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모여 각자 살인을 저지르고, 저지른 살인의 트릭을 서로 맞추며 노는 주인공들 이야기.

1권으로 깔끔하게 끝나는 이야기인 줄 알았더니 하이라이트에서 끊어버리고 2편으로 이어지는 구성이더군요. 2편은 아직 안 읽었으니까 스포일러는 참아 주세요. 왜 부제는 따로 붙인 거에요 사람 헷갈리게..

여튼 가볍게 1권만 보자면 솔직히 심심해요. 주인공들이 원체 살인행위의 고수들이라 몇 명을 죽여대도 전혀 위기감이 없고, 트릭이랄 것도 사실 소위 소설적 허용이 들어간 과장된 트릭들이 많았으니. 특히 첫 번째 연쇄살인은 살인 간의 공통점을 주인공들끼리만 공유했어서 거의 10여건의 연쇄살인을 저지르면서도 경찰은 그게 연쇄살인인 줄도 모르죠. 이건 비겁한 게 아닌가요...? 주인공들이야 진짜 본인들이 살인사건을 저질러서 신났다지만, 독자 입장에선 설정이 그렇다 뿐이지 그냥 추리퀴즈 맞추기 게임을 읽고 있는 수준, 딱 그 정도에요.

살인사건이라는 소재에서 독자가 이입한 캐릭터들에게 직접적인 위기감을 부여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아요. 이런 소설에서 '정말로 사건을 저질렀다'는 현실감을 주려면 살인사건을 저지른 인물이 겪는 다방면의 압박감에 대한 묘사가 추가되었어야 해요. 트릭 맞추기 게임은 해야겠고, 살인을 하자니 수사망을 좁혀오는 경찰이 무서운, 그런 묘사요. 경찰이 주인공들과 대면할 때 느껴지는 서스펜스가 있었어도 좋았겠죠.

...정도로 리뷰를 써야겠다 하고 마지막 챕터를 펼치는데 그때부터 분위기가 좀 달라지네요. 작중 인물이 정확히 위에 나열해놓은 단점(이자 핵심)을 찌르고 들어오는 게 2편을 기대하게 만들어요. 근데 정작 핵심적인 장광설을 1권 마지막에 전부 펼쳐놓고 마지막 범행의 코앞에서 2권으로 넘어가는데 이 뒤의 내용을 한 권 동안이나 풀어낼 게 있으려나?

한가위에 가족들 만나는 것도 미루고 게임하랴 책 읽으랴 바빠요. 그래도 이 때 바짝 즐겨놔야 출퇴근을 버티겠죠.

다들 풍성한 한가위 되세요. 

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