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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먼 미래로부터의 역산’ 김세연식 보수 혁신 청사진

ㅇㅇ(182.210) 2020.09.15 17:06:53
조회 182 추천 4 댓글 1
														


보수의 겨울이 길다. 전국선거 4연패(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는 보수를 생존까지 걱정할 상황으로 내몰았다. 총선 참패 직후 당권을 인수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당명도 미래통합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바꾸며 변화를 모색한다. 이 길은 어디로 이어질까. 한국 보수에 미래가 있을까.


김세연. 1972년생. 보수정당에서 3선 의원을 지냈고, 제21대 총선에는 불출마했다. 지난해 11월 불출마 선언에서 그는 “자유한국당(당시 당명)은 수명을 다했다.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다”라는 격한 표현을 썼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화법도 평소와 너무 달라서 더 화제가 됐다. 차세대의 씨가 마르다시피 한 보수에서, 그는 몇 안 남은 기대주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차기 대선주자로 ‘40대 경제 전문가’를 말하자 한동안 그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인터뷰는 두 번 했다. 8월18일에 2시간 동안 만났다. 이날은 보수의 가치와 미래 전략에 대해 얘기했다. 9월2일에는 전화 통화로 1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날은 현실 정치에서 보수정당의 혁신 노력을 어떻게 보는지 물었다. 말을 워낙 신중하게 고르고, 여러 변수와 이해관계를 두루두루 짚으며 말하는 성향이다. 진의와 취지를 압축해, 주제별로 재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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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인표 혁신, 방향 옳지만 환경이 나쁘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5·18 묘역에서 무릎을 꿇고 사과하고, 기본소득과 경제민주화를 당의 기본정책으로 내걸었다. 김세연 전 의원은 “이번에는 정말 진정한 혁신으로 가느냐 또 좌절할 것이냐, 국민들이 관심 있게 지켜보고 계시리라 본다”라고 말했다.


둘 중 어느 쪽일까?


김종인 위원장 방향에 큰 틀에서 동의한다. 계속 잘 가서 진정한 혁신이 되기를 바라지만, 현실적으로는 이 흐름이 김종인 위원장 임기와 함께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다. 당헌·당규로는 임기를 비대위가 스스로 정하도록 했지만 정치적으로는 아무래도 내년 4월 재보선 결과와 연동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서울시장 선거를 지면 승리라고 평가받기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 김 위원장이 물러나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 가능성이 큰 게 걱정이다. 원래 당 대표의 권한이 가장 셀 때는 총선 직전이다. 공천을 하니까. 그런데 김 위원장은 총선 직후에 왔다. 힘이 제일 약할 때다.


‘김종인 체제’는 당원의 추인을 받은 적 없는 비상체제다. 더 나아갈 힘이 실릴까?


당이 어느 방향으로 갈지는 의원들의 구성이 중요하다. 그래서 당의 방향을 바꾸려면 공천을 바꿔야 한다. 제 경험으로는 공천을 두 번 바꿔야 당이 바뀐다. 19대 총선(2012년)과 20대 총선(2016년) 두 번 공천으로 당이 친박 정당, 계파 독식 정당이 됐다(두 총선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공천을 주도했다). 그 결과 자유한국당은 극우 정당으로 갔다. 제가 원래 기존 정치인보다 두 톤 낮춰서 말하는 편이다. 그런데 불출마 선언 때는 자유한국당이 극우화가 완성된 단계라는 생각에 강한 표현을 넣었다.


21대 총선 공천은 어땠나?


계파를 기준으로 학살하는 일은 없었다. 다만 최고위(당시 황교안 지도부)가 불법적 개입을 하면서 마지막에 흐트러졌다. 그리고 본선에서 수도권이 참패하는 바람에 중도 성향 의원이 더 줄어들었다. 19대와 20대는 공천 문제로, 21대는 본선 문제로, 현역 의원 구성이 개혁적이지 않다. 이 문제가 김종인 비대위에 근본적인 제약조건이다. 예를 들어 국회의원 4연임 제한을 정강정책에 넣기로 했다가 반발이 심해서 결국 뺐다. 현역 의원 구성이 이런 시도를 할 수 있게 되어 있지 않다.


