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사카 카린입니다.
제가 추석때 겪은 일을 잠깐 풀고자 합니다. 길더라도 끝까지 읽어주세요. 끝까지요. 어느 날 갑자기 카스미가 도쿄에서 좀 떨어진 해안도시에 별장을 갖고 있다길래 잠깐 놀러와서 자고 가라고 했습니다. 저는 연휴라 마땅히 할 일도 없었고 엠마도 스위스로 돌아가 밖으로 나갈수가 없었기에 카스미에게 재미 있을것 같으니 초대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출발하기 전에 카스미의 별장은 그저 바닷가로만 알고 있었기에 정확히 어떤 도시인지, 그 도시엔 무엇이 맛있고 볼 거리는 뭐가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기에 카스미에게 살짝 물어봤는데 ‘예쁜 바닷가 도시’라고만 대답 할 뿐 다른 정보는 전혀 알려주지 않더라고요. 의심은 되었지만 믿을만한 후배라고 생각 해 따라갔습니다. 여행 약속 당일, 카스미를 만나 두 시간 정도 전철을 타니 ‘누마즈’라는 곳에 도착했습니다. 역 근처 기념품 샵에서 말린홍어, 천일염, 귤 등 다양한 지역 특산물을 팔았습니다. 제겐 익숙하지 않은 향이였지만, 사람들 표정도 온화해 보이고 마음씨도 좋아보여서 무척이나 행복한 도시 같았습니다.
발걸음을 버스정류장 쪽으로 옮기니 따스한 햇살이 저희를 비추었습니다. 카스미와 잠깐 수다를 떠니 버스가 도착했습니다. 도쿄와는 다르게 이 차가 마지막 차량이라 하더라고요. 버스기사님은 저희를 보고 허허 웃으시면서 “아따 외지인은 오랜만이구먼, 잘들 놀다 가랑께”라며 따스하게 맞아주셨습니다. 햇살에 못 이겨 잠깐 단잠에 빠졌더니 파아란 해변가 근처에 붉은색 지붕으로 된 집이 보였습니다. “카린 선배, 아직까지 자고 있으면 어뜨카냐~ 이제 내려야제.” 저는 카스미가 깨우는 소리에 번뜩 눈이 떠졌습니다. 카스미가 사투리를 쓰다니, 정말 당황스러웠습니다. “근데… 카스미, 방금 전에 뭐라고 했어? 내가 잘못들은건 아니겠지?”라고 조심스레 물어봤습니다. “응? 으따 오랜만에 고향에 오니 사투리가 절로 나와부렀네, 그래도 카스밍의 귀여움은 여전하당께!” 카스미는 배시시 웃으며 약간은 부끄러웠는지 제 손을 잡고 얼른 버스에서 끌어내렸습니다. 몇 분 걸어가니 방금 전에 본 집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습니다.
“도착했어! 여기가 내 별장이야~” 카스미가 두 팔을 벌려 자신의 별장을 소개했습니다. 멀리서 볼 땐 몰랐는데 엄청 큰 저택 이였습니다. 카스미의 집안은 이 누마즈에서 각종 특산물을 도쿄에 파는 일을 한다고 들었는데 이런 건물을 별장으로 삼는 것을 보니 수익이 엄청난가봅니다. “자, 자 안으로 들어와!” 카스미가 또 제 팔을 잡아당겨 집 안으로 안내했습니다. “메이드 언니들~ 잠시만 나와 주실래요? 귀여운 카스밍 보러 와 주세요!” 평소에 들었던 하이톤이 귀를 때렸습니다. 그나저나 메이드라니, 저로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아따 귀여운 카스미가 와부렀네” “오오미 얼마만이당가! 어서들 오랑께” 메이드 분들도 격하게 환영해주셨습니다.
“와아-” 창문을 여니 감탄이 절로 나오는 풍경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카린 선배! 뭐해요! 짐 다 풀었으면 얼른 나와서 송편 빚어요!” 카스미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습니다. 그나저나 송편이라니, 저는 한 번도 만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네? 송편을 만들어 본 적이 없다고요!? 저 보다 나이도 많으면서 여태껏 뭐 한 거예요? 정말...” 카스미가 제게 불같이 화를 내자 메이드 분들이 말려주셨습니다. “허허 걱정 말어, 나가 맹그는 방법을 알켜줄랑께” “야 있냐, 쪼까 어려블수도 있으니 잘 들어불고, 잘 못혀도 여기 암시롱안혀.” 메이드 분이 사투리를 막 쏟아내자 제 머릿속에 소용돌이가 일어났습니다. “네?” 제가 얼굴에 물음표를 띄우며 되묻자 카스미가 어깨를 톡톡 치더니 귓속말로 해석 해주었습니다. “선배! 잘 들으라는 뜻이에요!” “아.. 네...” 메이드 분들의 말을 전부 알아 듣긴 힘들었지만 상냥하게 알려주셔서 제 몫을 채워 낼 수 있었습니다. 열심히 만들었더니 어느새 밤이 되었습니다.
