자극적이거나 독특함이 가미된 '매운맛' 작품들 속에서, 가끔은 건강하고 정직한 '순한맛'을 표방하는 작품을 한 끼 정도 섞어주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그러한 마음가짐으로 본작을 음미해 보면 좋을 것 같다.


■ 한줄평
수차로 토핑한 '관 시리즈' 순한맛.


■ 평점
■■■■■■■□□□ 7/10

- dc official App

추천 비추천

9

고정닉 5

원본 첨부파일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863 설문 시세차익 부러워 부동산 보는 눈 배우고 싶은 스타는? 운영자 24/05/27 - -
22408 일반 흑뢰성 이거 그냥 전국도라에몽 아니냐? ㅇㅇ(118.38) 23.02.25 231 0
22407 리뷰/ 스포)백야행 다 읽었다 [1] ㅇㅇ(121.167) 23.02.25 172 0
22400 일반 방금 히가시노 게이고 [환야] 읽었는데 몇가지 궁금증(스포) (211.194) 23.02.25 165 0
22397 일반 ㅅㅍ? 갈증 이거 읽는데 스포임 이거? [4] ㅇㅇ(223.38) 23.02.25 130 0
22393 일반 애거서 크리스티 책들 ‘동서문화사’ 여기꺼 읽어도됨? ㅇㅇ(211.36) 23.02.24 197 0
22392 리뷰/ 최근 읽은 책 간단 리뷰 [3] 시퍼런푸르딩딩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2.24 443 2
22391 일반 난 이북은 읽어도 읽는 느낌이 안들더라 [5] ㅇㅇ(49.1) 23.02.24 272 0
22390 일반 아까 낮에 제목으로 방주 스포한 ㅅㄲ [3] ㅇㅇ(211.217) 23.02.24 399 4
22389 일반 서치2 보니까 셜록 홈즈 시리즈 생각나더라(스포) [1] ㅇㅇ(211.51) 23.02.24 89 1
22388 일반 나도 오늘의 알라딘 구매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2.24 252 0
22387 일반 방주 질렀다 ㅇㅇ(117.111) 23.02.24 99 0
22386 일반 알라딘 중고는 신이다... [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2.24 322 1
22385 일반 스포) 라 트라비아타의 초상 ㅅㅂ 아 ㅋㅋ [4] 간장선생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2.24 147 4
22384 일반 추린이 픽 3개인데 어때 [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2.24 245 2
22383 일반 요즘 책 살때마다 전자책vs종이책 고민되네 [3] ㅇㅇ(172.226) 23.02.24 275 0
22382 리뷰/ 노스포) 방주읽고 십각관이 떠오름 [1] ㅇㅇ(124.80) 23.02.24 269 2
22380 일반 오승호 작가 작들 드라마쪽임? ㅇㅇ(121.67) 23.02.24 86 0
22378 일반 밑에 어린이 추리소설 찾으시던 분께 답변드림 ㅁㄴㄹㄹ(108.183) 23.02.24 175 4
22377 리뷰/ [미스터리 클리셰] 탐정들의 파트너. [4] %%(210.222) 23.02.24 153 3
22376 리뷰/ 시리즈 부정기 연재 알림. [11] %%(210.222) 23.02.24 359 10
22373 일반 방주르~ [2] ㅇㅇ(121.144) 23.02.24 202 0
22372 일반 방주 <<< 정도면 1년에 몇 없는 대작맞냐 [2] ㅇㅇ(117.111) 23.02.24 436 0
22371 일반 현생 다 때려치우고 추리소설만 읽고 싶다 [1] 망가진솜사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2.24 332 7
22369 일반 기시유스케는 에노모토탐정시리즈말고 장편 신작 내주면 좋겠다 ㅇㅇ(211.42) 23.02.24 78 0
22368 일반 음울한 추리 미스테리 소설은 연속으로 읽다보면 [4] ㅇㅇ(223.62) 23.02.24 219 0
22366 리뷰/ ㅅㅍ)검은 집 읽었다 [1] ㅇㅇ(121.167) 23.02.24 250 5
22365 일반 (스포)그리스관 미스터리에서 가장 이해 안 가던 거 [1] ㅇㅇ(118.34) 23.02.24 95 0
22363 리뷰/ 스포x) 나쁜토끼 너무 불호네.. ㅇㅇ(1.237) 23.02.24 199 0
22362 일반 '악의'는 곡씹을수록 소름돋고 무섭네 ㅇㅇ(121.125) 23.02.24 483 5
22361 일반 스포주의) 스마트폰을 떨궜을 뿐인데 이거 말이야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2.24 141 0
22359 일반 넷플릭스 원작 스마트폰 떨구면 어떰 [2] ㅇㅇ(180.66) 23.02.24 174 0
22358 일반 22년 전 읽었던 오래된 어린이추리소설을 찾고 있습니다. [3] ㅇㅇ(222.116) 23.02.23 257 0
22357 일반 연역법, 귀납법 잘 아는 고수님들 질문 [7] ㅇㅇ(112.147) 23.02.23 435 0
22356 리뷰/ 2월 추소 결산 및 리뷰 (스포o)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2.23 148 3
22355 일반 본인 미스터리가 있음 [2] ㅇㅇ(116.125) 23.02.23 160 0
22354 리뷰/ 아서 이그네이셔스 코난 도일 경의 삶과 문학. [1] %%(210.222) 23.02.23 89 3
22353 일반 심리트릭 잘 쓰인 소설 추천 좀 [4] ㄱㄱ(14.53) 23.02.23 280 0
22351 일반 오늘의 절판 도서 구매 [1] 딸기짬뽕(127.86)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2.23 289 2
22350 리뷰/ 스포 없음) 기담을 파는 가게 후기 [2] 페이드아웃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2.23 137 1
22349 일반 올려치기란 말이 참 이상하다 [2] ㅇㅇ(118.235) 23.02.23 324 10
22348 일반 오랜된 책들 다시 안읽을 책들 [4] ㅇㅇ(116.125) 23.02.23 174 0
22347 일반 《9번째 18살을 맞이하는 너와》이거 읽어 보신분 계신가요? ㅇㅇ(106.101) 23.02.23 210 0
22346 일반 투명인간은 밀실에 숨는다 진짜 재미업넹.. ㅜ [7] ㅇㅇ(27.35) 23.02.23 441 0
22345 일반 유리탑 샀는데 [2] ㅇㅇ(121.125) 23.02.23 382 0
22344 일반 이사카 코타로 소설은 진짜 주제의식 없거나 모호한듯ㅋㅋ [7] ㅇㅇ(182.216) 23.02.23 260 0
22343 일반 누군가에게 쫓기는 내용이 ㄹㅇ 재밌는거같음 [3] ㅇㅇ(211.42) 23.02.23 269 0
22342 리뷰/ ㅇㅅㅍ)방주는 추리도 추린데 ㅇㅇ(218.149) 23.02.23 248 0
22341 일반 흑뢰성 슴슴하네 [2] ㅇㅇ(122.34) 23.02.23 298 0
22340 리뷰/ 노스포)방주 리뷰ㅋㅋㅋㅋ [1] ㅇㅇ(222.236) 23.02.23 742 14
22339 리뷰/ 렉스 스타우트의 '독사'를 읽었다 [1] Embri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2.23 85 2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