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싯적, 크리스티 여사 전집을 독파하며 서양 추리&미스터리에 빠져 지내던 시절도 있었지만, 근 10여년간은 일본 추리&미스터리 소설계의 방대한 볼륨과 다양성에 압도되어 일본 작가들의 책을 주로 좇아온 듯합니다.

4~5년 전 루이즈 페니의 가마슈 경감 시리즈를 읽으며 잠시 서미(서양 미스터리)에 발 담갔던 이후, 한동안은 죽 일미에 (또는 간혹 흥미를 끄는 국산 미스터리에) 심취해 있었는데.. 최근 들어 어인 일인지 서미에 다시 관심이 가네요.^^

[기척](원제: The wife upstairs)은 전형적인 심리 스릴러의 형식을 띠고 있어서, 소설 초반에 범인과 사건의 전모를 모두 밝혀주고 이후로는 과연 주인공이 범인의 손아귀에서 무사히 빠져나올 것인가? 아니면 파멸할 것인가?를 지켜보는 단순한 구성일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그런데, 마치 일본 미스터리 소설에서 흔히 보듯이, 모든 것을 뒤집는 반전이.. 있었네요.

반전 없는 심리 서스펜스로만 끝났어도 읽는 내내 흥미를 잃지 않게 해 준 재미력이 충분했는데 나름의 반전과 예상치 못한 결말까지 기다리고 있어 더욱 만족스러웠던..

<위기의 여자들> 같은 과거 미드 시리즈를 보는 듯한, 한 마을 안의 부유층 여인들 간 관계 묘사나 신경전, 여자 친구들 사이의 얄팍한 우정ㅠ, 숨겨진 과거사 등을 구경하는 씁쓸함도 나쁘지 않았구요.^^;

다만, 범인으로 의심되던 인물이 어째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나;;.. 하는 점에 있어서는 아무래도 설득력이 부족하기에 개연성에 약간의 스크래치가 나고 맙니다.

하지만 우리네 현실에선 더더욱 어이없는 일들도 벌어진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소설적 재미를 위해 그 정도 억지^^;는 기꺼이 눈감아줄 의향이 있습니다.

하루 이틀 킬링타임용으로 아무 생각 없이 빠져들어 읽을 만한 미스터리 소설을 찾고 있는 독자에게 추천해 드림

평점은 10점 만점에 8점^^ (두둥)

P.S. [제인 에어]를 모티브로 삼은 소설. 여주 이름이 제인, 남주 이름은 로체스터, 이들이 사는 마을 이름은 손필드 주택 단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