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번역] 사무라이 닌자 슬레이어 : 하이눈 닌자 노마드 (전편)

더라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7.11 07:11:38
조회 117 추천 4 댓글 0
														


[이번 에피소드는?]

· '닌자 슬레이어 PLUS'에 게재된 '사무라이 닌자 슬레이어'의 1 에피소드

· 시계열은 전국시대의 어디쯤

· 닌자 슬레이어는 네오 사이타마가 아닌 과거에도 다양한 시대, 다양한 장소에 존재했다

· 6~7회 갱신으로 끝나는 중편 (한국어판은 3편으로 올라갈 예정)



◆◆◆◆◆◆◆◆◆



정오. 닌자. 떠돌이. 1


이정표 너머 소나무 숲속에서 쓰러진 패전 무사를 발견한 마을 사람 유후코는 가지고 있던 주먹밥을 건네주고 짚을 덮어준 뒤 마을로 돌아왔다. "해가 지면 돌아올테니 그때까지 견뎌주소서." 라는 말을 남기고. 2


집이 있는 역참 거리, 오미노로시는 그 곳에서 걸어서 몇 분 정도. 코앞이었다. 이제와서 유후코는 처음으로 자신이 한 행동이 두려워졌다. 패전 무사를 숨겨준 것이 알려지면 곧 죽을 죄. 목숨 아까운 줄 모르는 것도 정도가 있다. 하지만 그러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3


오미노로시 입구에 노인이 서서, 정말로 보이는 건지 어쩐지도 알 수 없는 희뿌연 눈으로 여느 때처럼 그녀의 가슴팍 등을 힐끔힐끔 관찰했다. 유후코는 두 손에 땀을 쥐고서 서쪽 직인 거리로 향했다. 4


도중에 또 다시 의심하는 것 같은 시선이 둘, 셋. 술집이나 여러 명이 살 수 있게 길게 지은 집의 어둠 속에서 날아든다. 괜찮다, 늘 있는 일이라며 자신에게 말하며 유후코는 평정심을 유지했다. 5


한때 나그네로 붐볐던 대로도 지금은 한산하고, 메마른 언덕 녹미채가 모래 섞인 바람에 휘날려 굴러다닐 따름. 역참 거리 오미노로시의 공기는 무겁게 고여 있었다. 5년 전의 은맥 광산 고갈. 게다가 새로운 역참이 해안가를 따라 들어서서 더 이상 찾아오는 이도 없다. 그렇다고 떠나는 자도 없다. 남아있는 자는 삼백 하고도 조금 더. 6


어째서 마을을 버리고 이주하지 않는가. 지방의 대관이 은맥 광산의 재개발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만 참고 견디고 있으면 다시 이 마을이 북적거리게 됐을 때에 고생 없이 큰 돈을 손에 쥘 수 있다. 7


하지만 그것이 내년일지. 5년 후일지. 혹은 영원히 오지 않을 날인지. 일자리를 잃은 마을 사람들의 대다수는 대관의 명령에 따라 조잡한 땅에 양귀비를 길러 입에 풀칠을 할 따름. 8


유후코는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숨을 내쉰 뒤, 이로리* 앞에 정좌했다. 그리고 선향을 피우고 불단에 올려진 위패 앞에 손을 모았다. 9

* 일본의 농가에서 바닥을 사각형으로 도려내서 그 자리에 불을 땔 수 있게 만든 장치




08b6e70ef4fb2f933e9ef78545df2773627bf48218b4fac032dae163a8f2


[하이눈 닌자 노마드] #1




해질녘. 해골 같은 보름달 아래, 유후코는 등불도 없이 패전 무사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가도에 인기척은 없었다. 방울벌레가 우는 소리만이 울려 퍼지고 있다. 패전 무사는 아직 그곳에 있을까. 아직 살아 있을까. 이정표가 있는 곳까지 가서 암흑 속 소나무숲을 들여다 보았다. 10


