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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탄] 벽 속의 조선족들

자라자라쟌쟌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11.08 13:3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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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본 일지를 작성하는 동기를 밝힌다.


지난 여름 나는 고된 노력 끝에 이 신축아파트 단지 거성빌리지에 입주하게 되었지만, 기대와는 많이 다른 상황을 마주쳐야만 했다.


입주민도 단지의 크기에 비해 극히 적었을 뿐만 아니라, 용도를 명확히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공간이 곳곳에 있었다.


가격에 비해 실제 건축물이 전반적으로 후줄근해 보였음은 물론이다.


나중에 알게 된 동네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나는 이곳이 애초 건축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들어오기 전에 미리 알아볼 걸 그랬다는 후회가 막심했지만, 이미 상당한 돈을 쓴 지라 적응해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것 뿐이었다면 굳이 일지를 작성할 것도 없었을 것이다.


2017년 8월 2일, 지하주차장을 올라가는 길에 나는 아주 이상한 소리를 듣게 되었다. 이곳은 지하주차장에서 곧장 아파트 1층으로 갈 수 있는 계단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그 계단을 올라가던 중 벽에서 났던 소리였다.


그것이 그저 웅웅대는 기계음같은 것이었다면 아파트 내부의 어떤 시설일 거라고 생각했겠지만, 실제로 내가 들은 것은 분명한 사람의 말소리였다.


그러나 그건 분명 한국어가 아니었다. 무언가 한국어를 연상하는 단어나 억양이 간간히 존재했지만 말이다.


그것은 내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언어로 서너 명의 사람들이 대화를 하는 소리였다.


처음 나는 섬짓함을 느끼며 곧장 내 집으로 돌아가버렸지만, 이후에도 알 수 없는 말소리는 계속 들려왔다.


2017년 8월 6일, 내가 거주하는 5층과 4층 사이 계단에서 그것을 들었고, 2017년 9월 12일, 지하주차장에서 그것을 들었다. 마지막으로 2017년 9월 25일, 내 집 어딘가에서 그 소리가 들려오면서 나는 마침내 이 일지 작성을 결심하게 되었다.


내 가설은 그들이 다름 아니라 불법체류중인 조선족들이라는 것이다. 최근에 거주 자격을 갖추지 못한 조선족들이 여기저기에 숨어 산다는 뉴스를 본 바 있다.


이곳은 빈 공간이 많고 한적하므로, 그들이 CCTV와 경비원을 피해 이곳 어딘가에 숨어든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미묘하게 한국어를 닮았으면서도 다른 언어같이 들리는 소리의 정체도 해명가능하다. 그들이 한국어와 중국어를 섞어 쓰고 특유의 사투리를 사용함으로서 완전히 다른 언어처럼 들린 것이다.


동정심도 들지만 나 역시 더 이상 갈 곳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사건이 커지기 전에 내가 먼저 그들을 발견해내 조용히 나갈 것을 권고하는 게 나의 목표이다.




2017년 9월 27일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았을 때 그들이 거주할 만한 곳은 아파트 지하나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는 여러 편의시설, 그리고 입주민이 없는 층의 집들일 것이다.


이는 내가 소리를 들은 장소들로도 뒷받침된다. 실제로 4층의 402호에는 아직 입주민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맨 첫날 들었던 소리는 명백히 벽 속에서 들렸으므로, 아파트 설계도에도 표시되지 않은 어떤 빈 장소를 그들이 발견한 것이 아닌가 추측해 볼 수 있다.


우선 나는 4층부터 수색하기로 했다. 402호의 문은 관리실에 의해 잠겨 있으므로, 나는 맞은편 아파트의 계단 창문에서 402호의 창문을 감시했다. 사람이 산다면 창문으로 무언가 거동이 보일 것이 때문이다.


과연 밤 12시 쯤 핸드폰 조명 정도의 불빛이 402호 창문에서 잠시 나타났다 사라졌다. 밖으로 나가려는 조선족들이 켠 것이 분명했다.