단기적으로 가장 필요한 건 뭔가?


국민의 보편적 인식과 괴리가 너무 큰 집단은 조기 퇴장을 해주면 좋은데, 자발적으로 하지 않는다면 4년 뒤 총선 일정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극단적이고 보편적 인식과 거리가 먼 주장, 탄핵을 부정하거나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집단이 여기에 해당한다.


2022년 대선을 이길 것 같나?


김종인 비대위원장 체제로 계속 간다면 팽팽한 정도까지는 갈 것 같다. 그건 보수가 혁신에 성공하고 기본 실력을 끌어올려서라기보다는 김종인이라는 분이 선거에서 보여주는 노련함과 민주당의 추락, 이 두 이유다. 김종인 비대위가 그전에 무너지면 그나마도 어렵다.


황교안 대표 시절 극우 개신교와 당의 관계는?


전광훈 목사와 일체화의 길로 갔다고 봐야 한다. 얼마 전 여론조사에서 여야 지지율이 역전됐다가 삼일천하로 그친 게 8·15 집회의 여파 아닌가. 현 지도부는 이들과 거리를 두는 모습인데, 더 선명하게 선을 긋는 것도 필요하다.


자유한국당을 극우화한 책임은 어디에 있나?


시대착오적인 세계관과 관행을 갖고 있던 전임 지도부들에 있다. 이들과는 필요하다면 영구 결별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김세연 전 의원은 특정인을 거론하기를 꺼렸다. 기존 발언들을 종합하고 맥락을 고려하면, 이 말은 황교안 전 대표, 그리고 홍준표 전 대표(현재는 무소속 의원이다)와의 결별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옛 자유한국당의 극우화는 두 축으로 전개됐다. 극단적 성향의 지도부가 한 축이라면, 이른바 ‘태극기 부대’와 ‘아스팔트 극우 개신교’로 대표되는 당원의 극단화가 또 다른 한 축이었다. 당원과 지도부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자유한국당을 가장 오른쪽에 고립시켰다. 김세연 전 의원은 당원에 대해 말하는 것은 정치인의 예의가 아니라고 본다. 그는 당의 체질을 바꾸자는 기획을 더 거시적인 차원에서 이야기한다.


■ 70년대 세계관이 보수를 패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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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의 실패는 어디서 왔을까?


자유한국당은 70년대식 세계관을 가진 분들이 주도해서 실패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지금 민주당은 80년대식 세계관을 가진 분들이 주도하기 때문에 오류와 위선에 빠진다고 생각한다. 보수 혁신은 7~8년 걸릴 각오를 하고 있다. 상층에서는 국회의원 공천을 두 번은 제대로 해서 2028년까지 인적 구성을 바꿔야 한다. 당 전체로도 다음 세대가 준비돼서 당을 주도할 시점까지 그 정도 걸린다. 그사이에 요행으로 권력을 잡을 수는 있겠지만, 자력으로 당의 근본적 재구성에 이르려면 그 정도 걸릴 것이다.


70년대식 세계관이라면?


박정희식 국가 주도 경제성장이 가능했고, 부동산을 통해 개인이 자산 형성을 할 수 있었으며, 또 국가주의적 관념이 개인주의에 앞서 있었던 시대에 형성된 세계관이다. 이 세계관을 유지하는 분들은 그때처럼 누구나 공부 열심히 하면 자산을 축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지금 청년들의 현실이 노력 부족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니 꼰대 소리를 듣는다. 국가 주도의 반공 보수주의와 천민자본주의가 결합된 게 한국 보수의 이념, 아니 이건 이념이라고 하기도 어렵고 기득권의 결합으로 이뤄졌다는 학자들의 평가를 무겁게 듣고 있다. 경제를 바라보는 방식도 이런 맥락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예를 들면?