"사무라이님, 이제 괜찮사옵니다." 유후코가 부르자, 짚 속에서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파삭파삭 짚이 떨어지는 소리가 울린다. 11


"누웃-......" 패전 무사는 너덜너덜한 칼을 땅에 꽂아 그것을 지팡이 대신으로 삼아서 일어났다. 숨을 헐떡이고 고통으로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면목이 없소이다." 그는 다리를 절뚝거리며 유후코 쪽으로 걸어갔다. 12


순간 패전 무사의 두 눈이 피처럼 붉게 빛난 것만 같아서 유후코는 소름이 끼쳤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인 듯했다. 13


달빛에 비친 패전 무사의 창백한 얼굴은 역시나 근심의 빛을 띤 올곧기 그지 없는 사무라이의 것으로, 그러면서도 어쩐지 무언가 하나의 신념을 향해 거침없이 돌진하려는 것만 같은 위태로운 기색을 띠고 있다. 어딘가 죽은 남편과 분위기가 닮아 있었다. 유후코는 고개를 작게 저었다. 14


투구는 없다. 피가 엉겨 붙은 짧은 머리. 얼굴 반쪽에는 핏자국. 마구 자란 수염은 없다. 갑옷은 상처투성이. 발은 짚신. 낯선 깃발. 어느 영지에서 온 것인지 알 수 없다. 머나먼 나라에서 온 것이겠지. "집까지 모실게요, 약과 잠자리가 있어요." 라 유후코가 다부지게 말했다. 이미 그녀의 마음은 정해져 있었다. 15


패전 무사는 짧은 고민 끝에 다시 예를 표했다. "면목이 없소이다." 라고. 그는 의식이 몽롱한 듯하고, 그 발걸음은 불안했다. 그 고민에 과연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 매우 미심쩍었다. 16


유후코는 위험을 무릅쓰고 어깨를 부축하며 걸었다. 패전 무사의 몸은 열기를 띠고 있어서 뜨거웠고, 강철과 유황의 냄새가 났다. 17


여느 때처럼 역참 거리의 입구에는 인기척이 없었고, 중앙의 촌장집 주위와 몇 군데의 술집에서 취한 사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올 따름이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유후코는 작게 기도하며 어둠 속을 걸어 직인 거리로 향했다. 18


다행히 길가에 세워진 지장보살 이외에는 그녀를 나무랄 이가 없었다. 유후코는 철저하게 문단속을 하고, 차를 끓이기 위해 이로리에 불을 붙여 물을 끓였다. 패전 무사는 기둥에 기대어 앉아 독한 술을 청했다. 유후코는 부엌에서 '검은 호랑이'라 적힌 싸고 독한 술을 가져와 잔에 따라주었다. 19


패전 무사는 술을 들이키고 잠시 고개를 숙였다가, 이윽고 포기한 듯 끄덕이며 칼자루를 입에 물고 어깨에 꽂힌 화살을 붙잡았다. 빼내려는 것이다. 마취도 소독도 없이. 20


"기다려주시어요. 저는 의사는 아닙니다만 진통제가 있습니다." 유후코가 벽에 놓인 높은 나무 서랍에서 양귀비 몇 송이를 꺼내 약연 접시에 올렸다. "그대께서는 약사신가?" "그렇습니다. 금방 됩니다. 이것을 차에 섞어서 드세요." 21


패전 무사는 잠시 대답 없이 유후코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양손을 무릎 위에 올려두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면목이 없소이다." 패전 무사는 모르핀 차를 마시고 잠시 뒤, 어깨에 꽂힌 화살을 다시 붙잡았다. 유후코는 미간을 찌푸리며 눈을 감았다. 우득 소리가 났다. 22


남자는 그것을 뽑아내 이로리에 던져 넣었다. 그리고는 등으로 손을 돌렸다. 등에도 화살이 꽂혀 있었던 것일까. 여기로 옮겨올 때 유후코는 그런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화살촉 뿌리 부분이 부러져서, 그런 것이 박혀 있음을 알지 못할 정도로 짧은 상태인 것일까. 23


