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리는 그런 예나를 한참동안 노려본다.

예나도 지지않고 유리를 강한 눈빛으로 쏘아본다.

그 틈에서 주원은 어쩔줄 몰라하며 유리에게 속삭인다.

'어떻게 된건지 내가 집가면서 얘기해줄테니까, 일단은 그냥-'

유리는 주원을 밀쳐내고는 예나에게 다가간다.

"니가 어제 저 멍청이랑 뭘했는지, 전혀 궁금하지도 않고,

신경도 안 쓰이거든?

근데 딱 한마디만할게."

유리는 예나에게 더 가까이다가가 조용히 귀에대고 말한다.

그 말을 듣더니 예나의 눈이 점점 커진다.

"너, 너.."

"조용히 해라. 이제부턴 두고보지만은 않을거니까."

유리는 멍한눈을 하고있는 주원에게 다가와 등을 퍽 친다.

"뭐해, 호구. 얼른 가자."

당당하게 걸어가는 유리를 바라보다가, 주원은 예나를 슬쩍 쳐다보곤 유리를 쫓아간다.

'야, 조유리!'

예나는 아랫입술을 깨문다.

조유리..상황을 재밌게 만드네?

...

독서실 건물 앞에 다다라서야 유리는 걸음을 멈추고 주원을 쳐다본다.

"자, 설명해봐. 밥먹은건 뭐고, 데이트는 또 무슨 소리야?"

'그게 그러니까..'

주원은 말을 하다가 문득 다른 생각이 떠오른다.

그러고보니까 내가 왜 이걸 얘한테 해명해야 하는거지..?

'그보다 넌 그게 왜 궁금한건데?'

"내 친구가 저런 능구렁이같은 여자한테 꼬셔지고있는데,

그럼 내가 신경이 안 쓰이겠어?"

친구..그치. 뭐.

'..알겠어. 어제 너 독서실에 데려다주고, 시간이 너무 많이 남은거야.

근데 약속은 없고..집에 가봤자 유튜브보다가 잘게 뻔하고.

그래서 뭐할까 하고 있었는데 걔한테 전화가 온거야.'

"서로 번호도 알아?"

'..어. 내가 구해준 날에 집에다 데려다주면서 강제로 뜯겼어.

어쨌든. 그래서 전화로 밥먹자고 하길래 시간도 많고 약속도 없겠다, 그러자고했지.'

유리는 깊은 한숨을 쉰다.

"후우..이주원 넌 진짜.."

'..아 그래서! 그냥 파스타집에서 파스타 먹다가,

걔가 이상한 말을 막 하길래..'

"이상한 말?"

주원은 우물쭈물하다가 눈을 질끈 감고 천천히 입을 연다.

'..날 좋아한대.'

"뭐라고?"

'걔가 나를 좋아한대!'

"그래서 너는 뭐라고 했는데?"

'그 말 듣고 그냥 뛰쳐나왔지.'

"뛰쳐나왔다고? 푸하핫!"

주원의 말을 유심히 듣던 유리는 크게 소리내어 웃는다.

"야..아무리 그래도 뛰쳐나올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네."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주원은 어깨를 으쓱한다.

'나도 모르게 그렇게 했더라.'

"너를 좋아하는 여자가 있긴 있구나."

유리의 말에 괜히 서운한 마음이 들은 주원은 딴청을 피우며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한다.

'그러게나 말이다~있기는 있네.

그냥 걔랑 사귀어서 모쏠탈출이나 할걸 그랬나보다.

그럼 너도 그걸로 나 안 놀릴거 아냐.'

유리는 주원의 말에 살기가 가득한 눈빛으로 주원을 노려본다.

"다른 여자는 몰라도 걔랑은 절대 안 돼."

'걔가 왜? 너 걔 잘 알아?'

"...여자의 직감이랄까.

아 그냥 다른 여자도 안 돼! 넌 평생 모쏠로 살아!"

'험담을 해도 그런 험담을 하냐, 너는!'

"몰라! 나 이제 올라갈테니까 오늘도 11시에 데리러 와!"

'으휴..알겠어.'

마지못해 대답하는 주원을 보고 씨익 웃더니 유리는 독서실로 올라간다.

뭐야. 왜 웃어, 웃기는.

귀엽게시리.

...

예나는 동네 공원을 산책하며 곰곰이 생각한다.

이주원..조유리랑 아주 행복하겠지, 지금쯤?

오히려 내가 달려드니까 더 가까워진것같네.

슬슬 나도 강하게 나가야겠다.

조유리가 차지하고 있는 그 자리, 꼭 내가 가지고 말겠어.

그나저나 조유리..그런 말을 할줄이야..

예나는 학교 복도에서 유리가 다가와 귀에다가 한 말을 떠올린다.

"니가 어제 저 멍청이랑 뭘했는지, 전혀 궁금하지도 않고,

신경도 안 쓰이거든?

근데 딱 한마디만할게."

"꿈 깨. 네까짓거한테는 안 뺏기니까."