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중 문제로 나오는 사건은 그저 그랬고, 참가자들이 사소한 요소를 파고들어 한꺼풀 한꺼풀 내놓는 추리도 감흥이 없었음.

사회자가 참가자들 비꼬는(작가가 독자들을 비꼬는) 개그 파트는 좀 웃겼다.

"저 같은 프로 미스터리 독자는 사건 발생 전이라 해도 범인을 알 수 있습니다." 

<미스터리 아레나>가 데스게임인게 밝혀지고 참가자들의 대반격이 펼쳐지는 종장도 유치한 느낌이 나서 영..

결국 이 작품에서 주목해야 될 건 테마다. 작가 마음대로 내용을 주물러도 독자 니들이 뭘할 수 있는데? 

문제 시나리오 자체에 여러 답이 나올 여지를 남겨놓고, 참가자가 그럴듯한 답을 낼 때마다 오답이 되도록 그 여지를 잘라내어 전부 탈락시킨다.

순문학과 추리소설을 비교하는 대목도 눈여겨 볼만하다. 순문학은 가능성의 총체를 제시하는 것만으로도 작품이 성립되나,

추리소설은 거기서 설득력 있고 놀라울 만한 단 하나의 결말을 뽑아내야 한다. 

가능성들만 툭 던지고 열린 결말로 도망치는 몇몇 순문학, 그리고 그런 무책임한 엔딩을 수준 높다 빨아주는 자칭 '현학적인' 독자들을 대놓고 깐다.

결국 이 작품도 <유리탑의 살인>과 마찬가지로 추리소설에 익숙한 사람일수록 재미를 느낄 부류이고,

유쾌한 분위기의 다중추리물은 <탐정영화> 쪽을 더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