유후코는 조심조심 살짝 눈을 떴다. 패전 무사는 작게 신음하며 등에서 검은 덩어리를 뽑아냈다. 그것은 검은 쇠로 만들어진 별이었다. 피가 약간 바닥으로 튀었다. 패전 무사는 뽑아낸 그것을 이로리의 불꽃 속에 던져 넣었다. 24


유후코는 눈을 의심했다. 그것은 수리켄. 닌자가 던진다는 전설적인 투척 무기였다. 하지만 이미 닌자도 수리켄도 존재할 리가 없다. 머나먼 신들의 시대의 이야기일 뿐이다. "사무라이님, 그것은......" 그리 물으면서도 유후코의 시선은 패전 무사가 아닌 수리켄 쪽으로 계속 고정되어 있었다. 25


수리켄의 사위스러운 형상은 유후코를 매료시켰다. 무릇 이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될 물건이 지금, 눈앞에 있는 것이다. 유후코는 부처님과 조상님들에게 죄송함을 느끼면서도 공포가 아닌 배덕감에 매료되어 한시도 수리켄에 눈을 떼지 않고 꿀꺽 침을 삼켰다. 26


더욱 믿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불길로 달아오른 수리켄의 표면에 순간, 보이지 않는 도화선을 덧씌우듯이 사악한 닭 문장이 떠올랐나 싶더라니 작게 터지며 연기를 뿜어낸 것이다. 27


그 뒤에는 다시 검은 수리켄만이 남았다. 닭 문장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유후코는 도저히 종잡을 수 없었다. 28


(((도쿠(독) 짓수의 부류였는가.))) 지옥의 밑바닥에서 울린 것만 같은 목소리가 방랑 무사 쪽에서 들려왔다. "사무라이님, 지금 무어라 말씀을......" 유후코가 이로리로부터 고개를 돌려 묻자, 패전 무사는 이미 잠에 빠져 있었다. 이윽고 사위스러운 강철의 별을 잿더미 속으로 덮어버리듯이 이로리의 숯불이 무너졌다. 29


[하이눈 닌자 노마드] #1 끝, #2로 계속










[이번 에피소드는?]

· '닌자 슬레이어 PLUS'에 게재된 '사무라이 닌자 슬레이어'의 1 에피소드

· 시계열은 전국시대의 어디쯤

· 닌자 슬레이어는 네오 사이타마가 아닌 과거에도 다양한 시대, 다양한 장소에 존재했다

· 6~7회 갱신으로 끝나는 중편 (한국어판은 3편으로 올라갈 예정)



◆◆◆◆◆◆◆◆◆



사무라이 닌자 슬레이어 [하이눈 닌자 노마드] #2





패전 무사는 갑옷도 벗지 않은 채, 죽은 듯이 꼬박 이틀간 계속 잤다. 그리고 셋째 날 밤에 눈을 떴다. 머리와 한쪽 눈에는 무명천 붕대가 감겨 있었다. 유후코가 미소를 지으며 이름을 대자, 패전 무사는 키루지마라 이름을 밝혔다. 1


그러나 그 이상은 아무런 말도 하려 하지 않았다. 그리고 갑옷을 벗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키루지마를 위한 식사를 준비한 뒤, 유후코는 이로리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잠깐의 침묵 뒤에 유후코가 물었다. "상처가 아문 것은 다행이에요. 하지만 어찌 갑옷을 벗지 않으시나요?" 2


"......졸자*가 누구인가를 놈들에게 알려주기 위함이외다." 키루지마는 조용히, 그러나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 그 눈동자 속 깊은 곳에서 광기의 불꽃이 어른거렸다. 놈들이라는 것은 누구를 가리킨단 말인가. 물을 것도 없이 추격자들 이야기일 것이라 생각한 유후코는 더 이상 아무 말도 묻지 않았다. 3

* 졸렬한 사람이라는 뜻으로, 말하는 이가 자신을 낮추어 이르는 일인칭 대명사. 우리말 사전에도 있는 일인칭이다. 일본에서는 주로 사무라이가 사용하는 일인칭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일본어 발음은 셋샤.


