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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정보] (스포) 28,915+n번째 살인의 효과 (非문학 시리즈)

탐정B문학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2.26 22:11:59
조회 79 추천 2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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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이미지

(폭설이 내리고 있다. 한 인물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어두운 오버코트, 밝은색 스카프, 펠트로 만든 모자를 쓰고 있다.)


(...)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 스코틀랜드 야드에 따르면 살인은 24 컬버-로(24 Culver street), 패딩턴에서 일어났다고 합니다. (...) 현재-

-어두운 오버코트- 

(코트를 벗어 걸어둔다)

-밝은색 스카프(light scarf)-

(스카프를 벗어 걸어두며)

-그리고 부드러운 재질의 펠트 모자를 착용하고 있는 용의자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마지막으로 모자를 걸어둔다)


(겉옷을 모두 정리한 사람은 여성이다. 라디오를 끄더니 부엌으로 향한다. 이윽고 문이 또 열리며 사람이 한 명 더 들어온다. 라디오를 다시 켠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 반복합니다. 스코틀랜드 야드는 범인의 인상착의가- 

-어두운 오버코트-

(코트를 벗어 걸어둔다) 

-밝은색 스카프-

(목도리를 걸어둔다)

-그리고 펠트 재질의 모자를 쓰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마지막으로 모자를 옷걸이에 건다)


(이번엔 남성이다. 두리번거리더니 빛이 새어 나오는 부엌으로 들어간다.)


오든에게 엘리엇을 구조화했듯이, 도로시 세이어즈에겐 아가사 크리스티를 대비시켜야 할 것같다. 물론 조세핀 테이(Josephine Tey), 패트리샤 웬스워스(Patricia Wensworth), 마저리 알링햄(Margery Allingham) 등 크리스티가 생전 직접 언급했던 작가들이 더 적절할 수 있겠지만 이건 크리스티를 중심화했을 때 유효할 뿐이다. 세이어즈가 소설 외적으로 추리란 장르에 대해 오랜 심문을 견뎠다면 소설로써 견딜 수 있는 텍스트는 크리스티다.


하지만 아가사 크리스티는 늘 과도하다. 아니 과도할 수밖에 없다. 장르적으로 그녀의 이름을 통과하지 않는 게 힘들다. 개인의 삶 또한 충분히 분석되고 컨텐츠화 되었다. 무언가 헷갈린다면 검색하면 그만이다. 더군다나 원작들이 17년, 22년에 연달아 재-영화화되기까지 하는 시점에서 어떤 부분을 건드리던 진부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래서 이번엔 조금 더 넓은 크리스티에 대한 텍스트를 경유하면서도 한 번 짚고 넘어갈 만한 질문을 꺼내 보고 싶다.


코로나로 인한 일시적 중단을 제외하곤 성 마틴 극장(St. Martin’s Theatre)은 70년간 같은 (공연)장소, 구성, 결말로 관객들을 맞이해 왔다. 그래서 두 가지 회의론이 유효한데, 첫 번째는 사실 지난 28,915번(2022년 11월 기준)의 공연들이 모두 다른 결말이었다는 가설이고 두 번째는 관람을 끝낸 사람들이 재방문한다는 점에서 웬만한 첩보기관을 능가하는 정보 은엄폐 기술을 지닌 곳이라는 의심이다. 물론 이 두 회의론의 진실성을 확인하려는 접근은 무의미하다. 하지만 그냥 지나치기엔 대단히 모순되어 보이는 효과를 한가지 일으키는데 “결말을 앎에도 반복되는 추리”란 질문으로 함축될 수 있다.


아니타 네이라 티에만(Anita Neira Tiemann)과 캐롤라인 마리(Caroline Marie)는 페이지가 스테이지(page to stage)가 되는 과정 자체가 독자의 (접촉된)외부, 즉 메타(meta)가 됨으로써 끊임없이 움직이는 작품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해석한다. 소설이 만들어낸 공간과 무대란 공간에 제시된 소설은 구분된다. 필수적인 요소는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살인은 시행되어야 한다. 활자의 살인은 철저하게 글쓴이의 의도에 따라 불투명하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무대는 살인을 노골적으로 수행해(perform) 관객이 접할 순간을 만들어야 한다. 성 마틴 극장에 재현된 저택이 이름이 몽스웰(Monkswell)이며 그 주인이 몰리, 자일스 랄스턴(Mollie & Giles Ralston) 부부임을 첫 번째 손님이자 3번째 등장인물이며 어두운 코트, 밝은색 목도리, 펠트 모자를 쓴 크리스토퍼 렌(Christopher Wren)이 상호 통성명을 하기 전까지 알 수 없다. 다만 이를 위해 원작자를 거쳐 감독, 배우, 연출가란 ‘독자(reader)’는 텍스트를 먼저 통과하며 의도적인 행동의 생성(intentional creative action)을 만들어야 한다. 이후에 푯값을 낸 관객은 비로소 독자와 비슷한 입장에서 기호와 거짓 증거들을 관찰할 수 있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언어의 불투명성에 당한 사람들이 더 명확한 근거와 진실을 대면하기 위해 찾은 공간은 책보다 더 외부화 되어 있다. 심지어 수많은 선제독자(pre-reader)가 설치해 놓은 기호의 ‘쥐덫(The Mousetrap)’을 해쳐야 하는 문제 속에서, 결론적으로 원작자(아가사 크리스티)를 소환하는 데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그 원문의 창조자마저 메타화 되어 있음을 발견할 뿐이다. 그래서 관찰하면 관찰할수록 붕괴하는 단서를 정리하기 위해 다시 극장을 찾는다. 반복하고 반복한다. 적어도 28,915번은 유효했다. 원래 동요가 섬뜩했던 걸까 아니면 들으면 들을수록 흐릿해져서 무서워지는 걸까?


Three Blind Mice


Three Blind Mice


See how they run


See how they run



참고자료

-AGATHA CHRISTIE’S THE MOUSETRAP: ADAPTATION AND THE REPEAT (MURDER) PERFORMANCE (2019)

-When Page Won’t Go to Stage: Adaptation-Resistant Embryos of Theatricality in Agatha Christie’s ‘Three Blind Mice’ and ‘Witness for the Prosecution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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