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냉동공조 기술사인 그가 나를 찾아 왔다. 그는 학교 후배이고, 올해 40세로 가끔 얼굴을 보며 지내던 터였다. 유수한 공조기기 회사에서 팀장을 맡아 근무하던 그는 작년 후반기에 회사를 그만 두고 6개월 정도 실직상태였다고 한다.
소주잔을 놓고 여러 가지 얘기를 나눴다. 회사를 그만두고 실직 상태인데 앞으로 뭘 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하면서 조심스레 변리사 시험에 대해 기간, 공부 강도, 미래 전망 등에 대해 물어왔다. 변리사 시험에 도전해 볼까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모양이다. 나는 매몰차다 싶게 현재 그 나이로 변리사시험에 도전하는 것은 무모하다, 시험에 합격할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짓다시피 말렸다. 차라리 기술사로서 냉동공조, 기계분야에서 일을 할 수 있는 자리를 알아보도록 권했다.
실제 변리사 시험에 응시하는 사람들의 나이는 주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 주종을 이룬다. 실제 합격하는 사람의 나이 분포도 그렇다. 시험준비를 3년 정도는 기본으로 해야 한다고 보면 나이 40되어 시험공부를 시작하여 합격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실제 나이 40을 넘어 합격하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이고 점차 최고령 합격자의 나이도 내려가는 추세이니 현실 그대로를 말한 셈이다. 그런데 어떻게 변리사에 도전하라고 권할 수 있겠는가.
그 날 밤늦게까지 앞일 때문에 고민했던 그 후배가 2달이 지난 뒤 한강에 투신 자살했다는 벽력같은 소식을 들었다.
몇 일 전에 다른 사람의 소개로 나이 44세의 건설기계기술사 자격을 가진 사람이 변리사시험을 준비해 볼까 하면서 조언을 구해왔다. 역시 이분에게도 지금 나이로 변리사 시험에 도전하는 것은 무모하다. 심하게 얘기해서 합격할 가능성이 거의 없으니 시작하지 않는 게 낫겠다는 내 생각을 얘기해 주었다.
나는 변리사 시험이 어렵다는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내 후배가 삶에 대한 의욕을 잃고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길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자살이란 삶에 대한 희망을 더 이상 가질 수 없을 때 삶에 대한 미련을 버리는 행동이 아니던가. 왜 그는 40이란 나이에 변리사라는 자기가 여태까지 살아온 방향과 전혀 다른 길을 모색했어야 했나. 44세의 그 기술사는 이제와 왜 변리사란 직업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했을까.
기술사(技術士)가 누구인가. 기술사는 기술자가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자격으로 기술자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 기술사가 사회에서 버림받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사에게 전문 업역이 보장되지 않아 독자적인 사무소를 개설해 봐야 유지되지 않는다. 2만5천여 기술사 중에서 사무소를 차린 기술사가 1천명 미만이란 통계로서 이런 현실을 알 수 있다. 또, 엔지니어링, 건설 분야 기술사는 이른 바 인정기술사제도(건설기술관리법 등에 의하여 일정한 학력, 경력이 있으면 기술사와 같이 특급기술자 대우를 해 주는 제도) 때문에 오히려 직장에서 버림받고 있다. 악화가 양화를 쫓아내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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