키루지마가 차를 마시고, 식초에 절인 보존 스시를 먹으며 이 역참 거리에 대해, 그리고 유후코에 대해 몇 가지를 물었다. 몇 개의 질문 뒤, 갑자기 키루지마는 눈빛이 바뀌어 품안에서 피에 젖은 두루마리를 꺼내 거기에 적힌 글씨로 눈길을 돌렸다. 4


"......아마도 은맥 광산은 두번 다시 열리지 않을 것이외다." 키루지마가 말했다. "또한 양귀비는 일부 영지에서는 이미 금지되었소이다. 순도가 높은 가루약으로 가공하면 가장 낮게 쳐도 엽전 한 장, 혹은 참치 한 마리와 필적하외다. 닌자와 손을 잡은 대관은 거짓 희망을 보여주어 이 역참 거리를 고립시키고, 영민들을 영원히 양귀비 재배에 묶어두려는 속셈임이 틀림 없을 터......" 5


"양귀비에 대해서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은맥 광산에 대해서는 어렴풋이 의심스러워 하던 사람들도 있었지요." 유후코가 불단을 한 번 쳐다본 뒤,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이미 이 세상에는 없습니다만......" 키루지마가 두루마리를 읽어가며 질문했다. "대관의 전령으로 츠네오 쿠로시라는 사무라이가 오지 않는지?" 6


"네, 그러합니다. 츠네오=상은 월초에 많은 아시가루 부대를 이끌고 세금을 거두러 나타나, 촌장의 집에서 기생과 계집질을 다한 뒤에 살가마와 양귀비를 커다란 짐수레에 가득 채워서 가지요." 유후코가 지금이 몇 일인지 떠올렸다. 내일이 월초였다. "그 놈은 사악한 닌자일 것이외다."라 키루지마가 말했다. 7


유후코가 눈을 부릅떴다. 닌자. 사흘 전 기억이 눈꺼풀 속에서 되살아났다. 어째서 잊고 있었을까. 수리켄이고 뭐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유후코는 의식 바깥으로 밀어두고 있었다. 키루지마가 말을 이어갔다. 키루지마가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졸자는 닌자를 죽이는 자이외다." "닌자를...... 죽인다?" 8


"놈들에게 처자와 하인을 몰살당하고, 영지에서 쫓겨났소이다." 키루지마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 말이 칼날과도 같이 날카롭게 유후코의 심장을 도려냈다. 그녀는 드디어 이해했다. 이 패전 무사는 미친 것이로구나, 하고. 처자를 잃고 영지에서 쫓겨나 패전 무사가 되고도, 그럼에도 갑옷도 깃발도 버리지 않고 들판 위를 떠돌다니 도무지 제정신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9


미친 것이다. 닌자 같은 건 없다. 닌자를 죽이는 자도 없다. 모두 광기로 인한 헛소리다. 여기에 있는 것은 한 명의 미친 패전 무사인 것이다. 모든 것을 납득하고, 그것은 눈물이 되어 유후코의 뺨을 타고 흘렀다. "닌자 같은 것은 없사옵니다." 10


"졸자 또한 사위스러운 닌자이외다." 키루지마가 고개를 숙이고서 분한 듯이 말했다. "그리고 죽은 사람이외다. 죽은 처자의 복수를 위해 땅 위를 걷고 있는 저주받은 죽은 사람이외다." 생명을 구해준 유후코에게 다시 사지로 뛰어들려고 하는 결례를 사과하는 것 같아 보이기도 했다. 11


