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형사 도형은 어느 날 사고로 아내와 아들을 잃는다. 하지만 단순한 사고라고 하기엔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고 의심한 그는 이 사건이 발생한 현장 부근에 별장이 있는 대기업 회장 아들의 행적을 좇기 시작한다.

한편, 그날의 사고에 연루된 사람들이 하나둘씩 누군가에 의해 살해되는 연쇄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자신이 타겟으로 하는 사람마다 살해되는 것에 분노한 도형은 범죄를 숨기려는 음모라고 생각하며 정면 승부를 결심하는데…….』

이정훈 작가님의 장편소설 네메시스의 단검을 읽었습니다. 이 책은 2달 전 나름의 화제를 모았던 민속 미스터리 『마라의 요람』처럼 아프로스 오리지널 레이블로 나온 소설인데요. 전작처럼 장편이 처음인 작가님 작품이라 약간 불안했지만 그래도 분량이 짧다는 점이 매력적이라 빠르게 읽어 보았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네메시스의 단검』은 충분히 읽을만한 한국식 형사 스릴러였습니다.

가장 큰 장점은 표지에 부담스럽게 박혀있는 전건우 작가님의 추천사처럼 쉽게 읽힌다는 점입니다. 독자가 몰입할 만한 주인공을 빠르게 세우고 주인공의 캐릭터 성도 또 해결해야 할 사건도 타이트하게 진행해 나갑니다. 폭발적인 빈지 워칭(Binge watcing)을 할만한 흡입 도는 아니지만, 최소한 지루하다는 이유로 책을 내려놓게 만들지는 않겠다는 작가의 의도가 느껴지더군요. 문체도 쉽게 읽히고 사투리나 대화 상황들도 별로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초중반 사실상 빌런 집단들인 영원 그룹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러운 묘사에 금이 가기 시작해요. 그냥…. 한 10년 전 범죄 오락영화에나 나올법한 게 나쁘디나쁜 재벌 묘사에서 단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클리셰적이기만 하면 별로 상관없는데 너무 자주 나와요. 24년에 나온 싱싱한 소설의 액면가를 순식간에 노안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뭐 작가가 편의적으로 세워놓은 허수아비 악의 조직이야 수많은 이야기에 쓰이는 하나의 기법이라 어쩔 수 없지만, 이 작품에는 또 한 가지 너무나도 편하게 써버린 데우스 엑스 마키나 이야기의 로피탈 공식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제가 느낀 이 작품의 치명적인 결점이고 가장 거슬렸지만 트릭(굳이 따지자면..)과 너무 밀접하게 관련이 있어 언급을 피하겠습니다. 개연성을 덮는 이것의 과도한 사용을 저는 불행하게도 소설 초중반 부에 빠르게 눈치채고 말았어요.

음…. 그리고 마지막에 나오는 한 방은 판단하기 힘드네요.

분명 이게 없었더라면 밋밋하게 끝나는 작품이라 생각하긴 하지만 또 이 한 방이 작품을 팍 살려준다는 인상도 못 받았습니다. 뭔가 마무리다운 마무리를 위해 나온 결말이라 생각하는데 저는 잘 모르겠어요. 요즘 너무 꽉 굳이 꽉 닫힌 결말이 아니어도 괜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있어요. 적당히 열려 있어도 여운을 남기면 OK가 아닐까요? 그냥 딱 십각관 정도만이라도….

2.5

고민 끝에 점수는 2.5점이지만 줄 수 만 있다면 2.75점을 주고 싶습니다.. 

진짜 나쁘지 않았어요. 약간 부족했을 뿐 작가님의 다음 작품 기다립니다.

그리고 제목 지으시는 센스는 좋았어요. 사실 이 책 구매 결정 지분 중 반 이상은 차지한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