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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정보] <성녀의 독배> 감상

까악내가까마귀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3.22 02:38:51
조회 475 추천 8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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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마을의 전통 결혼식 자리에서 같은 잔으로 술을 돌려 마신 참석자 중 독사한 자와 살아남은 자가 교대로 나타난 ‘징검다리 살인’이 일어난다. 우연히 결혼식에 참석한 중국인 미녀 푸린과 재기 발랄한 소년 탐정 야쓰호시가 다양한 가설을 내세우며 수수께끼에 도전하지만 추리는 빠르게 무너지고, 기적을 쫓는 탐정 우에오로 죠는 사건이 마을의 수호신 '가즈미 님'에 의해 일어난 기적임을 주장하는데...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글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 요즘이다. 일본 추리소설계 또한 이러한 흐름을 충실히 반영했는지, 라이트노벨로부터 여러 요소를 차용한 듯 보이는 작품들이 각종 미스터리 랭킹에서 눈에 띄는 일이 잦아졌다. 물론 이런 변화를 달갑지 않게 여기는 독자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가지 단언할 수 있는 점은, 작품의 스타일에 대한 호불호 따위는 뒤로 제쳐놓고서라도 박수를 보내주고픈 훌륭한 작품들이 이런 변화의 시류 속에서 여럿 탄생했다는 것이다.


<성녀의 독배> 의 전작 <그 가능성은 이미 떠올렸다> 가 내게는 그런 작품이었다. 시종일관 가벼운 분위기에 유치한 상황 설정, 거기에 더해 이 이상 라노벨스러울 수 없는 캐릭터들로 이야기를 꾸려나갔음에도, 미쳤다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는 추리 파트가 기어코 까다로운 소재에 설득력을 부여하는 대단한 본격미스터리 소설이었. 나는 이 작품을 우라조메 덴마 시리즈를 접한 직후 읽었기 때문에 라노벨풍의 추리소설은 하나같이 준수한 추리 파트를 가지고 있다는 기묘한 선입견이 머릿속에 박혔는데, 이게 또 그럭저럭 맞아 떨어져서 현재까지 떨쳐버리지 못하고 질질 끌고 있다.


기적을 쫓는 탐정이라는 확실한 구심점이 있는 만큼 <성녀의 독배>는 기본적으로 <그 가능성은 이미 떠올렸다> 와 비슷한 장단점을 공유하는 작품이다. 가벼운 분위기, 가벼운 캐릭터, 무겁다 못해 때로는 이해가 버거운 수준의 추리 파트까지. 특히 추리 파트의 논리성은 전작과 비교해도 확연히 발전한 부분이다. 가능한 모든 가능성을 검토해 사건의 불가해성을 입증한다는 탐정의 소신이 결코 단순한 허세가 아님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작중 등장했던 모든 논리를 끌어모아 작품의 테마에 가져다 박는 듯한 최종 논증 장면은 감탄이 나오는 대목이다.


그러나 <성녀의 독배> 는 추리 이외의 부분에서는 전작보다 많은 문제점들을 노출한다. <그 가능성은 이미 떠올렸다> 에서 우에오로와 정체불명의 조직이 대치하는 전개는 헛웃음이 나올 만큼 유치했지만, 적어도 어색하지는 않았다. <성녀의 독배> 에서 사건 관련인들이 치열하게 추리를 주고받는 장면은 어색하다. 적어도 내 생각에, 유치한 것과 어색한 것 사이에는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다. 그리고 소설의 세계에서는 말할 것도 없이 후자가 훨씬 끔찍하다.


선상에서 펼쳐지는 두번째 추리극 역시 문제가 많다. 작품의 초점을 사건이 일어난 배경으로부터 완전히 동떨어트려 놓은 데다가, 피해자 신부의 시점에서 진행되었던 작품의 초반부를 불필요한 사족으로 만들어 버렸기 때문이다. 결말을 보고 나면 작가의 설계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되기에 더더욱 아쉬운 부분인데, 개인적으로는 서사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작가의 과욕이 아니었나 싶다.


위에서는 장점으로 언급했지만, 추리 파트 역시 여러 의미에서 조금 도가 지나치다는 느낌이 있긴 하다. 분량도 분량이거니와 그 꼼꼼함이 나사가 하나 빠진 수준이라 문체가 주는 인상과는 달리 수월하게 읽어내려갈 수 있는 작품은 아니다. 추가로 라노벨풍의 추리소설에 내가 가진 선입견이 또 하나 있는데, 시리즈 완결을 보기가 더럽게 힘들다는 거. 기적 시리즈든 우라조메 시리즈든 뭐든 제발 누군가 이 선입견을 시원하게 박살내줬으면 좋겠다. 기왕이면 역사소설 쓰는 그 작자부터.

주관적 평점: ★★★★★★★★☆☆ (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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