재벌의 경제력 집중에서 파생되는 여러 문제가 있다. 보수정당은 친기업 친시장 입장에 서는 게 맞다. 그런데 친기업 친시장을 하려면 반(反)재벌이어야 할 때가 있다. 재벌이 다른 기업을 못살게 굴고, 경제 생태계를 저해할 때는 견제와 균형을 회복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이럴 때는 ‘시장을 위한 반(反)재벌’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런데 70년대식 세계관에서는 재벌이 곧 고도성장이니까 친재벌을 마치 원칙처럼 고수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재벌 집중화 경향이 더 커졌다. 현실이 바뀌었으니 그에 유의해서 그런 현상이 깊어지지 않도록 바로잡는 노력을 했어야 하는데 보수가 그 시기를 놓쳤다.


“현실이 바뀌었다.” 김세연의 보수주의를 설명하는 첫 번째 키워드다. 그는 보수가 현재 상태를 고수하는 태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가치인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 질서의 안정을 지키려면, 현실이 바뀌는 속도에 맞춰 사회가 변해야 한다. 그래서 보수는 현실의 변화에 민감해야 하고, 그 변화가 질서를 흔들지 않도록 점진적으로 사회를 적응시켜야 한다. 보수는 변화를 다루는 기술이다.


70년대 세계관이 유지된 결과는?


옛 자유한국당만 놓고 보자면, 환경 변화에 대한 감지 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변화를 인지할 수 없었다. 자동차로 비유하면 그 자리에 멈춰서 있으면 수구이고, 역행하면 반동이 될 것이다. 가는 건 좋은데 운전은 적정 속도로 하자고 하면 보수다. 나는 보수 정치인이니까 진보를 보면 과속하자는 분들 같다. 물론 진보가 보수를 보면 너무 느리게 모는 운전자라고 생각할 것이다. 진보는 엑셀이고 보수는 제동 페달 같은 존재라서, 둘 다 있어야 차를 몰 수 있다. 자동차를 몰기 위한 파트너십으로 진보와 보수를 이해한다.


개별 이슈만 보면 정치인 김세연의 주장은 진보 쪽에서도 급진적 의견과 비슷할 때가 종종 있다. 왜 스스로 보수라고 생각하나?


보수는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 질서의 안정을 지키는 것이다. 그걸 지키기 위해서는 현실의 변화에 맞춰 사회와 스스로를 계속 적응시켜 나가는 것이다. 그러니까 보수는 특정한 이념이라기보다는 어떤 태도라고 생각한다. 현실의 변화를 늘 살피고, 개인 자유와 공동체 안정을 유지하면서 그 변화에 적응할 방법을 찾는 태도를 말한다. 변화의 파장이 오면 그것을 증폭해서 변화를 크게 만드는 게 진보가 하는 일이다. 보수는 파장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이되, 그 파장을 안정화시키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나 개인을 보면 자유주의자의 성향이 꽤 있다. 하지만 자유주의적 가치를 우리 사회에서 구현하는 방식은 보수주의 원리를 따른다.


“자유주의자 성향이 꽤 있다.” 두 번째 키워드다. 김세연식 보수주의가 한국에서 익숙한 보수의 풍경과 갈라지는 결정적인 대목이 여기다.


■ 보수주의와 자유주의 두 바퀴로 균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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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성향은 어떨 때 나오나?


예를 들어 인권 이슈에서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 규범이 충돌할 때, 우리는 보수주의 전통이 너무 센 반면 자유주의는 약하다. 그래서 보수정당이 북한 인권에 대해서는 열심히 말하지만, 엘지비티큐(LGBTQ:여러 성소수자를 통칭해 부르는 표현) 등 우리 사회 인권에 관해서는 얘기하지 않는 인상을 준다. 보수 안에서 보수주의와 자유주의의 균형이 안 맞아 일어나는 일이다.


성소수자 인권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나?


고대 아테네에서 직접민주주의가 실현될 때 시민권은 일부에게만 있었다. 미국의 노예 출신 흑인이 인간으로 인정받고 투표권을 얻은 게 19세기다. 스위스는 여성참정권이 1971년에야 인정됐으니 우리보다 늦다. 사회적 차별로부터 벗어나 평등한 인권을 같이 누리는 대상이 여성, 장애인, 엘지비티큐… 계속 확대가 될 것이다. 그런 역사적 연속선 위에 있다고 본다. ‘인간’의 울타리 안에 들어온다고 사회가 인정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확장된다. 그래서 인류 진보의 역사는 인간의 확장이라고 생각한다. 이 확장이 더 나아가 동물권까지 가는 중이다.


