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고 기다리던 [폭탄]을 이제서야 읽었다.

원래는 바로 읽으려고 했는데 

어떤 책 하나가 독서슬럼프에 빠지게 만들었고

여차저차 이것저것 하다 보니 다소 늦게 읽은 감이 있다.

그래도 지친 일상 속에 사둔 로또 같은 존재라

중간중간 바라만 봐도 '얼마나 재밌을까' 하는 생각에

절로 기분이 좋아지곤 했다.

기대작 읽기 전, 가급적 줄거리 참고를 안 하려고 하지만,

그래도 관련 정보를 찾다 보면 필연적으로

적당한 마케팅 문구나 소재는 알 수 밖에 없는지라...

도쿄에 폭탄을 터트린다는 내용을 보곤

다소 갸우뚱했던 기억이 있다.

폭탄 테러는

현실에서야 끔찍한 참사를 가져오는 최악의 테러 중 하나지만

개인적으로 미스터리 소설에서는 그렇게까지 

좋아하는 소재가 아니다 보니

좀 의문스럽긴 했지만 그래도 오승호니까 다르겠지라 여겼고,

그 결과물은...

[폭탄]은 1~3부로 나뉜 구성인데

딱 봐도 1부의 분량이 반 이상을 차지하고 

2, 3부는 다소 어정쩡한 분량이다.

그리고 난 1부를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

오승호는 미스터리 떡밥을 기가 막히게 뿌려대면서

몰입하게 만드는 능력이 탁월하다.

그래서 좋아한다.

스즈키라는 캐릭터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는

'이새끼 뭐야'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독자를 불편하게 만든다.

심지어 간혹 그 개똥철학에 흔들릴 때도 있다.

이런 스즈키와 형사들의 두뇌 싸움(=퀴즈)이 주된 내용인데

뭐 거기에 내가 끼어들 틈은 없다.

내가 잘 모르는 일본어 말장난이나 도쿄 지리 뭐 이런 게 핵심이라

난 그냥 적당히 추임새를 넣어가며 그러려니 하면 된다.

잘 몰라도 그 분위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진진하다.

그런데 2, 3부가 전개되면서 역시나 다른 떡밥이 던져지는데...

좀... 글쎄다.

여기서 좀 아쉬웠다.

다소 김빠지는 느낌도 들고.

이전까지는 괜찮던 장르적 재미와

작가 특유의 사회파적인 메시지의 밸런스가

한 쪽에 먹히는 기분?

메시지가 불쾌하다는 소리가 아니라

(오히려 현대 일본 사회 나아가 한국까지도 관통하는 얘기이기에 절실히 와닿았다)

그냥 미스터리 소설 특유의 결말에서 빵 터지는 재미가 오승호치고도 약했다고 해야 하나?

원래 그래왔다마는 ㅋㅋ

여러 캐릭터를 나름 입체적이게 설정해놓고도

마지막에 뭔가 평면적으로 휙 바뀐 것 또한 아쉽고.

그래도 읽는 재미는 워낙에 탁월하니까 추천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