나는 급히 건물에서 나가 4층으로 뛰어올라갔지만 그들을 마주칠 수는 없었다. 엘리베이터 역시도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의 이동속도는 상당히 빠른 것으로 추정된다.




2017년 9월 30일


일단 402호에 조선족들이 있다는 것은 분명해졌기에 나는 그곳에 잠입할 방법을 찾았다. 관리실에 사정을 알렸다간 시끄러워질 수 있기 때문에 나는 조금 탈법적인 방법을 사용해야만 했다.


핀을 이용해 잠금장치를 여는 기술을 터득하는 데에는 꽤 시간이 걸렸다. 우선 402호 문을 잠근 것과 동일한 자물쇠를 구입하여 연습한 후 능숙하게 딸 수 있게 된 후에 잠입에 돌입했다. 


오후 8시 30분 호신용 스프레이와 손전등, 그리고 당연히 휴대폰을 챙기고 402호에 진입했다. 12시에 집을 나갔으므로 그들이 낮에 잠을 자고 밤에 활동을 개시하는 패턴을 유지 중일 것이라는 추론에서였다.


그러나 집은 완전히 비워져 있었다. 누군가가 자기들을 쫓고 있다는 걸 알아챘거나, 아니면 원래 주거지를 주기적으로 옮기는 걸 지도 모른다.


이곳에 누군가가 있었다는 건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새 집 냄새와는 전혀 다른 악취가 물씬 풍겼고, 벽지나 바닥이 조금 긁힌 흔적도 있었다.


그 외에는 완전히 비어 있을 뿐 내 집과 똑같은 구조였다. 아파트 내 다른 집에는 들어가 본 적이 없어서 다 같은 구조인 게 어딘가 신기했다. 


402호에서 밤을 새며 기다릴까도 생각해보았지만 피로로 인해 포기했다. 




2917년 10월 2일


어제 몰래 카메라를 구입하여 402호 곳곳에 부착하였다. 주기적으로 거주지를 옮기는 것이 맞다면 언젠가는 다시 돌아올 것이다.


한편 또 다른 소리를 들었다. 지하주차장이었는데, 이번에는 소리의 진원지를 차분히 좇아 2층 어딘가에서 나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402호에서 무언가를 건지는 대로 그곳을 수색할 것이다.




2017년 10월 4일


방금 본 것을 급하게 기록한다. 몰래 카메라에서 단서가 발견됐다.


밤새 몰래카메라와 연결된 화면을 보고 있던 중 예의 그 말소리가 화면으로부터 들려오기 시작했다.


문을 향한 카메라를 주시했지만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창문 쪽도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갑자기 카메라가 한둘씩 작동 정지되기 시작했다. 결국 모든 카메라가 파괴되어 이제 더 이상 안을 볼 수 없다.


일단 확실히 알 수 있는 건 아파트 내부에 그들만이 이용하는 비밀 통로 같은 것이 있다는 점이다. 문으로도 창문으로도 들어오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으니.


지금까지 탐사에 나설 수 있었던 건 아무리 불체자들이라도 사람이 깔린 아파트에서 날 어쩌지는 못할 거라는 믿음 때문이었는데, 오늘의 모습을 보니 너무 안일했던 게 아닌가 후회가 된다.


이제 조선족들이 누군가가 자신들을 쫓는다는 걸 알게 됐다. 이 일에 겁을 먹고 나갈 수도, 아니면 역으로 나를 위협해 올 수도 있다.


일단 내 집 보안을 강화해야겠다. 


몰래카메라의 존재를 어떻게 그토록 빨리 알아챈 걸까?




2017년 10월 6일


문에는 추가적인 걸쇠를 부착했다. 도어락 같이 밖에서 보이는 잠금장치는 피했다. 갑자기 보안이 늘어나면 그들이 이곳을 의심할 수도 있으니.