동물권에도 관심이 있나?


보수정당이 동물권에 대대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AI가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시점이 돼서, 인간이 더 이상 지구의 지배종이 아니게 되는 때를 생각해보자. 그때도 인간이 기계와 공존하려면, 지배종이 아닌 종의 권리도 보장하는 원칙과 윤리가 필요하다. 다른 종의 권리 개념을 우리가 지배종일 때 만들어두는 게, 우리가 지배종이 아닐 먼 미래를 생각하면 중요하다.


성소수자까지 권리가 확장되는 게 인류의 진보라고 봤다. 차별금지법은 21대 국회에서 이슈가 되고 있다. 현직 의원이라면 어떻게 하겠나?


입법 과정에서 견해를 달리하는 사람들의 의견이 최대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합의할 수 있는 수준의 문구 조정에 노력을 기울여서 미세하게나마 한 발짝 나가는 게 좋다. 그런 점에서 나에게 보수주의적 태도가 있다. 반면 인권이나 동물권 이슈에서 나 자신의 생각은 자유주의가 강하다.


불평등이 지구적인 화두다. 보수는 불평등이 자본주의의 자연스러운 귀결이므로 문제 삼을 수 없다는 시각이 많다. 불평등은 해결해야 할 문제인가, 그저 경제의 부수적인 결과인가?


정치에서 보수와 진보가 파트너십이듯, 경제에서도 효율과 성장이냐 평등과 분배냐 이 둘이 같이 간다고 본다. 계절이 변하듯 주류 원리와 보완 원리가 교차하면서 역동성이 생긴다. 성장을 위해서는 혁신이 필요하고, 그러려면 격차는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격차가 지나치면 사회 안정을 위협한다. 그럴 땐 국가가 격차를 축소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다만 모든 개인의 자산 목표를 정하는 식으로 결과에 개입하는 방식은 반대다.


지금은 어느 시기인가?


지금은 격차가 적정범위를 벗어나서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고 본다. 격차를 줄이는 게 정부의 중요한 정책 목표가 되어야 할 시기다.



모든 문제를 점진적 합의로 풀 수 있다고 믿나?


거의 대부분 그렇다. 예를 들어 최저임금 인상은 완충에 완충을 더해서 시스템에 가해지는 충격을 줄여야 했다. 예외도 있다. 기후변화가 그렇다. 기후변화는 과학의 영역에서 논쟁이 끝났고 이미 정해진 미래이기 때문에 대대적인 탄소배출 절감을 해야지, 점진적 합의로 풀 문제가 아니다. 기후변화는 인류 생존과 직결된 긴박한 문제여서 전시체제로 접근해야 한다. 2차 대전 때 공장들이 다 징발되어 탱크 찍어내듯이 해야 할 문제다.


그는 성소수자 인권을 넘어 동물권까지 검토하는 ‘급진파’다. 진보적 정치인들도 잘 쓰지 않는 ‘엘지비티큐’가 자연스레 입에 붙어 있다. 기후변화는 사기극이라고 주장하거나, 불평등은 자연법칙이어서 국가가 개입하면 경제를 망친다고 외치지도 않는다. 주장하는 내용만 놓고 보면 왜 보수정당에 있는지도 헷갈린다. 하지만 그는 차별금지법을 다룬다면 합의를 이끌어내는 게 먼저라고 보는 점진주의자다. 그의 자유주의적 보수주의는 이런 식으로 작동한다. 김세연은 한국의 보수가 보수주의와 70년대식 세계관, 이 두 바퀴로 굴러왔다고 생각한다. 그는 이제 70년대식 세계관 바퀴를 떼어내고 그 자리에 자유주의 바퀴를 달고 싶어 한다.


기후변화는 흥미로운 예외다. 이 문제만은 “2차 대전 때 탱크 찍어내듯” 대응해야 한다는데,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수수께끼는 다음 대화에서 풀렸다.


■ 먼 미래를 먼저 합의하면 대화가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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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도 일찌감치 들고나왔다.


