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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정보] (스포) 시체는 재판에 걸어 들어오지 않는다 (非문학 시리즈)

탐정B문학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12.30 21:4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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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이미지

여기는 런던 카운티 홀(London County Hall), 웨스트민스터 바로 건너편에 세워진 법원이다. 근위병들이 지키고 있을 정도로 그 권위를 인정받는 건물이지만 가끔 뒤편 벨베데어(Belvedere Road) 거리로 이어진 뒷문이 열릴 때가 있다. 최근 일어난 에밀리 프렌치(Emily French) 강도살인사건의 용의자 레오나드 볼(Leonard Vole)이 유명한 변호인 윌리엄 로바츠 경(Sir William Robarts)에게 변호를 부탁한 사건으로 1953년에 시작해 몇 번의 휴정을 거처 2017년부턴 여기서 진행되고 있다. 티켓이 있다면 안쪽 법정까지 들어갈 수 있는데 만약 70파운드(대략 10만원 언저리) 이상을 냈다면 아주 높은 확률로 배심원이 될 자격을 얻는다. 이윽고 피고로 보이는 한 남성이 중앙에 선다. 판사가 들어온다. 전원 기립. 판사는 배심원들에게 착석을 부탁하고 중앙의 남성에게 묻는다. “유죄인가 무죄인가?”. 남자는 떠는 목소리로 외친다 “무죄”. 천장에서 동아줄이 하나 내려온다. 이 줄은 목을 조를 올가미인가 아니면 무고한 자를 위한 희망의 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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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명탐정은 다행히(?) 이 공간에 발을 디딜 필요가 없다. 그들에겐 서재와 거실 또는 영접실에 사람들을 모이게 만들기만 하면 된다. 고발(J‘accuse)은 곧 결말이다. 범인의 자백이 곧 증거이고 판결이다. 뒤처리는 무능했던 경찰이 감사의 표시로 떠맡을 것이다. 하지만 살인범이 침묵을 시전한다면? 소설에서 법(정)의 생략은 전략이지만 동시에 실현 불가능한 실행이다. 법(정)을 통과하지 않은 사건은 여전히 비가시적인 사건일 뿐이다. 그래서 법원을 배경으로 결정하는 순간 단순히 어떠한 범죄의 논란을 목도할 것이란 암시를 넘어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세 가지 사실이 있다. a) 이 법정에 들어온 살인은 이미 ‘일어난’ 일임 b) 이 사건에 대해 우리는 합의한 바 없음(즉 누가 유죄인지 무죄인지 모름) c) 이 결말의 책임은 ‘너’에게도 달렸음. 전지전능해 보인 명탐정의 권한은 법원이란 공간으로 진입하는 순간 어떠한 ‘증인’의 위치 이상을 넘어갈 수 없다. 발언은 있어도 판결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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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블랙 여사(Dame Sue Black)가 크리스마스 강의(Christmas Lecture)에 구분한 3가지 신체, a) 죽은 몸 b) 사라진(실종된) 몸 c) 살아있는 몸 중 마지막 항목은 살인을 증명하는 가장 강력해 보이는 증거인 ‘법/의학’마저 (적어도 제도적으로) ‘법’을 통과하지 않을 수 없으며, 비결정적인 부분으로 남을 수 있다는 좋은 관점을 남겼다. 법의학자가 제판 도중 피고, 배심원, 변호사와 판사 앞에서 해부를 직접 보이는 일은 없다. 법정에서 소환되는 죽은 신체는 언어를 통과해 재현된 어떠한 상태일 뿐이다. 이를 해석하고 판단하는 것은 그 공간에 집약된 인물들에게 달렸다.


생산하는 지식이 늘 가지고 있지만 은폐된 균열을 나타내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이는 단순히 자기반성이 어려워서가 아닌 자기발언이 가지는 보존성 혹은 나태함의 문제와 함께 자신의 권위와 경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수 블랙의 말대로 “셜록 홈즈와 포아로가 절대 대비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대비”이다. 덧붙이자면 이를 직면했을 때 이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그 태도와 준비 그리고 렌즈는 무엇이고 무엇이었는가? 확실함이 실패할 수 있음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법의학적) 증거들이 어떠한 주체를 가리키기 시작할 때 아무리 유력하고 결정적으로 보여도 판결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소설에서 (자주) 부재한 법(정)의 통과는 탐정들의 기만일 뿐일까? 그들은 ‘명탐정’이란 칭호의 가호 아래에서 예외성을 인정받은 것뿐인가? 조심스럽게, 역설적으로 그래서 ‘자백’이 범죄와 판결에 가지는 공통분모가 드러나는 부분 아닐까? 또한 법정의 과정을 묘사한다는 시도 자체가 이미 작가에겐 진창과 다름없는 부담감일 것이다. 추정되는 주체에 대한 ‘추리 실패’를 반복할 수 있을 뿐이다. (70파운드를 줬을 때) 웨인라이트 판사(Mr Justice Wainwright)가 꼭 당부하고 시작하는 말을 소환해 보자. “무엇을 들었고 읽었고 봤든, 여러분의 선택입니다”. “부담 갖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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