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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정보] [미소리대] 로봇 교사

EBS광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8.30 08:36:39
조회 354 추천 10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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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준 작가의 데뷔작입니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이 작품은 저를 완전히 매료시켜 출판사에 팬레터까지 쓰게 만들었죠.

 

간략한 줄거리를 앞서 소개하자면, 로봇이 상용화 된 대한민국이 배경입니다. 주인공 '가우스' 라는 로봇은 인간의 감정을 얻게된 로봇이며 수학을 가르치는 로봇교사입니다.

 

그러던 중 모종의 사건이 일어나 학생을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게 됩니다. 로봇이 인간을 살해했다며 뉴스가 보도되고 가우스는 도망을 다니며 진범을 찾아내는 이야기입니다.

 

장르적으로는 추리와 스릴러에 가깝겠네요.

이 작가의 큰 장점은 '마치 영화를 보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생동감 넘치는 묘사력' 입니다.

 

실제로 영화화가 결정되었고 제작중이라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대단한 작가입니다. 신인의 데뷔작이 영화화 되는일은 드문 행운일테니까요.

 

단지 추리나 스릴러의 재미만을 추구했더라면 "로봇 탐정"이라고 제목을 짓는게 나았을겁니다. 그러나 이 책은 "로봇 교사"입니다.

 

여러분은 학창 시절을 어떻게 기억하시나요? 돌아가고 싶은 아름다운 청춘의 한 페이지라고 말하는 게 보통이겠지만 돌이켜보면 학교는 꽤 정글 같은 곳이었습니다. 학교 폭력이나 왕따 같은 사건사고가 일어나는 곳이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아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도 일어납니다. 그런 일들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반드시 해결해야할 사회문제라는 목소리가 나온지도 제법 오래되었습니다. 하지만 뚜렷한 해결방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죠. 아무도요. 이 소설은 인간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면 로봇이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그 질문은 상당히 일리가 있습니다. 실제로 과학기술의 발전이 많은 것을 해결해주었거든요. 지금이야 치안 강국이라는 소리를 듣는다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도 소매치기, 날치기가 참 많았습니다. 치안문제를 해결해준 것은 시민의식이나 준법정신 따위가 아니라 CCTV의 등장이었죠. 흔히 흉악범에 대한 판결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사람들은 ‘AI판사를 도입해야한다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로봇으로 교사를 대체하자는 발상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인간이 해내지 못하는 일을 로봇이 해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감이죠. 어른들이 AI판사 도입을 원하듯이 어쩌면 학생들은 은연중에 로봇이 교사 역할을 더 잘해낼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선생님이 아시는지 모르겠는데, 요즘은 세상이 아주 지옥 같아요. 곳곳에서 일진들이 출몰하는데 인간 교사들은 신경도 안쓴다고요. 결국 선량한 학생들을 지켜 줄 수 있는건 로봇뿐입니다. 망설이지 않고 일진의 목을 따는 정의로운 로봇이 필요하다 이거에요.”

 

학교폭력을 해결하기 위해서 굳이 살인 로봇을 투입할 필요는 없단다. 남을 괴롭히는 학생이 있으면 언제든지 선생님들한테 말씀드리렴. 학교에서는 학교 폭력을 막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어.”

 

그런 걸 믿는 순진한 애는 아무도 없어요. 선생님 그거 모르시죠? 1학년 때 김동섭이랑 몇 명이 어떤 애 한 명을 계속 괴롭혀서 걔가 자살 시도를 했대요. 그래서 걔네 부모랑 김동섭 부모가 한동안 학교에 자주 왔다 갔다 했는데, 결국 당한 애만 조용히 전학 가는 걸로 끝났어요. 김동섭은 지금도 학교 잘 다니고 있잖아요.”

 

정말? 전혀 몰랐구나. 동섭이는 아무 처벌도 받지 않았니?”

 

같이 괴롭히던 다른 애 두명만 반성문 쓰는 걸로 끝났어요. 김동섭은 아무 일도 없었고요. 아시겠죠, 선생님? 인간 사회가 이렇게 썩었다고요. 선생님은 자꾸 원칙을 말씀하시는데 선생님을 만든 인간들이야말로 원칙을 개무시하는 게 현실이에요. 그러니까 답은 뭐다? 빨리 기계가 인간을 지배해야 한다!”

 

 

로봇 교사와 학생들이 학교 폭력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입니다. 언뜻 장난스럽게 이야기 하는 것 처럼 보일지 몰라도 깊은 분노가 담겨있는게 느껴집니다. 뉴스에 나오는 흉악범의 재판을 볼 때, 최고 형량을 때리기는커녕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판사를 보면 도무지 납득할 수 없어 분노하는 것처럼요.

 

이처럼 소설은 계속해서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의 온갖 문제를 꼬집습니다. 학생은 어때야할지, 교사는 어때야할지, SNS는 정말로 나쁜 것인지, 감정은 반드시 필요한지 등등 끊임없이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게 하죠. 재밌는 점은 이 소설이 나올 당시 작가가 숭실대 철학과 재학생이었다는 점입니다. 시종일관 독자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것이 꼭 철학의 세계를 맛보여주고 싶어한다는 느낌도 살짝 받았어요. 그저 재미있는 장르소설을 읽고있다고 생각했는데, 가랑비에 옷 젖는줄 모르듯이 작가는 저를 철학의 세계로 조금씩 젖어들어가게 만듭니다.

 

로봇이 탐정 역할을 맡게 되었을 때, 인간 탐정과 비교하자면 꽤 많은 한계가 극복된다는 걸 느꼈습니다. 탐정 역할은 대게 천재로 설정됩니다. 사건을 은폐하려는 치밀한 계획 범죄를 보통 사람이 밝혀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로봇 탐정은 한 번 본 것은 모두 기억하며 잊어버리는 일도 없고, 한 번 들었던 증언은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정확히 기억하여 다시 말할 수도 있습니다. 감정에 휘둘리지도 않으며, 충전을 제외한다면 휴식이나 잠도 필요 없습니다. 로봇이라는 설정은 많은 제약을 넘을 수 있었고 천재 인간에 준하는 놀라운 탐정 활동을 해낼 수가 있습니다. 만약 제가 추리소설을 쓰는 신인 작가라면 괜히 천재 탐정 캐릭터를 창작해내려고 진땀을 빼느니, 로봇을 탐정으로 설정하는 게 훨씬 쉽고 또 설득력도 있겠다 싶었어요.

 

대회를 위한 글을 쓰다보니 이런저런 난잡한 설명을 잔뜩 붙이긴 했지만, 사실 정말로 하고싶은 말은 제가 재밌게 읽은 소설입니다.”이거 뿐입니다. 이만 줄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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