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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동대림 톨게이트 야간 근무 규칙사항]_20xx0510.mp3

durd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8.07 21:58:47
조회 16738 추천 225 댓글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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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와요~ 어머, 되게 어린 친구네? 몇 살? 대학생? 흐응, 거의 내 딸 뻘이네. 우리 딸도 이제 곧 고등학교 졸업하거든요. 고3인데 얼마나 공부를 안 하는지.

아니~ 이런 곳은 대부분 나 같은 아줌마들이나 일 하러 오지 어린 학생들은 거의 안 오거든요. 자가용 없으면 출근 자체도 힘들고, 주변에 온통 산에 도로 뿐이라 재미도 없어서. 뭐 아무튼 오랜만에 젊은 애 보니까 좋네~

근데 혹시 여기 근무 조건 듣고 온 거예요? 여기 되게 위험한 곳인데. 아.. 그래 뭐 사실 위험한 거 말고는 나쁜 근무조건은 아니죠. 재미 없긴 해도 힘든 일도 아니고. 시급 따져보면 웬만한 회사 정규직 수준이니.

그래도 영 마음이 안 놓이네. 너무 어려서. 혹시 겁 많은 편이에요? 겁 많고 정신력 약하면 못할 일인데. 그래봐야 톨게이트 일이라고 생각하면 안돼요. 계약서에 써져 있었을걸? 유사시 치료비, 장례비 지원해 준다는 거.

뭐 그래도 하겠다면 못 말리지만.. 그럼 지금부터 근무 규칙 알려줄게요. 어차피 근무 일지에 따로 적혀 있긴 한데, 그래도 한번 들어요. 안 적혀 있는 것도 있고.. 가끔 그.. 적혀있던 게 변하는 경우도 있어서 이 편이 나을 거야.

응? 녹음? 당연하지, 마음껏 해요.




먼저 근무 시작하면 하이패스 장치 이상 없는지 확인 하고 검표소 안으로 들어가요. 들어가면 근무일지 작성하기 전에 꼭 문 잠그고. 금고 문 알죠? 핸들 돌려서 잠구는. 그걸로 돼 있어서 여학생이 열고 닫기 조금 무겁긴 할 거예요. 얼마나 뻑뻑한 걸로 해 놨는지.

문 확실히 잠겼는지 확인 했으면 근무 일지 작성 해요. 의자 아래 촛불, 가명이 적힌 명찰, 소금 있는지 확인하고. 가명 적힌 명찰 착용한 다음 촛불 꺼내서 불 키면 돼요. 근데 귀찮다고 형광등이나 라이트 같은거 키면 절대 안돼요. 절대로.

뭐 근무 환경이 열악하다기 보다는.. 그 편이 산에 있는 것들 시선을 덜 끄니까요. 이것들이 워낙에 영리해서, 사람들이 이제는 촛불 말고 전등 빛을 쓴다는 걸 알았나봐. 유독 전등 빛을 많이 쫓아오더라고.

뭐 걱정 마요~ 반대로 옛날이랑 달리 촛불 빛에는 딱히 관심을 안 두는 것 같으니. 그래도 혹시 모르니 문 제대로 잠궜는지 두 번 세 번 확인 하고. 아직도 선비가 호롱불 켜고 다니는 시대 인줄 아는 것들이 꼭 한 둘 씩 있다니까.



근무 시작하면 많이 지루할 거예요. 뭐 새벽에 고속도로 다니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도 있고. 사실 요즘은 대부분 다 하이패스 써서 요금소 이용 하는 사람은 많이 없거든. 우리 톨게이트에도 유인 요금소는 하나 뿐이잖아요.

그래도 간간히 한 두 명 씩 지나니까 멍하니 있지 말구. 가끔 지루해서 휴대폰 만지거나 졸 수도 있는데, 조심하고. 아, 다른 게 아니라 그렇게 정신 놓고 있다보면 누가 어느샌가 문 앞으로 돌아와서 문 두드릴 때가 있거든~

누가 문 두드리면서 잠깐 나와보라고 하더라고 가끔. 뭐 차가 퍼졌는데 휴대폰이 없다느니~ 하이패스 결제가 안됐다느니~ 화장실 좀 쓸 수 있냐느니~ 그런 소리 하면서.