"사무라이님, 당신이 닌자든 아니든 대관의 사병단과 맞선다는 것은 광기의 사태에 지나지 않사옵니다. 승산이 없는 일이어요. 그만두세요." 유후코가 말했다. 그러나 단념을 시켜서 어쩌겠다는 것인가. 자신은 어찌하여 이 남자를 구했단 말인가. 시야가 일그러지고, 또다시 불합리한 눈물이 되어 유후코의 뺨을 타고 흘렀다. 이 남자는 미쳐있다. 그러나 진심인 것이다. 12


후유코가 말을 이어갔다. "그러나 패전 무사의 몸으로 이 역참 거리에 계속 머무는 것 또한 위험하옵니다. 집집마다 감시의 눈과 고여있는 공기가 독기를 띄어, 사무라이님의 마음에도 좋지 않은 생각을 싹트게 해요. 적어도 안개 낀 이 밤의 자비에 몸을 감추시고 어딘가 멀리로 도망쳐 주세요." 13


"말씀은 알겠소이다. 그대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소이다. 그러나 은혜를 입었소." 키루지마가 품에서 검은 주머니를 꺼내 유후코에게 내밀었다. 안에는 십여 장의 엽전이 들어 있었다. 그것이 키루지마가 가진 돈의 전부였다. 대부분은 피에 젖어 있었다. 14


"받을 수 없어요." "하지만 그대는 길가에 쓰러진 나를 구했소이다." "약사로서 버려둘 수 없었을 따름입니다." "졸자는 이 정도의 예밖에 표할 수가 없음이오." "쓸곳도 없어요." "이 마을에 공기가 고여있다고 한다면 어딘가 다른 곳으로 옮겨가면 좋을 것이오. 그것을 위한 노잣돈으로는 대략 충분하고도 남을 돈일 터외다."


......당신이 어딘가 먼 곳으로 데려가 주시겠어요?, 라는 말이 목까지 차올랐던 유후코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남편과 자식의 무덤이 있사옵니다. 또한 약사가 부족하옵니다. 이 마을을 떠날 생각 또한 없사옵니다." "......알겠소이다. 하지만 졸자는 쓸 곳이 없소. 또한 노잣돈 걱정도 없소. 받아주시구려." 16 


"그러면 이만 실례하겠소이다." 키루지마가 엽전을 내려놓은 채, 깊이 1분 가까이 머리를 조아렸다. "네." 유후코가 말하자, 키루지마가 고개를 들어 칼을 짚고 일어서려 했다. "마지막으로, 최소한." 이라며 유후코가 일어나 패전 무사의 머리의 무명천 붕대를 고쳐 감았다. 최소한 멀리 도망치라고 기도하면서. 17


문이 열렸다. 버려진 은맥 광산 고개에서 쓸쓸한 들개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18



◆◆◆




정오. 닌자. 떠돌이. 오미노로시의 촌장 집 지붕에 숨어있던 패전 무사가 모습을 드러내며 삼연속 옆구르기 후 대로로 번개와도 같이 뛰어 내려 아시가루 부대의 행렬을 막아섰다. 19


대관의 전령을 맞이하기 위해 엎드려 있던 남자들이 꿀꺽 숨을 삼켰다. 패전 무사다. 게다가 행렬의 앞길을 가로 막다니, 도저히 제정신으로 벌이는 짓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곳에 있던 십여 명의 마을 주민들은 떨면서 집으로 돌아와 문을 굳게 닫고 한 치 정도 약간의 틈을 벌렸다. 20


푸르르르릉, 하고 말이 거친 콧바람을 토해냈다. 행렬이 멈춰섰다. 선두에는 요츠야노쿠니의 대관 깃발을 메고 창을 든 아시가루가 네 명. 이어서 말 위의 사무라이가 한 명. 그 뒤에는 비어있는 큰 수레를 끌고 있는 아시가루가 두 명. 모두 검게 옻칠이 된 갑옷으로 몸을 감싸고 있었다. 창끝이 정오의 태양에 비추어져 빛났다. 21


"츠, 츠네오=상." "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아시가루들이 곤혹스러운 얼굴로 사무라이를 올려다보며 대답을 기다렸다.