그들은 분명 떠날 생각이 없다. 그날 이후로 오히려 말소리들이 더 강하게 들려왔기 때문이다. 어제는 2-3층 사이 벽 속에서 그들의 말소리가 들렸다. 상당히 커져서 이제는 벽이 흔들리는 듯 보일 정도다.


지하주차장 탐사는 잠시 보류해야겠다. 지금은 그들이 날 찾고 있을지 모르니.




2017년 10월 12일


이 일과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최근 아파트 근처에 자동차들이 많이 주차되어 있다. 지하주차장의 차가 크게 줄어들거나 하지는 않았으니, 다른 어딘가에서 온 차들인 것이다.


대체 뭐 하는 사람들이길래 갑자기 몰려온 거지? 지금은 명절도 아닌데. 관리실에 물어봐도 사업차 온 사람들이라는 모호한 답변만을 내놓는다.


말소리는 잘 들리지 않지만 다른 소리가 들렸다. 이틀 전 나는 집으로 올라가던 길에 벽 속에서 많은 사람들의 발소리가 들리는 것을 알아챘다. 


나는 최대한 내 발소리를 죽이면서 발소리를 따라갔다. 역시 지하주차장 2층이었다. 그러나 정확한 은거지를 찾을 수는 없었다.


그들이 지하주차장 2층에 진입하는 순간 내가 그만 흥분하여 너무 크게 발소리를 내고 만 것이다. 메아리가 퍼지자 그들의 발소리가 일제히 멈췄다.


내가 서 있는 벽 바로 너머에 그들이 서 있었다. 시선이 느껴지는 듯한 불쾌감에 나는 일단 다시 위로 올라갔다. 그들은 올라가는 내 발걸음이 들리자 다시 어디론가 가는 듯했다. 




2017년 10월 17일


아파트 주변에 자동차들이 더 늘어난 것 외에는 이상한 점이 없었다. 종종 발소리가 집의 위아래에서 들려오다 옆으로 이동하더니 어디론가 사라졌을 뿐이다. 


그들은 어째선지 분주해지고 있다. 수많은 조선족들이 아파트 속을 거닐고 있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끼친다. 그렇게 많은 통로는 대체 어떻게 판 것일까?


인터넷으로 주문한 가스총, 방검복, 헬멧 등이 도착했다. 혹시 그들이 택배를 가로챌까봐 내내 문구멍을 들여다보고 있어야만 했다. 


내일 지하주차장 2층을 수색할 것이다. 그곳이 주된 거처일 게 분명하다.




2017년 10월 18일


혼란스럽다.


밤 12시, 발소리를 확실히 감추기 위해 양말을 겹쳐 신고 장비를 갖춘 채 지하주차장 2층을 수색했다. 중간중간 속삭이는 듯한 말소리가 들려 쫓아가봤지만 역시 벽만 있을 뿐, 숨겨진 공간이나 통로는 찾을 수가 없었다.


2시가 되어 일단 수색을 중단하고 아파트 1층으로 올라가는 길이었다. 


일반적으로 건물 계단이 그렇듯 일정 층계를 올라가면 올라가는 방향이 반대로 바뀌고 그 바뀌는 지점은 층계가 아닌 작은 방이 사이를 연결하고 있었는데, 어째선지 계단이 있는 방향 반대쪽에 방 벽이 없고 그저 어둠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손전등을 비춰보니 거기에는 어디론가 내려가는 다른 계단이 있었다. 이제껏 늘 존재했는데 알지 못했던 것이다. 


몇 번이고 오르내린 길인데 어째서 이제야 알아챈 것일까?


계단은 먼지가 잔뜩 껴 있고 곳곳에 페인트칠이 벗겨져 있었다. 무엇보다도 그 아래쪽으로 조선족들의 말소리가 끊임없이 들리고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크고 명확하게.