그럴 때는 문 열고 나가보기 전에 창문 쪽으로 잠깐 걸어 나와보라고 해요. 좀 이상한 요청이긴 하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별 말 없이 어리둥절히 창문 앞으로 걸어 나와 줄 거야.

근데 잠시 동안 말 없이 있다가 그럴 수 없다고 하면 그냥 무시해요. 그게 뭐든 사람이면 창문 앞으로 못 나올 이유가 없잖아. 계속 문 두드리고 난리를 칠 건데 뭐 어차피 못 여는 문이니 걱정 마요. 그러니까 꼭 다시 한번 문 단속 철저하게 하구.



가끔 통행 하는 사람 중에 이름을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어요. 뭐 그냥 사람이 묻는 경우도 있기야 하겠지만.. 그래도 명찰을 착용하고 있으니 대답해줄 필요 없어요. 통행 하는 사람들이 우리 이름을 알 필요가 없기도 하고.

뭐 명찰에 있는 이름은 딱 봐도 말도 안 되는 이름이지만.. 실제로 있는 이름으로 적어뒀다가 괜한 사람이 피해 본 적이 있어서 이렇게 바꿨다나 뭐라나. 아무튼 계속 물어봐도 웃으면서 명찰을 확인 해 달라 말해요.

나 같은 경우는 그냥 아줌마니까 대부분 이 경우지만 학생은 워낙 어리고 예쁘장하니까 사람들이 작업 거는 거일 수도 있긴 하겠네~ 뭐 그래도 이름 알려줄 필요가 없는 건 매한가지니까 그대로 하면 돼요.



밤에 톨게이트 지나는 차들 보면 괜히 으스스한게 있어요. 낮에는 이상할 거 하나도 없는 차인데, 밤이면 이 주변이 어두운 것도 있고 해서 괜시리 멀쩡한 차들도 오싹하게 보인다니까~

근데 가끔 개중에 그 오싹함이 착각이 아닌 경우가 있거든? 만약 차가 들어오는데 차 번호판이 노란색, 하얀색, 초록색, 파란색.. 아무튼 한번쯤은 본 적이 있는 색이면 괜찮은데, 그게 아닌 경우에는 내색하지 말고 지금부터 알려주는 대로 해야해요.

먼저 어떤 이상한 색의 번호판 운전자라도 절대 당황하거나 내색해선 안돼요. 뭐 그 정도야 쉽겠지- 하겠지만 가장 지키기 어려운 규칙이 이거일꺼야. 막상 사람이 그런거 직접 보면 안 놀라기 어렵거든요. 보라색이나 붉은색 번호판은 구역질 안 하면 다행인 수준이라.. 응? 침착한 건 자신 있다구? 뭐 그렇다면 다행이구요.



차 번호판 색이 파란색이나 하늘색, 초록색이나 노란색 등등이라면 그냥 일반 차니까 신경 쓰지 마요. 아직 번호판 색까지 바꿔서 오는 경우는 없었으니까. 생소한 색도 일단은 괜찮아요.



만약 차 번호판 색이 붉은 색인 경우에는 창문을 내려도 절대 놀란 내색하지 말고, '오늘은 당신들의 통행일자가 아니라 통행이 어렵습니다. 죄송합니다.' 라고 말해요. 뭐 굳이 토씨 하나 안틀려야 할 필요는 없고~ 그냥 정중하게 통행이 안된다고 말하기만 하면 돼요.

어지간하면 그렇게 말하면 대부분 돌아갈 거예요. 그런데 아주 가끔 화를 내거나 고집을 부릴 때도 있어요. 뭐 진상은 산 사람 사이에도 꼭 한둘씩 있잖아요? 그럴때는 그냥 통행시켜요. 별 수 없지 뭐.. 그 편이 실랑이 하는것보다 나으니까. 누구라도 그것들이 화내는거 보면 그냥 통행시킬걸?

대신 그 순간부터 일주일 동안 계속 날도 안 바뀌고, 해도 안 뜰 거예요. 그리고 내내 붉은 번호판 차들만 톨게이트를 지날텐데, 그 동안은 교대 없이 계속 그 안에서 근무 해야 해요.