"재미있군, 내가 상대하지." 말 위의 사무라이가 아시가루들을 뒤로 물러나게 했다. 그리고 위압적으로 몇 걸음, 말을 앞으로 걸어가게 하며 외쳤다. "네 이놈, 어디의 패전 무사냐?" 22


"도-모, 처음 뵙겠습니다, 츠네오=상." 패전 무사가 오지기를 했다. 모래 섞인 바람이 대로에 불어닥쳤다. "......아니, 툼스톤=상. 닌자 슬레이어입니다." "도-모. 네놈, 어찌 그 이름을 알고 있느냐?" 툼스톤이라 불린 말 위의 사무라이가 눈살을 찌푸렸다. 23


"그대를 죽이기 때문이외다." 키루지마가 그리 이르며 칼을 자루에서 뽑아 가로 일자로 들었다. 지잉지잉하고 칼날이 울린다. 한낯의 태양을 받아 칼날이 패전 무사의 얼굴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그 아래에 두 개의 시뻘건 눈이 휘황찬란하게 빛났다. 24


'인(忍)' '살(殺)'이라 새겨진 사위스러운 강철 면포가 어딘가에서 나타나 패전 무사의 입가를 가린다. 갑옷 아래에서는 검붉은 누더기 천이 나타나 업화와도 같이 흔들렸다. "그 목, 받아가마." 25


"건방지구나." 사무라이가 코웃음치며 오른팔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휘저었다. 눈에도 보이지 않는 속도로 네 장의 수리켄이 날아갔다. 수리켄의 투척 속도는 대략 시속 이백 킬로미터. 일반인의 눈으로는 따라갈 수 없다. 26


하지만 키루지마에게는 보이는 것이다. 그는 눈을 부릅뜨고 이를 악물었다. "이얏-!" 칼날의 잔광이 공중에 Z자 궤적을 그리며 채채채챙, 네 개의 불꽃이 흩날렸다. 수리켄을 쳐낸 엄청난 반동으로 키루지마의 몸은 뒤쪽으로, 저벅, 저벅, 저벅 몇 걸음 물러섰다. 27


강철의 별은 모조리 튕겨나가 두 장이 땅에 깊숙이 박혔고, 한 장이 여관 벽을 뚫으며 비명을 내질렀으며, 처음 던져진 한 장은 투척자에게로 돌아갔다. 키루지마는 투척자를 노리고 수리켄을 되받아친 것이었다. 투척 때보다 더욱 가속하여 지금은 육백 육십 육 킬로미터에 다다르는 속도. 믿기 어러운 솜씨였다. 28


마주 선 말 위의 사무라이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튕겨져 나온 수리켄의 궤적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다. 자신의 몸에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읽어냈기 때문이다. 슝, 하는 소리가 울리고, 수리켄이 사무라이의 투구에 깊이 꽂히며 그것을 뒤로 튕겨냈다. 29


투구 아래에 감춰져 있던 것은 검은 닌자 두건과 해골 모양인 검은 면포, 그리고 하얗게 발광하는 사람의 것이 아닌 눈동자. 사무라이의 정체는 닌자였다. 닌자는 만족스러운 듯 끄덕이며 말에서 내리고, 검은 칼을 뽑으며 아이사츠 했다. "좋겠지. 그러면 닌자 슬레이어=상이라 했던가, 내 카라테로 직접 베어 죽여주도록 하마." 30



사무라이 닌자 슬레이어[하이눈 닌자 노마드] #2 끝 #3으로 계속







----------------------------



어제 삭제된 전편의 재업입니다. (자삭 아니고 대체 왜 사라졌는지 영문을 모르겠어요)


하이눈 닌자 노마드는 이미 2021년에 다른 헤즈님이 번역을 하신 바가 있는 작품이지만, 닌자 슬레이어 플러스로 사무라이 닌자 슬레이어 두번째, 세번째 작품을 작업하려면 첫번째 작품을 해보는게 더 좋을 것 같아서 새로 번역한 것을, 해당 에피소드는 무료 공개가 된 바 있는 작품이라 갤러리에 오픈합니다.


