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자서전 1부까지 읽었는데, 1부 끝나는 순간 육성으로 감탄나옴

자기 얘기 그냥 편하게 이야기하듯이 푸는데 글빨이 미쳐서 소설 이상으로 더 몰입됨. 

처음에는 그저 글빨에 감탄하다가, 중간부터는 유년기 여자아이의 상상력을 귀여워하면서 웃다가

마지막에는 '아 이사람은 순문학을 했어도 성공했겠구나'라는 생각이 감탄과 함께 드네

마지막부분을 아래에 옮겨봄.

  관점. 어린이의 관점. 우리는 누구나 과거에 이를 잘 알았다. 하지만 너무도 멀리 떠나 온 바람에 다시 돌아가기가 쉽지않다. 손자 매튜가 두살 반쯤 되었을 때가 기억난다. 아이는 내가 근처에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나는 계단 꼭대기에서 손자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매튜는 조심스레 계단을 내려갔다. 처음 해 보는 일인만큼 무척 뿌듯해하면서도 동시에 약간 겁을 먹고 있기도 했다. 아이는 혼자서 중얼거렸다.

  " 매튜가 계단을 내려간다. 매튜가. 매튜가 계단을 내려간다. 매튜가 계단을 내려간다."

  사람은 누구나 주변 사람과는 다른 독립된 존재로 스스로를 인식하며 자아를 자각함으로써 인생을 시작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나도 한때 이렇게 말했을까?

  "애거서가 파티용 머리를 하고 식당으로 내려간다."

  우리의 영혼이 살고 있는 우리의 몸이 처음에는 우리에게 낯설어 보이는 모양이다. 실체. 아이는 그 이름을 알고, 그것과 함께하지만, 아직은 완전히 나와 하나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우리는 산책을 하는 애거서이고, 계단을 내려가는 매튜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느끼기'보다는 우리 자신을 바라본다.

  그러던 어느날 인생의 다음단계로 발전한다. 더 이상 "매튜가 계단을 내려간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어느 순간 갑자기 "내가 계단을 내려간다"가 된다. '나'를 익히는 것이야말로 한 개인으로서의 삶에 첫걸음을 디디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