뭐 별다르게 해코지는 안 할 테니 걱정은 안 해도 되지만 절대 일주일 동안 밖으로 나가면 안돼요. 나가는 순간 다시 이승으로는 못 돌아와. 그것들이 다 어디로 가는 거겠어요. 만약 일주일이 지나고 해가 다시 뜨면 교대자한테 말하고 온몸에 소금 뿌리면 돼요.



번호판 색이 보라색이라면 요금만 계산해 주고, 절대 걸어오는 말에 대답하지 마요. 얼핏 보기에는 멀쩡해 보일텐데, 자세히 보면 입을 안 움직일 거야. 목 위 머리만 달랑 있는 경우도 있을 거고, 피가 드문드문 이곳 저곳에 묻어있는 경우도 있을 거고.

그게 복화술이겠냐구, 잘린 목을 들고 있거나 사람 가죽을 뒤집어 쓰고 있거나 겠지. 지들 딴에는 위장이라고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절대 대답하지 말고 요금만 계산해요. 말 할 줄 아는 것만 안 들키면 되니까.

묵묵히 돈만 받고 거스름돈이랑 통행증만 돌려주면 긴가민가 하다가 그냥 지나갈 거예요. 지금까진 말을 안 했는데 이상 행동을 한 적은 한번도 없으니 걱정 말고.



검은색은 최대한 빨리 식별 해야 해요. 가까이 다가와서 톨게이트에 진입하기 전에. 밤이라서 식별이 쉽지는 않겠지만 검은 번호판 차는 사람보다도 더 느린 속도로 천천히 다가올테니 알아보고 반응하기 어렵진 않을거예요.

검은 번호판 차를 발견하면 곧바로 촛불 끄고 의자 아래로 숨어요. 그 차가 톨게이트 안으로 들어와서 창문을 두드려도 아무 대답 하지 말고.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러면 그냥 지나갈 거야.

그런데.. 만약 그 시점에 컨디션이 많이 안 좋거나, 피로가 많이 쌓인 상태거나, 일주일 안에 붉은 번호판 차를 통행 시킨 적이 있다면.. 그게 창문을 열고 이름을 부를 때도 있긴 해요. 그래, 진짜 본명 말이야. 이름표에 적힌 가명 말고 진짜 본명. 아마 눈 뜨면 창문 앞에 서서 뚫어져라 내려다보고 있을 거예요.

너무 놀라지는 마요. 어차피 보라색이나 붉은색이랑 달리 생긴 건 창백한 거 빼면 멀끔하게 생겨서 딱히 놀랄 일도 없다 했으니. 그냥 침착하게 '아직 근무 중이니 일주일 후에 찾으러 와 주세요' 라고 말하면 돼요. 순순히 물러 갈 거야.

그 다음에는 날 밝으면 곧바로 일 그만둬요. 본사에서도 검은색 번호판 차량을 만났다고 하면 뭐라 묻지도 않고 사직 처리 해 줄 거야. 그리고 꼭, 꼭 일주일 안에 이사 가야 해요. 형편이 안되면 고시원이라도 들어가야 돼. 여유 있을 때 개명신청까지 하면 더 좋고.



아, 근무하다 보면 가끔 요금 안 내고 그냥 지나가 버리는 차가 있다니까요. 그거 뭐 몇 푼이나 한다고~ 예전에는 차단막이 있어서 그런 짓 못했는데, 요즘 차단막이 다 없어져서 그냥 통과해버리는 사람들 있거든요.

근데, 그럴 때는 괜히 나가서 뭐 해보려 하지 말고 그냥 냅둬요. 어차피 cctv로 차량 번호 다 촬영되니까. 막말로 나가서 뭐 어쩌겠어~ 우리가 경찰도 아니고, 달려서 차를 잡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가끔은 그렇게 요금 안내고 지나간 차가 안 도망가고 서 있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럴 땐 특히 더 문 열고 나가면 절대 안돼요. 차라리 무단통행자가 낫지, 그건 무단통행하는 사람도 아니라서.

생각해봐요. 무단통행 한 차가 왜 안 도망가고 차 세우고 서 있겠어. 기다리고 있는 게 있으니 그러는거지. 말했듯이 꽤나 영리한 것들이 많아서 갖은 수를 다 쓴 다니까~ 유인하는거는 또 어디서 배운건지.