닌자 슬레이어 Twitter 계정 (https://twitter.com/njslyr)

diehardtales 가이드라인 (https://diehardtales.com/n/n96e186db18ff)

본 번역은 공식 번역이 아니며, 일체의 수익성 활동은 없다. 알겠지?



자동등록방지

추천 비추천

4

고정닉 1

0

원본 첨부파일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861 설문 어떤 상황이 닥쳐도 지갑 절대 안 열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5/20 - -
44461 번역 (((맛보기 따위, 코믹스의 눈속임에 불과한 것을…))) [28] ㅇㅇ(223.39) 01.17 1303 21
44145 번역 신년 기획 【데스·어웨이츠 : 피자·타키】 [12] ㅇㅇ(211.234) 01.01 826 12
43945 번역 ◆오늘도 코믹스 독서회를 번역해 드립니다◆ [13] ㅇㅇ(223.38) 23.12.20 817 18
43899 번역 맛보기든 풀버전이든, 번역해버리면 다 똑같은 거잖아! [13] ㅇㅇ(223.38) 23.12.16 1080 21
43884 번역 애니 방영직전 붐 붐 새틀라이츠와 번역팀 대담 [3] ㅇㅇ(223.38) 23.12.15 305 4
43862 번역 아니메이시욘 방영 전 원작자/번역팀 인터뷰 [6] ㅇㅇ(223.38) 23.12.13 620 8
43850 번역 닌자 슬레이어 프롬 아니메이시욘 제작 리포트 [3] ㅇㅇ(223.38) 23.12.12 330 6
43844 번역 ◆오늘도 블랙 프라이데이의 결말을 전해 드립니다◆ [5] ㅇㅇ(223.38) 23.12.12 713 11
43833 번역 ◆오늘도 블랙 프라이데이의 진실을 전해 드립니다◆ [7] ㅇㅇ(223.38) 23.12.11 718 13
43826 번역 스시셰프·닌자 등장 당시 실황 (끝) [10] ㅇㅇ(223.38) 23.12.11 813 11
43816 번역 스시셰프·닌자 등장 당시 실황 (4) [5] ㅇㅇ(223.38) 23.12.10 578 13
43805 번역 스시셰프·닌자 등장 당시 실황 (3) [6] ㅇㅇ(223.38) 23.12.09 911 13
43794 번역 PLUS) [더 비스트 오브 유토피아] 1-3화 업뎃 + 무료분량 공개 [4] 더라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2.08 409 11
43793 번역 스시셰프·닌자 등장 당시 실황 (2) [6] ㅇㅇ(223.38) 23.12.08 876 11
43789 번역 스시셰프·닌자 등장 당시 실황 (1) [10] ㅇㅇ(223.38) 23.12.08 1128 13
43733 번역 ◆오늘도 인살 TCG의 정보를 전해 드립니다◆ [10] ㅇㅇ(211.234) 23.12.04 1072 13
43719 번역 사위스러운 인살위키 무기코 항목 댓글란 [11] ㅇㅇ(211.234) 23.12.03 969 16
43659 번역 야쿠자텐구 첫 등장 당시 실황 [11] ㅇㅇ(223.38) 23.11.28 2393 27
43371 번역 ╲코믹스╱ ╲맛보기╱ ╲번역╱ [13] ㅇㅇ(223.39) 23.11.16 1392 27
43337 번역 ◆TRPG 프리롤드 캐릭터 명감을 전해 드립니다◆ [19] ㅇㅇ(223.39) 23.11.14 883 14
43322 번역 로드·아이덴티티·쇼크와 🌕🌕는 죽었다 실황 [8] ㅇㅇ(223.39) 23.11.13 1150 11
43205 번역 닌자 슬레이어 AoS TRPG 물리서적판 정식소개 [14] ㅇㅇ(223.39) 23.11.06 1027 12
43087 번역 PLUS 특별방송 【데드! 데더・덴・데드!】#11(완) [14] 아동심리학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0.31 472 13
43084 번역 PLUS 특별방송 【데드! 데더・덴・데드!】#9~10 [3] 아동심리학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0.31 280 4
43064 번역 PLUS 특별방송 【데드! 데더・덴・데드!】#7~8 [7] 아동심리학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0.30 380 3
43026 번역 NSCRS(닌자 슬레이어·코믹스·리얼리티·쇼크) 下 [6] ㅇㅇ(64.145) 23.10.27 1166 15
