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명탐정의 제물 읽을 때 중간부터
이건 추리가 아니라 논리 배틀이 메인이구나, 라는
자세로 읽었거든? 집단 망상을 전제로 추리하는데
그 망상의 범위, 정도가 현실적으론 납득하기 힘들고
그냥 '논리의 대전제'로 존재하는 거구나,
일종의 특수 설정 미스터리라고 생각해야겠다,
라고 수용하니까 책이 훨씬 재밌어지더라고

기발한 트릭과 날카로운 추리 같은 건
애초에 작가가 준비 안해놓은 것 같았음
아니 중점에 두지 않아서 적당주의로 넘어갔달까,
그나마 메인 트릭이 저융점 합금과 집단 망상인데
둘 다 발상은 기발한데 실제 트릭이 좀 애매해... 게다가
추리쇼 중간에 "이게 진짜인지는 몰라레후" 외치고
마지막 반전 때도 추리 비슷한 게 나오기는 하는데
추리 과정 자체가 엄청 대단한 내용은 아니었잖아?

작가가 공들인 건 논리의 대립으로 만든 '구도'인 거야

막말로 탁상공론이고 어거지인데
이걸 재료로 논리를 펼치고 합을 주고 받는 게 재밌는 거야
역전재판에서 나루호도의 변호 같은 거지
시발 궤변이면 뭐 어때? 일단 말은 되잖아? 반박 못하지?
그래서 너 신으로 죽을래, 사람으로 살래?
접은 자국에 잉크가 안 번졌으니 네가 살인자야!
이딴 이유로 900명을 죽이는 건 사이코패스라고?
개쩌는! 내 조수가! 좆밥한테 밀린다잖아!

아무튼 초반엔 읽으면서 욕도 많이 했는데
자세 고쳐 앉고서는 진짜 재밌게 읽었다
하나 맘에 걸리는 건 불알친구 죽을 때
너무 어물쩍 넘어간 거? 다른 사람은 대충 넘어가도
처음에 친구 죽을 땐 큰 리액션이 있어야 하지 않았나? 아무튼
틈틈이 던지는 잡소리들 다 주워 담아서
추리쇼 재료로 사용한 것도 마음에 들었어
개소리를 복선으로 바꾸는 능력...! 진짜 개쩔었다

이제부터 창자 읽을 건데 이건 무슨 자세로 읽어야 좋을까
창자도 명제처럼 논리의 비약 같은 게 심한 편인가?
아무튼 명제 진짜 재밌고 창자도 재밌었으면 좋겠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