주변이 온통 산이랑 들이랑, 앞 뒤로는 도로밖에 없는 곳이라서 아마 엄청 조용할 거예요. 차까지 안 다니는 심야에는 아무 소리도 안 들릴거고. 조용한데 풀벌레소리 멍하니 듣고 있으면 그거 나름 힐링된다?

그런데 그렇게 조용하던 도로에서 갑자기 쾅 하고 뭐가 부딪히는 소리가 날 때가 있어요. 교통사고 나는 소리. 여기 사고 많이 나는 곳이거든. 창문으로 보고 차 두대 이상이 부딪혀 있으면 곧바로 119 전화하고 밖에 나가서 사람 괜찮은지 확인해줘요.

근데 차가 한 대만 도로 한 가운데 나동그라져 있거나.. 충돌음이 들렸는데 사고 난 차가 안보이면 그냥 잘못 들었구나- 해요. 뭐 환각, 환청, 그런 거라고 생각하고.

사고 난 차가 안 보이면 아마 도로 안쪽에서 들린 소리일 테니 땅 위에 있는 우리가 신경 쓸 필요는 없어요. 뭐 땅 밑에서 알아서 처리 하겠지.

한 대만 혼자 뒹굴고 있으면 그것도 괜히 신경 쓰지 마요. 차 혼자서 도로 한 가운데에 뒹굴 일도 많지는 않지만.. 가끔 사고를 낸 것들이 운전자 뿐만 아니라 다가오는 구조자나 목격자까지 같이 데려가려고 할 때도 있어서.



가끔 근무하고 있을때 검표소 전화기로 전화가 걸려오는 날도 있을 거예요. 관리소인데 지금 검표소에서 빨리 빠져나오라고 할 거예요, 거긴 위험하다고. 그럴 때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알겠다고 한 다음 끊고서 개인 휴대폰으로 본사에 전화해요.

'관리소에서 호출이 있었습니다' 라고 말 한 다음 끊고 그냥 계속 근무하면 돼요. 알잖아요~ 우리 톨게이트에는 밤에 관리소에 남아있는 사람도 없고, 야간 근무자한테 검표소 밖으로 나오라고 하는 직원도 없는 거.

그렇게 일러두면 본사에서 알아서 처리할 테니 신경 쓰지 말고, 다만 퇴근할 때 그 날은 관리소에 들르지 말고 곧바로 퇴근해요. 뭐 들어간다 해서 무슨 일이 나는 건 아닌데 괜히 수습 덜 됐을 때 들어가면 지저분한 꼴 구경할수도 있거든.



이게 마지막인데.. 톨게이트는 고속도로에 있고, 차들이 다니는 곳인거 꼭 기억해요. 어떤 경우에도 거기에, 그 심야에 사람이 걸어 다니기는 힘들어요. 그냥 그럴 수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생각하면 돼요.

만약 저 멀리서 사람 형상의 누군가가 걸어오고 있으면, 바라보지도 다가가려고 하지도 마요. 부르지도, 불러오는 말에 대답을 하지도 말고.

그냥 가만히 눈 안 마주치고 있으면, 그것도 계속 거기 있을 거니까.




어머, 내 정신 좀 봐. 말하다 보니 벌써 밤이네. 오늘부터 바로 근무 들어가는 거죠? 아휴 참.. 영 발이 안 떨어지네. 진짜 내 딸이랑 몇 살 차이도 안 나 보이는데.

뭐.. 사실 말했던 상황들이 자주 있는 일도 아니고, 규칙만 잘 지키면 별 일 없긴 하겠지만.. 그렇게 자신 있다고 하니 뭐 어쩔 수 없네요.

그럼 고생해요 학생. 꼭 몸 조심하고. 근무 수칙 잊지 말고.. 아휴~ 진짜 돈이 뭔지..






ㅡㅡ






오랜만이다 낲붕이들아

간만에 오니까 반장의기록 시리즈랑 반장알바일기 시리즈 몇개 개추 100개 찍었더라 영광이네

밤에 고속도로 타다가 문득 오싹해서 소재로 가져옴 우리 반장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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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닉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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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864 설문 비난 여론에도 뻔뻔하게 잘 살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6/0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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