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을 좋아하는 한국인에게 국내 추리소설은 숙제 같은 존재다. '대한민국 사람이면 대한민국 작가의 책을 읽어야지!'라는 마음으로 읽게 된다. 그런 마음으로 이번에 읽은 책은 연작 단편집 《살의의 형태》다. 기대 이상의 작품은 아니였다. 그래도 큰 기대를 바라지 않고 읽는다면 가볍게 읽기 좋은 책인 것 같다.

나는 〈1. 무구한 살의〉, 〈2. 합리적 살의〉, 〈4. 백색 살의〉가 좋았다. 〈1. 무구한 살의〉는 흥미진진한 시작으로 독자를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적인 연작 단편의 첫 단편이었다. 〈2. 합리적 살의〉는 결말이 좋았다. 인상적인 결말이었다. 〈4. 백색 살의〉는 제목이 좋았다. 공감이 가는 제목이었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큭큭큭큭....”, “큭큭큭” 같은 유치한 웃음 대사가 많았다. 어떤 작법서에서 총 소리가 난다면 ‘탕!’이라고 하지 말고, ‘총에서 나온 파열음이 공기를 찢고 내 귀를 강타했다.’처럼 표현하라던 내용이 떠올랐다. ‘그는 우습다는 듯 웃기 시작했다.’ 같은 표현이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밀실 상태’와 ‘알리바이’가 대사로 자주 나오는 것이 거슬렸다. 모든 등장인물이 추리 장르 마니아처럼 말하는 것 같았다.

작가님의 취미가 캠핑과 등산인지 유난히 ‘등산/캠핑용 나이프’와 ‘산악용 로프’가 많이 나온다. 칼이 등산용이든 요리용이든 중요한 것 같지 않은데, 굳이 설명을 부여하는 게 묘했다.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기대 없이 가볍게 읽기에 좋은 책이었다. 특히 가독성이 좋아서, 2일 만에 다 읽을 수 있었다. 이야기도 복잡하지 않은 전개 덕분에 쉽게 읽을 수 있었다. 무난하게 좋은 책이었다. 밀리의 서재를 구독하고 있다면 《살의의 형태》를 추천한다.

네이버 블로그: https://blog.naver.com/ujacha4403/223383695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