만일 은거지가 있다면 이곳이리라고 나는 생각했다. 불빛을 그들이 보지 못하게 최대한 아래로 향하며, 나는 천천히 계단을 내려갔다. 갈수록 말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부스럭거리는 소리도 들렸다. 은거지가 거의 확실했다.


계단을 다 내려가자 어디로 연결되는지 알 수 없는 파이프 묶음과 그 옆에 철문이 있었다. 잠금장치조차도 없이. 문 너머로 게속해서 말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문 너머의 공간에는 용도를 알 수 없는 콘크리트 벽이 겹겹이 쳐져 있었는데, 벽이 막고 있는 범위가 모두 달랐다. 


요컨대 한 벽이 방의 왼쪽 절반을 막고 있는가 하면, 이 벽을 넘어가면 두 개의 벽이 양쪽에서 가운데 공간을 제외한 곳을 막고 있고, 그 사이를 지나가니 오른쪽에 큰 벽이 왼쪽에는 작은 벽이 있어 지나갈 수 있는 공간이 왼쪽의 작은 틈새인 식이었다. 틈새는 모두 문과 비슷한 넓이였다. 


벽 사이사이로 전등이 켜져 있어 손전등은 꺼도 됐다.


이런 식으로 나는 벽을 몇 겹이나 통과해갔지만, 문을 열자마자 멈춰버렸던 말소리는 다시 들리지 않았고 사람도 찾을 수 없었다. 다만 벽에 어떤 글자가 종종 적혀 있었는데, 따라 기록해보려 해도 지금은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다. 한자가 아니었단 것 만큼은 확실하다.


결국 방의 끝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너무 깊이 들어갔다고 느낀 나는 두려움을 느끼며 황급히 돌아갔다. 분명 처음 입주할 때 이런 공간이 있다는 말은 들은 적 없다.




2017년 10월 19일


어제 방문했던 공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았다.


그곳이 조선족들의 은거지라는 점은 확실하다. 말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도 명확하게 들렸으니까. 그리고 저 공간은 애초에 누군가를 몰래 숨어들게 하기 위해서라고 밖에는 볼 수 없다.


정상적인 아파트라면 있을 이유가 전혀 없는 장소다. 누군가를 숨겨주려고 애초 시공 단계에서 손을 쓴 게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제 모든 퍼즐이 맞춰지는 느낌이 든다. 이 아파트는 애초에 조선족들을 수용하기 위한 곳이었고, 시공사도 관리실도 한패인게 분명하다. 아직도 아파트 곳곳에 주차되 있는 이 검은 차량들도, 이 차량들에 대해 관리실에서 얼버무린 것도 그럼 설명이 된다.


저 차들은 조선족들이 타고 온 것인 게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건설사와 결탁할 정도의 지위라면 굳이 이런 곳에 숨어들 이유가 없다. 


그 순간 나는 언제 본 뉴스를 떠올렸다.


그 뉴스에 따르면, 중국에서 부자들이 건강을 얻을 수 있다고 믿고 종종 인육을 사들여 캡슐로 만들어먹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그들도 중국 출신이니까, 어쩌면 영향을 받은 걸지도 모른다.


이곳 전체가 조선족들의 인육 농장인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곳이 아니면 갈 곳이 없다. 일단 증거를 모아야 한다. 이제 더 이상 대화로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까. 몰래 카메라 기록은 이미 있고 여기다 여러 사진 증거를 찍어 경찰에 넘기면 될 것이다.


어제의 철문을 다시 찾아가보니 못 보던 자물쇠와 쇠사슬이 단단히 설치되어 있었다.




2017년 10월 23일


보안장치를 더 달았다.


어제 건너편 아파트에서 의문스러운 불빛이 여러 번 보이다가 사라졌다. 추적자를 잡기 위해 감시를 하는 게 분명했다. 그래서 지금은 창문도 모두 짙게 커튼을 친 상태다.


놈들이 나를 쉽게 건드리지는 못할 것이다. 이미 무기를 확고히 갖추었고 통로가 있을 거라 의심되는 곳에는 추가로 판자를 덧대 놓았으니. 