주요 이벤트를 끝내자 서브 이벤트가 남아 있었습니다. 카스미가 담요와 빨갛고 작은 플라스틱 카드를 들고 왔습니다. “카린 선배~ 카스미랑 같이 고스톱 쳐 주세요!” 제가 또 얼굴에 의문표를 띄우니 카스미가 한숨을 푹 내쉬었습니다. “설마 고스톱도 모르는 거예요? 그냥 화투 패를 본 적 없다고 하시죠?!” “미안해, 카스미... 화투는 많이 봤지만 게임 해 본적은 없는걸...” 카스미를 달래주려고 애를 썼지만 쉽게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응? 카스미, 이제 시간도 늦었는데 얼른 ‘치카치카’ 하고 자야지?” 제가 말을 꺼내자마자 카스미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지더니 제 멱살을 잡고 달려들었습니다. “야, 방금 뭐라 했냐?” 저는 말을 더듬으면서 “그러니깐... 치카치...” 짝. 카스미의 손이 제 뺨을 후려갈겼습니다. 그러고는
세상이 떠나 갈 정도로 카스미는 소리쳤습니다. “지금 뭐라혔는가? 치카? 감히 우덜 최고 스쿨아이돌 대장님의 이름을 감히 님도 안 붙이고 불렀냥께? 흐미, 언냐들 나와보시랑께요. 여기 귤대장님 존함을 함부로 씨부리는 새끼가 있는디-?” 그러자 문이 확 열리고 오후의 상냥했던 메이드 분들은 어디가고 매운 타코야끼를 먹은 사람처럼 얼굴이 시뻘건 채로 말린 홍어, 얼린 귤, 녹차 등을 제게 겨누었습니다. “여기가 어디라고 세인트 스노우 종자가 기어 들어오냐?” “다들 뭐하는가? 싸게싸게 잡아다 우리 아쿠아님 활동비에 보태야제!” “흑택아, 저기 구덩이 하나 파야쓰겄다” 다른 한 분이 얼린 귤을 제 얼굴에다 던졌습니다. “오오미 내 첫 스쿨 아이돌이랑께!”라고 외치며 칼을 꼬나들더군요. 저는 창문을 부숴 뛰어내리고 온 힘을 다해 달렸습니다. 뒤에선 근처 주민들까지 뛰쳐나와 홍어를 휘두며 달려오고 있었습니다.
“요기면 괜찮겠지...?” 경찰서 앞에 다다랐습니다. “경관님! 살려주세요!!” 저는 온 몸에 힘이 풀려 주저앉은 채로 펑펑 울었습니다. “아니, 무슨 일입니까?” “그게.. 친구랑 놀다가 갑자기 주변 사람들이 저에게 칼을 겨누고 쫓아왔습니다..” 경찰은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을 하더니 제 손을 잡고 일단 나가보자고, 어딘지 설명하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뛰어오면서 무심코 본 건물 이름을 말했습니다. “그게... 오하라 호텔 근처...” 경관님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더니 제게 다시 되물었습니다. “어디요?” “오하라...” 말하던 도중 제 뺨을 올려쳤습니다. 저는 얼떨떨했습니다. “경관님! 이게 무슨 짓이에요?!” 경관은 제 뺨을 한 대 더 후려치더니 제 손목에 수갑을 채웠습니다. “아따, 마리님이 니 친구당가? 으찌 함부로 존함을 부르냐? 너 같은 놈은 나으 스쿨아이돌 열정을 봐야한당께!” 라고 녹찻잎을 꺼내들고 저를 잡으러 온 군중들 앞으로 끌어냈습니다. “오오미! 저년에게 나으 스쿨아이돌 댄스 실력을 보여줘야한당께!” “저년 배때지가 나으 첫 스테이지랑께!” 저는 제 편이 없다는 생각이 들자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저를 죽일 듯 달려 들었던 것과는 다르게 사람들이 저를 해치지 않고 이 지역에 잘 살도록 도와주었습니다. 초반에야 일을 못해서 몇 대 맞기도 했지만 지금은 일도 잘 맞고 익숙해져서 괜찮습니다. 식사는 물에 만 밥에 귤 김치 정도가 나오지만 가끔씩 말린 홍어무침도 나옵니다. 저의 일과는 낮엔 염전 일을 돕고 밤엔 누마즈 청년이 도쿄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역할도 합니다. 가끔씩은 돈이 많아 보이는 중년 남성분도 옵니다. 아, 이제 메이드장님이 부르십니다. 이 편지가 어디인지는 모르겠으나 잘 도착했으면 좋겠습니다. 꼭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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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지역을 비하 할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재미로만 봐 주세요
글 쓰는 시간보다 사투리 알아보는데 시간 더 많이 씀 ㄹ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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