43003 번역 NSCRS(닌자 슬레이어·코믹스·리얼리티·쇼크) 中 [15] ㅇㅇ(64.145) 23.10.25 1444 19
42976 번역 NSCRS(닌자 슬레이어·코믹스·리얼리티·쇼크) 上 [6] ㅇㅇ(64.145) 23.10.23 1115 14
42895 번역 오늘도010코믹0010맛보기를011번역001011바루조-! [11] ㅇㅇ(223.39) 23.10.17 1046 15
42742 번역 【배틀・오브・포트・다이너소어】 #6 [7] oo(69.242) 23.10.03 478 11
42741 번역 【배틀・오브・포트・다이너소어】 #5 [1] oo(69.242) 23.10.03 148 6
42740 번역 【배틀・오브・포트・다이너소어】 #4 oo(69.242) 23.10.03 159 4
42702 번역 PLUS 【렐릭브레이카:하드타임】 업로드된 [1] 아동심리학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30 67 3
42658 번역 PLUS 특별방송 【데드! 데더・덴・데드!】#6 [1] 아동심리학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26 301 5
42549 번역 PLUS 특별방송 【데드! 데더・덴・데드!】#5 [2] 아동심리학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9.17 318 7
42537 번역 맛보기에 번역이 있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당신? [23] ㅇㅇ(223.38) 23.09.16 1696 24
42380 번역 PLUS 특별방송 【데드! 데더・덴・데드!】#4 [4] 아동심리학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8.31 304 5
42373 번역 12만년 무더위 탐정 자자 [28] 더라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8.31 236 1
42268 번역 【배틀・오브・포트・다이너소어】 #3 [4] oo(69.242) 23.08.19 392 9
42242 번역 「코믹스·맛보기 길드, 반자이!」 고우랑가, 번역키리다! [13] ㅇㅇ(223.38) 23.08.16 1117 21
42234 번역 【배틀・오브・포트・다이너소어】 #2 후편 [10] oo(69.242) 23.08.16 366 8
42222 번역 PLUS 특별방송 【데드! 데더 덴 데드!】#3 [2] 아동심리학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8.14 378 5
42207 번역 PLUS특별방송 【데드! 데더・덴・데드!】#2 [7] 아동심리학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8.12 362 7
42171 번역 【배틀・오브・포트・다이너소어】 #2 前 (사와타리•컴퍼니의 역사) [8] oo(69.242) 23.08.08 479 11
42157 번역 PLUS특별방송【데드! 데더 덴 데드!】 #1 [7] 아동심리학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8.06 633 8
42143 번역 【배틀・오브・포트・다이노소어】 #1 (공룡닌자) [15] oo(69.242) 23.08.05 551 11
42085 번역 플러스【포・훔・더・벨・톨즈】 후편 [19] 아동심리학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7.27 624 12
42084 번역 플러스【포・훔・더・벨・톨즈】 전편 [10] 아동심리학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7.27 471 10
42043 번역 PLUS 특별연재) 나이트 오브 헥센나하트 #3 (完) [3] 더라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7.23 237 5
41982 번역 PLUS 특별연재) 나이트 오브 헥센나하트 #2 [3] 더라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7.19 317 4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