어쨌건 그들은 나의 나라에서 침입한 입장이다. 일이 시끄러워지면 리스크가 커지는 건 저쪽이지.


지금도 조선족들이 아파트 곳곳을 돌아다니고 말하는 소리가 들린다. 몇몇은 웃기까지 한다. 


다른 이웃들이 걱정일 뿐이다. 부디 그들도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길.


증거는 착실히 모으고 있다. 발소리와 목소리들을 전부 녹음해 두었다. 결정적인 증거 하나만 더 얻으면 된다.


아무래도 402호를 다시 가봐야 할 것 같다.




2017년 10월 24일


이곳은 분명 내 돈 주고 산 내 집이다. 그렇지 않은가? 계약서에 사인하던 것을 똑똑히 기억한다.


그런데 왜 이토록 많은 것들에 시달려야만 하지? 왜 나는 내 집 바로 앞에 차를 대놓은 사람들이 누군지를 알기 위해 남한테 사정을 해야하지?


그럼에도 그들은 알려주지 않았다.


402호는 더 이상 잠겨 있지 않았다. 문고리를 돌리자 그냥 열렸다.


거기에 내 집이 있었다.


그냥 완전히 똑같이 생긴 내 집. 가구도 냉장고에 든 음식도, 판자를 덧댄 위치까지 모두 똑같았다.


조선족들은 이미 나라는 걸 알고 있었다. 


나를 조롱하기 위해, 이런 짓까지 벌인 것이다. 


나는 그곳에 있는 모든 것을 때려부쉈다. 그래도 간간히 벽 속에서 발걸음과 말소리가 들려올 뿐, 그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대체 왜?


창문 밖으로 검은 차가 라이트조차 켜지 않고 아파트 안으로 들어오는 게 보인다.


불빛 여러 개가 건너편에서 깜빡인다.




2017년 10월 25일


지금은 밤 2시인데 단지 내의 어느 아파트도 불을 끄지 않고 있다.


소리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다.


소리 중 하나는 분명 집 밖이 아니라 방문 앞에서 들려오고 있는 것 같은데 확인해볼 용기가 없다.


내일은 꼭 나가야 한다. 사진도 다 찍었으니.




2017년 10월 26일


방문 앞의 소리가 멈추지 않는다.


하루종일.


이 방 안에 갇혔다.




2017년 10월 27일


탈출을 위해 아래집에 드릴을 뚫고 있다. 401호 집이다. 


그곳 입주민과는 사이가 좋으니 사정을 설명해주면 이해해주실 것이다.




2017년 10월 28일


모두가 다 똑같다. 


401호도, 402호도, 301호도, 302호도.


내 방문 앞에 조선족이 서서 "다시 하나 되어, 여럿 되어, 영원히."라고 읊조리고 있다는 점까지도 모두 똑같다.


미쳐버릴 것만 같다.


나가고 싶다.




2017년 10월 29일 


나가고 싶다.


나갈 수가 없다.


내 차가 검은색이었다는 걸 떠올렸다.




2017년 10월 30일


제발 누가 나를 구해주세요




2017년 10월 31일


그러고보니 그간 계단만을 사용하고 엘리베이터를 쓴 적이 없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예전에 한 번 썼던 것 같은데 어째선지 그 후 계단만 썼었다.


그래서 엘리베이터 게시판에 부착된 안내문도 잊고 있었다.


"우리 아파트 엘리베이터에는 거울이 없습니다. 만일 거울이 존재한다면, 특히 마주 보는 두 개의 거울이 있다면 문이 닫히기 전 즉각 나온 후 계단을 사용하십시오."


벽 속의 조선족들이 웃는다.




2017년 11월 1일


새 주민들과 어느 정도 적응이 끝난 것 같다. 외모가 조금 달라도 같은 한민족이 아닌가.





이제 나는 벽 속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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