20대 국회에서 어젠다 2050이라는 연구단체를 만들었다. 임기 만료 때 최종 보고서를 냈다. 거기에 나오는 어젠다 중 하나다. 30년 뒤의 의제를 다뤄보자고 생각한 이유가, 이념 이슈가 아닌 문제도 국회에 오면 꼭 이념 대결이 된다. 그러면 합의가 될 일도 안 된다. 그런데 누구나 어렴풋하게나마 동의할 수 있는 먼 미래의 문제들이 있다. 그런 것부터 먼저 합의해보자. 예를 들어 어젠다 2050의 ‘핵심 질문’ 중에는 “AI 등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여 일자리가 사라지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라는 게 있다. 기술발전 추이를 보면 이런 질문이 중요하다는 데는 좌우가 합의할 수 있지 않겠나. 이렇게 먼 미래 방향을 먼저 합의하면, 거기서부터 역순으로 지금부터 할 일이 뭔지를 토론할 수 있다. 그러면 싸움이 덜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기본소득도 그중 하나다. 그러면 지금부터 이걸 준비해보자고 내놓는 것이다.


다른 의제도 그런 식으로 접근했나?


실제 현실과 가상현실의 경계가 무너질 것이다. 예를 들어 게임머니를 생각해보자. 미래에 일자리가 사라지면 근로소득이 없어진다. 게임을 열심히 해서 거기서 번 게임머니로 돈가스를 사먹을 수 있다면 어떨까? 지금도 게임 아이템은 현실 화폐로 거래가 되는데, 더 나아가서 미래에는 생활 기반이 훨씬 더 가상세계로 옮겨가게 된다. 속도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방향은 이리로 간다. 윗세대들은 이런 걸 설명하면 반응이 없는데 젊은 세대들은 당연하게 듣는다. 그들에겐 너무 익숙하니까. 30년 후에 이쪽으로 가게 된다면 지금부터는 뭘 해야 할까? 일단 게임 아이템의 재산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법을 정비해줘야 한다(그는 20대 국회에서 ‘데이터’를 ‘물건’에 포함시켜 소유권을 인정하자는 민법 개정안을 냈다).


먼 미래를 먼저 합의하고, 거기서 역산해서 지금부터 준비하기. 이것은 그의 자유주의적 급진성(‘먼 미래’)과 보수주의적 점진성(‘지금부터 준비하기’)이 만나 만들어낸 결론이다.


이것은 공적 토론의 전략인 동시에(“그러면 싸움이 덜하지 않을까”), 김세연식 보수 혁신의 청사진이다. 보수는 변화를 안정되게 다루는 기술이다. 따라서 미래를 선점할 필요가 있다. 미래를 먼저 예측할수록 그에 대비할 시간도 많아져서 현실의 충격을 줄일 수 있다. 먼 미래를 선점하려면 급진적인 상상이 필요하다. 그것이 역설적으로 핵심 가치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동물권은 먼 미래에도 인간이 권리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고, 데이터 소유권은 노동이 사라지는 시절에도 개인의 자아실현과 사회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다. 이렇게 해서, 동물권부터 데이터 소유권까지 종횡무진하는 급진성이 보수주의 원리로 통합된다.


그에게 기후변화만은 예외인 이유도 ‘미래로부터의 역산’ 접근법으로 설명할 수 있다. 기후변화는 어렴풋이 잡히는 먼 미래가 아니라, 코앞에 닥친 정해진 미래다. 행동하거나 멸망하거나, 양자택일이다. ‘미래로부터의 역산’도 따라서 달라진다. 역산해보면, “2차 대전 때 탱크 찍어내듯” 할 일이라는 결론 외에 다른 길이 없다.


보수주의자의 아이디어가 왜 다 급진적인가?


자유한국당에 복당하고 한동안 공백기가 있었는데, 그때 유튜브나 넷플릭스에서 양자역학이나 우주에 대한 콘텐츠를 자주 찾아봤다. 가장 앞서 있는 과학 이야기를 보다 보니,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미래를 선점한 국가의 국민은 훨씬 더 안정적이고 행복한 국가에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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