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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정보] [미소리대] 로스 맥도널드 - 지하인간

TheFlaminglip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8.31 12:10:47
조회 329 추천 7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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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인간- 부재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


 로스 맥도널드는 '루 아처'라는 탐정을 만들어 시리즈로 완성시켰습니다. 흔히 하드보일드 3대장을 이야기하면 대실 해밋, 레이먼드 챈들 그리고 로스 맥도널드를 뽑습니다. 필자는 로스 맥도널드의 후기작 '지하인간'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지하인간의 내용을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남편과 아들이 어떤 젊은 여자와 실종되어 아내가 루 아처에게 의뢰를 하면서 시작됩니다. 곧이어 남편은 시신으로 발견되고 이야기는 미궁으로 빠지게 됩니다.



1. 산불과 물난리


 우선 이 소설을 지배하고 있는 배경에 대해서 이야기하겠습니다. 의뢰인인 아내 '진 브로더스트'가 의뢰를 하게 된 이유는 그들이 찾아간 시댁 근처에 산불이 일었기 때문입니다. 진은 그들과 연락이 닿지 않아 실종을 우려해 아처에게 의뢰를 한 것입니다.

작품 초반에 발생한 산불은 작품 내내 소설의 배경이 됩니다. 우리의 루 아처는 사건을 파헤치는데만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산불을 피하기 위해서도 동분서주합니다. 이런 산불이 작품의 배경이 되니 사건의 혼란스러움이 배가 됩니다.


 작품의 후반에선 어느 정도 사건의 전말이 풀리게 됩니다. 그러자 이번엔 하늘에서 폭우가 내립니다. 갈등이 풀리듯 자연히 산을 집어삼킨 불은 점점 힘을 잃습니다. 그러나 사건을 파헤치니 오히려 숨겨진 추악한 비밀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때를 맞춰 비는 물난리로 이어집니다. 마치 사건이라는 불을 끄다가 물난리가 나듯이 말입니다.

로스 맥도널드는 공간감을 잘 살리는 작가입니다. 이러한 작가의 특기가 지하인간에서는 가장 잘 발휘가 된 것 같습니다.



포화처럼 보이는 불꽃은 마치 기병대처럼 짙은 떡갈나무 수풀을 짓쳐 들어가고 있었다. 51p.


시야의 다른 끝에서 폭풍우 구름이 서북에서 내려오면서 검은 비를 해안가 산에 뿌리고 있었다. 286p.



2. 부재를 안고 살아가기


 지하인간 속 인물들을 묶어줄 공통점은 부재를 안고있다는 것입니다. 그들 모두 사람을 잃었다는 결핍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외롭습니다.

의뢰인 '진 브로더스트'의 남편 '스탠리 브로더스트'는 가정 생활은 뒷전으로 미뤄두고 어릴 적 집을 나간 아버지를 찾는데 열성이고, 스탠리와 시댁으로 동행한 젊은 여자 '수전'의 남자친구 '제리'도 사라진 어머니의 부재를 느낍니다. 나머지 인물들도 떠나간 사람들로부터 남겨진 사람들입니다.

주인공 루 아처 역시 외롭습니다. 아래의 대화를 보면 그 역시 부재를 겪습니다.



"월러 씨 부인이 내 일에 대해서 무슨 말을 하던가요?"

그녀는 밝고 흐트러진 미소를 띠우면서 대답했다.

"홀로 사시는 분이라고 말하던데요." 26p.


"난 편집광인가요?"

"아마 약간은, 혼자 살면 그렇게 되지요."

"…나의 아내는 나와 함께 살 수가 없었소. 그러나 난 이젠 혼자 사는데 익숙해졌지요." 240p.



 이 외로움은 루 아처 시리즈의 세계관과도 관련있습니다. 대실 해밋의 하드보일드는 콘티넨털 오프나 샘 스페이드처럼 의뢰인의 문제를 해결하지만 어떤 동정이나 유혹에 넘어가지 않습니다. 이러한 해밋의 작품들은 세계의 부조리에 흔들리지 않습니다.

 미키 스필레인의 하드보일드는 개인이 거칠게 문제를 해결하며 세계를 압도해 버립니다.

 반대로 레이먼드 챈들러로 시작하는 하드보일드(로스 맥도널드도 포함되는)는 세계의 부조리에 개인은 도저히 당해 낼 수가 없습니다. 필립 말로와 루 아처가 항상 얻어 맞고 문제를 해결해도 씁쓸함을 남기는 것이 그렇습니다. 말로와 아처가 활약하는 하드보일드 세계에서 개인의 힘은 보잘것이 없기에 무력감과 외로움은 더욱 커집니다.


 우리는 모두 부재를 경험합니다. 누구는 소중한 사람의 죽음을 경험하고 누구는 인연이 다해 더 이상 볼 수 없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지하인간은 이 부재라는 미스터리를 이야기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 부재와 결핍에 좌절하여 지하인간 속 인물들처럼 파멸할 것인지 아니면 우리의 루 아처처럼 같은 아픔을 공유하는 누군가에게 어깨를 내어줄 것인지는 우리들의 선택에 달렸습니다.



밤이 되기 전에 진과 로니와 나는 시외로 나갔다.

"이제 아무 일도 없을 거야." 하고 나는 말했다.

우리는 산불의 김이 무럭무럭 나는 잿더미를 지나서 빗속을 헤치며 남쪽으로 차를 몰았다. 32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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